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부터 치매 외 처방 본인부담률 80%
치매 환자 처방 전체 20%...건보 재정 누수 원인 지목
재평가 결과도 관건...대체제 은행잎추출물·니세르골린 '역부족'

글리아타민, 글리아티린
글리아타민, 글리아티린 / 대웅바이오·종근당

뇌 기능 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 이하 콜린 제제) 성분 제제가 오는 21일부 선별급여로 전환된다. 복지부가 2020년 8월 요양급여 적용 기준을 치매 환자에 한정하고, 나머지 질환자에 대해 선별급여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고시한 지 5년여 만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대웅바이오 등 제약사들이 지난달 제기한 ‘요양급여의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약제)’ 일부개정 고시 집행정지 청구를 지난 17일 기각했다.

이들 제약사는 복지부를 상대로 한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 적용 고시 취소 청구’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상고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시행을 늦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요청했으나 인용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경제성이나 치료 효과성 등이 불확실한 약제를 예비적 요양급여인 선별급여로 지정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치매 외 질환에 처방받은 환자의 본인부담률은 기존 30%에서 80%까지 높아진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0-183호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0-183호

치매 환자 처방 전체 20%...건보 재정 누수 원인 지목

1995년부터 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콜린 제제는 치매 예방약이나 뇌 영양제로 알려지며 처방 규모가 급증했다. 2013년 1,000억 원 수준이던 연간 처방액은 2023년 5,734억 원까지 늘어 10년 새 6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누적 처방액은 약 2조 5,748억 원으로, 이 중 치매 환자 처방은 약 20%에 불과하다. 이번 선별급여 적용으로 비치매 환자의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콜린 제제는 치매 외 질환에서 임상적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에서는 급여 적용을 받지만, 미국 등 주요국에서 의약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9년부터 매년 국감에서 콜린 제제를 핵심 이슈로 다뤄왔다. 남 의원은 지난해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남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상대로 “가장 상위로 처방한 병의원에 대해 공개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국민들이 뇌 영양제로 알고 있는 건 잘못됐다. 6년째 이런 상황인 게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선별급여 적용 자체에 대한 ‘특혜’라는 시각도 나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은 2020년 7월 성명을 통해 “선별급여는 보통 비급여 의약품의 급여화 중간단계”라며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의 높은 가격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사용할 제도이지, 제대로 된 임상 문헌 하나 없는 약에 대한 퇴출을 유보하기 위한 특혜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오른쪽)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오른쪽)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중구 원장 /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재평가 결과도 관건...대체제 은행잎추출물·니세르골린 '역부족'

국내 임상 재평가 결과도 변수다. 복지부는 2020년 5월 콜린 제제의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결정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재평가에 실패하면 제약사 측은 건보공단과의 환수 협상 계약에 따라 청구액 중 10%에서 30%까지 반환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제약사들은 협약 자체가 무효라며 지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올해 예정이던 재평가 기한은 2027년까지 연장됐다.

한편, 임상 현장에서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게 처방할 대체제가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넥신 등 혈액순환 개선제로 주로 쓰이는 ‘은행잎추출물(Ginkgo Biloba Extract)’ 성분 제제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건약은 최근 성명에서 “내년 대상 약제로 논의되고 있는 은행엽엑스와 도베실산칼슘은 급여 축소된 콜린알포세레이트나 빌베리의 대체제로 사용되고 있어 재평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복지부는 하루빨리 내년 재평가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제약사들은 뇌 기능 개선제 시장에서 니세르골린(Nicergoline) 성분 제제를 새 돌파구로 삼고 있지만, 콜린 제제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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