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12만 명 대규모 조사...우울증 환자, 부채 위험 1.7배↑
알츠하이머·파킨슨 앓으면 2년 후 돈 관리 어려움 7배 이상 높아
최근 유럽 전역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졸중, 우울증 등 신경계 및 정신질환 환자들이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절반 이상은 공과금 납부나 지출 관리 등 기본적인 돈 관리조차 버거운 상태였고, 우울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부채 위험이 1.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University of Groningen)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유럽 28개국과 이스라엘에서 수행된 ‘SHARE(Survey of Health, Retirement and Ageing in Europe)’ 프로젝트의 8차(5만 3,695명)·9차(6만 9,477명)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SHARE 프로젝트는 5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2년마다 참여자들의 건강, 재정, 사회복지 등을 조사하는 다국적 연구 사업이다.
연구팀은 금융 성과(Financial Performance) 지표를 중심으로 실제 생활에서의 재정 관리 능력을 다각적으로 평가했다.
질병 진단 여부에 따라 참여자를 ▲알츠하이머병, 치매, 기타 중증 기억장애 등 ▲파킨슨병 ▲뇌졸중 또는 뇌혈관 질환 ▲우울·불안장애 등의 그룹으로 나눴다.
재정 수행 능력은 ▲돈 관리 ▲생활비 부담 ▲부채 문제의 세 가지 항목으로 평가됐다.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58.4%가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해 전체 그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뒤이어 ▲파킨슨병 환자 22.1% ▲뇌졸중 환자 17.9% ▲우울증 환자 10.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병이 없는 대조군(3.2%)과 비교하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결과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대조군보다 17.3배나 높은 비율을 보였다.
우울증 환자 중 47.4%는 생활비 부담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뇌졸중 환자와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각각 46.4%, 46.3%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모두 대조군(36.1%)보다 높았다.
부채 문제의 경우, 우울증 환자만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높은 부채 위험(1.77배)을 보였다.
연구팀은 질병 진단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재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2년 주기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2년 뒤 돈 관리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7배 이상 높았고, 뇌졸중 환자와 우울증 환자도 각각 2.6배, 2.4배 이상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지 저하와 감정 조절 능력이 약화되면서 실제 재정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돈 관리는 단순 계산 능력만이 아니라 복잡한 의사결정, 기억력, 사회적 소통 등이 필요한 고차원적 기능”이라며 “이러한 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 재정 문제는 곧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낮은 교육 수준, 여성, 고령, 대가족 구성, 비고용 상태 등 사회인구학적 특성이 재정 관리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학력일수록 부채 비율이 낮았고, 고령일수록 돈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부채는 오히려 적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경제적 불안은 정신건강 악화와도 연결되며, 신체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의료와 사회복지 간 협력을 기반으로 통합적 중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진단 초기 단계부터 환자·보호자 대상 재정 교육 및 상담 ▲치료비 등 의료비용 지원 ▲인지장애 환자 대상 맞춤형 금융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자기보고 기반 데이터라는 점과 함께 조사 시점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겹쳐 자료 수집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향후 팬데믹 이후 수집되는 자료를 추가 분석해 금융 능력 변화 추이를 계속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Jiang, Ting. Gaastra, Geraldina F. Koerts, Janneke. Financial performance of people with acquired cognitive impairments or affective disturbances – A prospective, European-wide study.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2025. https://doi.org/10.1016/j.archger.2025.10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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