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년 국가자료 기반 추적 연구…이식군 치매 진단률 11.2%, 비이식군 17.5%
"적극적 청각 재활, 뇌 인지기능 보존에 기여...고령층 난청 관리 시급"
국내 연구팀이 중증·심도 난청이 있는 성인 환자 35만여 명을 10년에 걸쳐 추적 분석한 결과, 인공와우(Cochlear Implant, CI) 이식이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고, 발병 시점을 늦추는 것과도 유의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장영수·서영준 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윤철영·박경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이과 및 신경이과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학술지인 <Otology & Neurotology> 9월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35만 명 추적 관찰…이식받은 환자군, 치매 발생률 약 36% 낮아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NIS)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난청 진단 당시 치매 이력이 없는 만 50세 이상 환자 356,850명을 분석했다. 이 중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2,447명, 받지 않은 환자는 354,403명이었다.
분석 결과, 두 집단 간의 치매 발생 양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인공와우 이식군의 치매 진단율은 11.2%에 그쳤지만, 이식을 받지 않은 비이식군은 17.5%로 나타나 이식군의 치매 진단률이 비이식군보다 약 3분의 1 낮았다.
치매 발병 시점, 수술받은 그룹이 더 늦게 진단
난청 진단 후 치매가 발병하기까지의 기간을 분석한 결과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비이식군은 평균 587.7일(약 1.6년) 만에 치매 진단을 받은 반면, 이식군은 평균 1,886.9일(약 5.2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받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치매 진단까지 걸린 시간이 약 3배 길었고, 두 집단 간 차이는 약 3.6년에 달했다.
연구팀은 중증 난청 환자가 소리를 듣기 위해 더 많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억력이나 다른 인지 기능에 쓰일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와우 이식은 이러한 부담을 줄여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며, 치매 발병 시점이 지연되는 결과와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난청은 교정 가능한 치매 위험 인자…적극적 치료 필요”
난청은 단순한 청력 문제를 넘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잘 들리지 않으면 뇌가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 과정이 지속되면 기억력·주의력 등이 빠르게 소모될 수 있다. 또한 난청은 사회적 대화와 활동을 줄여 인지저하를 가속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이유로 WHO와 국제 연구들은 난청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교정을 치매 예방 전략의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인공와우 이식이 치매 발생과 유의한 연관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이가 많더라도 청각 재활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방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으며, 보험자료 특성상 난청 원인, 지속 기간, 재활의 질 등 세부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국 단위 대규모 데이터에서 청각 재활과 인지 건강의 연관성이 실증된 것은 중요한 근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난청은 전 세계적으로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령화 시대 치매 예방을 위해 난청의 조기 발견과 인공와우 이식 등 적극적인 청각 재활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ource
Chang YS, Seo YJ, Yoon CY, Park KH. Association Between Cochlear Implants and Dementia in Severe-to-Profound Hearing Loss Patients: Results From the National Insurance Service Survey 2010-2020. Otol Neurotol. 2025 Sep 1;46(8):938-943. doi: 10.1097/MAO.0000000000004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