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상피질 속 LR 뉴런, 머리 회전 속도 순간적으로 계산
다른 뉴런과 아세틸콜린 신호 반응 달라...배회 증상 원인 설명
치매 환자가 길을 잃거나 방향 감각을 상실하는 배회 증상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특정 뉴런이 발견됐다.
미국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 연구팀은 뇌의 후대상피질(Retrosplenial cortex)에서 공간 기억과 길 찾기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뉴런을 찾아냈다. 후대상피질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초기에 손상되는 뇌 영역이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LR(Low-rheobase, 활동전위 발생에 필요한 최소 자극 강도) 뉴런은 아세틸콜린이 다른 신경세포에서 흔히 유도하는 지속 발화(persistent firing)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지속 발화는 신경세포가 한 번 자극을 받은 뒤에도 오랫동안 연속해서 신호를 내는 현상으로, 짧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붙잡아 두는 작업 기억이나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LR 뉴런은 아세틸콜린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대신 머리 회전 속도(angular head velocity)를 순간적으로 계산해 전달하는 데 특화된 기능을 맡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만히 있든 움직이든 어느 상태에서도 일관된 방향과 속도 정보를 제공하는 계산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얻은 계산 결과는 다시 다른 뉴런에 전달돼 방향과 속도 정보로 종합된다. 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도망치거나 피난처를 찾는 등 생존과 직결되는 순간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동물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위치를 계산하고 기억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라며 “위험 상황에서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 즉시 최단 탈출 경로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으로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익숙한 장소에서 방향 감각을 잃는지를 설명하는 데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아세틸콜린 신호가 약화되거나 관련 기능이 손상되면서 LR 뉴런의 계산 능력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환자가 현재 위치와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는 초기 증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아세틸콜린 신호 약화가 광범위하게 보고되는 알츠하이머병에서 LR 뉴런의 특화된 계산 능력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Progress in Neuro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Source
Izabela Jedrasiak-Cape, Chloe Rybicki-Kler, Isla Brooks, Megha Ghosh, Ellen K.W. Brennan, Sameer Kailasa, Tyler G. Ekins, Alan Rupp, Omar J. Ahmed, Cell-type-specific cholinergic control of granular retrosplenial cortex with implications for angular velocity coding across brain states, Progress in Neurobiology, Volume 251, 2025, https://doi.org/10.1016/j.pneurobio.2025.102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