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섭취, 인지 저하·알츠하이머병 위험 높여...줄이는 것만으로 예방 효과
한국 청소년·중년층 섭취 비중 급증, 치매 예방 위해 중년기 식습관 관리 절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의 과다 섭취가 인지 저하와 치매, 파킨슨병 등 뇌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섭취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중년기 식습관 개선이 절실하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UPF는 식품 성분을 추출·합성해 인공 첨가물을 다량 사용하고 여러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가공식품을 뜻한다.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포장 스낵, 즉석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섭취량이 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뇌 건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식품을 가공 수준에 따라 네 단계로 나눈다. ▲가공하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가공 식품은 과일·채소·육류·생선·계란·우유·콩·곡물 등 첨가물이 없는 자연식이다. ▲가공한 재료는 소금·설탕·꿀·버터·기름처럼 다른 음식에 첨가하는 단순 재료를 뜻한다. ▲가공식품은 이들을 결합해 만든 것으로 통조림 채소·과일·콩, 절임이나 훈제 육류, 치즈, 신선한 빵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문제의 ▲초가공식품은 지방, 전분, 첨가당, 경화유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주로 사용하며 인공 색소·향료가 더해진다. 포장 스낵, 탄산음료, 가공 요구르트, 즉석 조리식품, 아침 시리얼 등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초가공식품들 / 생성형 AI
대표적인 초가공식품들 / 생성형 AI

 

인지 저하와 치매 위험 높인다

여러 연구에서 이러한 초가공식품이 특정 신경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뒷받침한다.

브라질에서 약 1만 775명의 성인을 평균 8년 이상 추적한 대규모 연구(JAMA Neurology, 2022년 12월 5일)는 초가공식품(UPF) 섭취가 많을수록 전반적 인지 기능과 집행 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하게 빨랐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식습관을 NOVA 분류 체계로 분석하고, 전체 열량 섭취에서 UPF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눴다. 특히 60세 미만 중년층에서 이러한 연관성이 두드러졌고, 60세 이상에서는 뚜렷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는 “중년기 식습관이 뇌 건강과 장기적인 인지 기능 보존에 핵심적”임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버드 의대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45세 이상 성인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와 뇌 건강을 추적했다(Neurology, 2024년 6월 11일). 연구 결과, 전체 식사에서 초가공식품 비율이 10% 늘어날 때마다 인지 저하 위험은 16%, 뇌졸중 위험은 8% 증가했다. 반대로 과일·채소 같은 최소 가공 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더라도 가공식품 자체가 독립적으로 뇌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츠하이머병 발병과의 연관성도 제시됐다. 프레이밍햄 코호트 기반으로 2025년 1월 1일 자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된 연구는, 중년기 UPF 섭취가 알츠하이머병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된다고 보고했다. 하루 섭취 횟수와 위험 증가 수치가 소개되지만, 현재로서는 “중년기 섭취와 이후 알츠하이머 위험 간 연관성” 수준으로 해석하는 것이 안전하다.

 

파킨슨병 증상도 악화시킨다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는 UPF 섭취와 우울 증상, 통증, 후각 상실, 색 인지 저하 등 비운동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됐다. 단순히 운동 능력뿐 아니라 정신적·감각적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왜 해로운가

전문가들은 UPF의 해로움을 여러 기전으로 설명한다. 고지방·고당·고염분 음식은 뇌혈관 건강을 해치고 미세혈관 손상을 일으켜 인지 저하로 이어진다. 또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려 염증을 유발하고, 이는 뇌 조직에도 악영향을 준다.

일부 연구는 UPF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인공 색소·향료·보존제 같은 첨가물이 장기적으로 신경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국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11월 12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비만 아동·청소년(8~17세)의 하루 섭취 식품량 가운데 초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였고, 에너지 섭취 비중은 25%에 달했다. 상위 1/3군에서는 식품량 38%, 에너지 비중은 45%까지 치솟았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비타민, 엽산 등 필수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고, 지방과 포화지방 섭취가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였으며,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에 달했다. 경도인지장애는 2016년 22.25%에서 7%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초가공식품 섭취 증가는 뇌 건강에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식단 조절, 작은 변화가 뇌 건강을 지킨다

전문가들은 초가공식품을 완벽하게 끊는 대신 하루 한두 번만 줄여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완전히 배제하는 건 어려워도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면 긍정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 간식을 과일이나 견과류 같은 최소 가공 간식으로 바꿔보자. 일주일에 한 번 먹는 냉동 피자를 집에서 만든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의 핵심은 식품 라벨 읽기다. 성분이 짧고 단순할수록 안전하다. 가수분해 단백질, 고과당 옥수수 시럽, 인공 향료 같은 첨가물이 많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 샐러드드레싱은 올리브유와 식초로 간단히 만들 수 있고, 스무디 역시 과일과 우유, 견과류를 활용하면 매우 건강하다. 채소는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해도 기름에 튀긴 듯한 식감을 낼 수 있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나 마트의 신선식품 코너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통조림이나 냉동 채소 역시 불필요한 첨가물이 없어 초가공식품보다 건강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간식은 미리 계획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플레인요거트, 과일 조각, 견과류, 삶은 달걀처럼 간단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간식을 준비해 두면 ‘편리함 때문에’ 초가공식품을 고르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생활 습관과 작은 선택이 두뇌 건강을 지키는 큰 힘이 된다.

 

Sources

Rauber F, Louzada MLC, Steele EM, Millett C, Monteiro CA, Levy RB. Association Between Consumption of Ultraprocessed Foods and Cognitive Decline. JAMA Neurology. 2023;80(2):142-150. Published online December 5, 2022. doi:10.1001/jamaneurol.2022.4397

Bhave VM, Oladele CR, Ament Z, Kijpaisalratana N, Jones AC, Couch CA, Patki A, Garcia Guarniz AL, Bennett A, Crowe M, Irvin MR, Kimberly WT. Associations Between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and Adverse Brain Health Outcomes. Neurology. 2024 Jun 11;102(11):e209432. doi: 10.1212/WNL.0000000000209432.

Weinstein G, Kojis D, Banerjee A, Seshadri S, Walker M, Beiser AS.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and risk of dementia and Alzheimer's disease: The Framingham Heart Study. J Prev Alzheimers Dis. 2025 Feb;12(2):100042. doi: 10.1016/j.tjpad.2024.1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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