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연구와 유전자 분석 종합…“음주는 안전 수치 없고, 마실수록 위험만 커져”

‘적당한 음주가 뇌에 좋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었다. 그동안 일부 관찰 연구에서 “소량의 술은 오히려 뇌 건강을 지킨다”는 결과가 발표되며, 적당한 음주가 치매 예방에 유익하다는 통념이 퍼져왔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을 설명할 때 “적포도주 한 잔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문장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맥락을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

이 연구는 영국의학저널(BMJ) 그룹이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Evidence-Based Medicine> 온라인판에 9월 중순 게재됐으며, 9월 23일 영국 현지 언론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미국의 초대형 유전체 코호트 ‘Million Veteran Program(MVP)’과 영국의 대표적 인구 기반 코호트 ‘UK Biobank(UKB)’ 데이터를 분석했다. MVP는 2011년부터 미 재향군인 백만 명 이상을 모집해 유전·건강 데이터를 수집하는 프로젝트이며, UK Biobank는 50만 명을 10년 넘게 추적 관찰하는 세계적 규모의 역학·유전체 데이터베이스다.

연구진은 미국 MVP와 영국 UK Biobank 참여자 55만 9,559명을 평균 4~12년간 추적해 치매 1만 4,540건과 사망 4만 8,034건을 확인했으며, 추가로 약 244만 명 규모의 유전체 데이터를 포함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소량 음주라도 치매 예방 효과는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위험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음주량에 따른 치매 위험(HR)을 보여주는 포레스트 플롯. 미국 MVP와 영국 UK Biobank 데이터를 합친 결과, 비음주자와 과음자에서 위험이 높게 나타났지만, 이는 치매 초기 증상 때문에 술을 줄이거나 끊으면서 위험이 높아 보인 ‘역인과성’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소량 음주에서도 보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 Topiwala et al., BMJ Evidence-Based Medicine, 2025
주당 음주량에 따른 치매 위험(HR)을 보여주는 포레스트 플롯. 미국 MVP와 영국 UK Biobank 데이터를 합친 결과, 비음주자와 과음자에서 위험이 높게 나타났지만, 이는 치매 초기 증상 때문에 술을 줄이거나 끊으면서 위험이 높아 보인 ‘역인과성’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소량 음주에서도 보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 Topiwala et al., BMJ Evidence-Based Medicine, 2025

 

관찰 연구와 유전학적 분석, 결론은 하나

관찰 연구에서는 소량 음주자에 비해 비음주자와 과음자 모두 치매 위험이 더 높은 ‘U자형 곡선’이 나타났다. 실제로 과도한 음주군에서는 치매 발생 위험이 41%, 알코올 사용 장애 집단에서는 51% 더 높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생활습관 차이, 사회적 요인, 혹은 치매 발병 전기 단계에서 음주를 줄이는 역인과성(Reverse Causation)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치매 초기 증상으로 음주량이 감소해 ‘비음주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더 나쁘게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행된 유전학적 분석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주간 음주량이 늘어날수록 치매 위험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어떤 수준에서도 ‘보호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주당 음주량이 한 단위 늘어날 때마다 치매 위험은 15% 높아졌고, 알코올 의존성이 두 배가 되면 위험도 16% 증가했다.

 

지중해식 식단 속 와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중해식 식단은 채소, 과일, 생선, 올리브유 등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품을 풍부하게 포함해 인지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권고안에는 ‘적포도주 한 잔’이 포함되어, 마치 소량의 술이 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중해식 식단의 효과를 와인 한 잔에서 찾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BMJ 연구처럼 유전자 기반 분석까지 포함한 최신 근거에서는 “와인 한 잔조차도 치매 예방 효과는 없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은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와 건강한 지방이지, 알코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치매 예방 전략, 절주 아닌 금주로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통해 “음주에는 안전한 수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일부 연구가 제시한 ‘적당한 음주의 이점’은 교란 변수의 산물일 뿐이며, 뇌 건강을 위해서는 음주량을 줄이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이는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국제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최신 가이드라인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알코올은 치매뿐 아니라 뇌졸중, 암 등 다양한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절주’보다 ‘금주’가 더 강력하게 권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음주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고령 인구의 음주율도 낮지 않다. 이번 연구는 치매 고위험군 관리와 대국민 건강 교육에 있어 ‘소량은 괜찮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음주를 줄이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핵심은 명확하다. 지중해식 식단은 여전히 뇌 건강을 돕지만, 그 효과는 와인 때문이 아니다. 술은 적게 마셔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마실수록 위험은 커진다. 치매 예방의 진정한 선택지는 ‘적당한 음주’가 아니라 ‘금주’다.

 

Source

Topiwala, A., Levey, D. F., Zhou, H., Deak, J. D., Adhikari, K., Ebmeier, K. P., Bell, S., Burgess, S., Nichols, T. E., Gaziano, J. M., Stein, M. B., & Gelernter, J. (2025). Alcohol use and risk of dementia in diverse populations: Evidence from cohort, case-control and Mendelian randomization approaches. BMJ Evidence-Based Medicine.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136/bmjebm-2025-11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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