英 웨일즈, 백신 접종 정책 분석...대상포진도 약 37% 줄어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추진...자선기금으로 생백신 확보 계획
대상포진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을 맞은 노인들이 미접종자보다 이후 7년간 치매에 걸릴 위험이 2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의대(Stanford Medicine) 연구팀은 지난 2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파스칼 겔드세처(Pascal Geldsetzer) 스탠퍼드의대 교수가 주도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휴면 상태로 신경 세포에 잠복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 위험의 밀접한 상관관계는 이전부터 보고됐지만, 접종자들의 건강 관리 편향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식이요법, 운동 등 건강 관리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 치매 위험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영국 웨일스에서 시행된 백신 접종 정책을 이용해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자 했다.
웨일즈에서는 2013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79세(1933년 9월 2일 이후 출생) 노인에게 최소 1년간 대상포진 생백신(Zostavax) 접종을 시행했다. 이 기준에 따라 80세 이상(1933년 9월 2일 이전 출생)인 노인은 백신 접종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연구팀은 웨일스 SAIL 데이터뱅크의 전자 건강 기록을 활용해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28만 2,541명(여성 15만 4,218명, 남성 12만 8,322명)을 분석했다.
이들 중 ‘회귀 불연속 설계(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를 사용해 백신 접종 자격을 기준으로 전후 1주일 내 출생자를 비교한 결과, 대상에서 제외된 집단의 접종률이 0.01%에 불과했다. 반면, 대상 집단의 접종률은 47.2%로 큰 차이를 보였다.(P<0.001)
이후 두 집단을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상 집단에서는 치매 진단율이 3.5%포인트 감소했다.(95% CI: 0.6-7.1, P=0.019), 이는 상대적으로 20%의 치매 위험 감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의 대상포진 발생도 2.3%포인트(약 37%)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95% CI: 0.5-3.9, P=0.011)
2020년까지 전체 연구 대상자들의 8분의 1(3만 5,307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백신 접종자는 비접종자보다 치매 위험이 20% 낮았다.
두 그룹 간 교육 수준이나 다른 백신 접종률, 당뇨·심장병 등 기타 질환 진단율에는 차이가 없었다.
특히 여성에게서 치매 예방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은 노년기에 치매 발생률이 남성보다 높고, 백신에 대한 항체 반응이 평균적으로 더 강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대상자가 79~80세로 한정돼 다른 연령대의 대상포진 백신 효과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 현재 제약사에서 생산을 중단한 생백신에 국한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생백신은 2023년부터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싱그릭스(Shingrix)로 대체돼, 최신 백신에도 동일한 효과가 적용될 수 있을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 예방 효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추진 중이며, 자선기금 모금을 통해 생백신을 확보할 계획이다.
Source
Eyting, M., Xie, M., Michalik, F. et al. A natural experiment on the effect of herpes zoster vaccination on dementia. Nature (2025). https://doi.org/10.1038/s41586-025-0880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