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치매 사례의 8%를 차지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 ‘난청’
‘Brain&Life’ 12-1월호, 노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치매 걸릴 위험 28%↑

청력이 손상된 사람들에게 보청기는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도를 낮추는 중요한 도구다.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청력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교 모임이나 직업적 모임을 피하게 된다.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 손실을 치료하면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을 줄이지만, 많은 사람이 보청기 착용을 꺼린다.

미국 뇌 건강 매거진 <Brain&Life> 1-2월호에 "보청기가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도를 낮춘다"는 내용이 실렸다.

약 10년 전, 수잔 에델만은 시끄러운 식당, 붐비는 방,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을 거의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청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회사 CEO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난청은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큰 문제였다.

에델만은 청력 및 균형 장애 전문가인 청각학자를 만나 청력도(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주파수에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추적하는 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추천받았다. 올해 63세인 에델만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청력 손실이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을 바꿨다.

에델만은 “부모님 모두 치매를 앓고 있어서, 난청이 치매를 심화한다는 정보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53세부터 보청기를 착용해 5년이 지난 뒤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집중력이 향상됐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복잡한 생각과 대화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Frank R. Lin 존스홉킨스 청각 및 공중보건센터 소장, Terry D. Fife 애리조나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Joel Salinas 뉴욕대학교 랭곤 병원 신경학 교수 /  대학 홈페이지
Frank R. Lin 존스홉킨스 청각 및 공중보건센터 소장, Terry D. Fife 애리조나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Joel Salinas 뉴욕대학교 랭곤 병원 신경학 교수 /  대학 홈페이지

 

난청 치료가 인지적 이점을 준다는 최근 증거로는 2023년 8월, 70세에서 84세 사이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국립보건원 지원 연구(The Lancet)가 있다. 이 연구의 1차 결과에서는 보청기를 착용한 참가자의 인지력이 향상되지 않았지만, 인지력 저하 위험이 큰 하위 그룹에 초점을 맞춘 2차 데이터 분석에서는 보청기 착용이 3년 동안 인지력 저하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청각 및 공중보건센터 소장이자 랜싯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프랭크 린(Frank Lin) 박사는 “잠재적으로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중 청력 손실은 2020년 랜싯 치매 위원회에서 전 세계 모든 치매 사례의 8%를 차지하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연구 시작 시점과 3년 후에 MRI 뇌 스캔 비교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는 사회적 인지적 처리와 관련된 뇌 부위의 손상(‘얇아짐’으로 알려짐)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홉킨스의 이비인후과 및 두경부 외과 교수이기도 한 린 박사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세 가지 요인, 즉 사회적 고립, 인지적 피로, 감각 박탈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청기의 인지 기능 저하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18년 10월 미국 노인학 저널(Journals of Gerontology)에 발표된 65세 이상 3,777명을 대상으로 한 25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연구 참가자를 제외하고 자가 보고된 난청이 있는 사람의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청력 저하는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인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유발한다. 애리조나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인 테리 D. 파이프(Terry D. Fife) 박사는 “청력 손실은 종종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언어적 자극 및 의사소통 감소, 외로움, 우울증을 초래한다”며, “이미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 고립의 영향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1월 미국 노인병 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노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28%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월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을 경험하는 노인은 이후 10년 동안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저자 중 한 명인 뉴욕대학교 랭곤 병원(NYU Langone Health) 신경학 교수 조엘 살리나스(Joel Salinas) 박사는 “유전적 요인이나 기타 전통적인 위험 요인으로 인한 치매 위험이 크지 않은 노인인데 외로움에 처하면 치매 위험도가 최대 3배까지 높게 나타난 것으로 관찰됐다”며, “청력 손실을 치료해 사회적 상호 작용에 참여하는 능력을 높이면 외로움을 해결하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시의 은퇴한 연구원이자 컨설턴트인 83세의 로이 펠드먼은 60대에 청력이 약해지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보청기 착용을 거부하고 사회적 고립과 인지력 저하를 경험한 사실을 떠올렸다. 대화가 점점 어려워지던 펠드먼은 ‘당장 보청기를 착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린 박사는 “나는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보청기의 도움으로 대화를 이해하고 참여하므로 다시 사교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전화로 더 쉽게 대화할 수 있으므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끊임없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에 뇌의 피로가 덜하다”고 말했다.

 

David S Knopman 메이요 클리닉 신경과 교수, Andrew Budson 보스턴 대학교 신경과 교수 / 대학 홈페이지
David S Knopman 메이요 클리닉 신경과 교수, Andrew Budson 보스턴 대학교 신경과 교수 / 대학 홈페이지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 신경과 교수 데이비드 S. 노프만(David S. Knopman) 박사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감소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는 치료하지 않은 청력 손실의 결과라고 전했다.

전미 노화위원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난청을 경험하고, 75세 이상 인구 5명 중 2명이 난청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52세에서 64세 사이에 난청이 시작된다. 원인은 다양하다. 평생 과한 소음에 노출되거나 귀 또는 머리 외상, 바이러스 감염, 특정 약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파이프 박사는 청력 손실은 파브리병, 와덴버그 증후군, 표재성 측두엽증 등 특정 희귀 신경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의학 저널 <Open Medicine>에 실린 2022년 리뷰에서 청력 손실과 알츠하이머병, 자폐증, 파킨슨병, 뇌졸중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명시했다.

린 박사는 사회적 고립과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 증가 외에도 청력 손실은 낙상으로 입원하게 만들고, 많은 의료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또한 “청력 손실은 말과 소리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자극을 감소시켜 잠재적으로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며, 뇌의 정상적인 감각 입력을 박탈함으로써 뇌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청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질  높이고 인지 저하 예방

보청기 착용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치매 위험을 줄이며 의사가 인지 피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청이 있는 많은 사람이 보청기 착용을 꺼린다.

린 박사는 “청력 손실을 치료하지 않으면 말소리와 소리 신호가 뇌에 도달할 때까지 왜곡되어 뇌가 이를 처리하는 데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사고와 기억과 같은 작업은 물론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심장병과 같은 질환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사용되는 인지 자원이 줄어들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스턴 대학교 신경과 교수 앤드류 버드슨(Andrew Budson) 박사는 “난청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난청이 있는 부모에게 ‘아빠를 위해 착용하지 말고 저를 위해 착용하세요. 그러면 제가 소리치지 않아도 되니까요’라고 설득하라고 전한다. 이것이 보청기 사용에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미용상의 문제로 보청기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최신 보청기는 이전 모델보다 훨씬 덜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정기적으로 청력 수치를 모니터링함으로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고 지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린 박사는 “예를 들어, 나는 47세이고 양쪽 귀의 청력 수치가 약 10dB이다. 이는 기술적으로는 정상 범위에 속하지만 18세 딸의 청력보다는 훨씬 나쁘다. 이 정보는 내가 붐비는 레스토랑에 있을 때 왜 딸만큼 잘 듣지 못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보청기는 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동시에 가족, 친구, 동료들은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개선하려고 조처할 수 있다. 린 박사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고,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문장을 반복하거나 다시 표현하며, 중요한 대화를 위해 낮은 천장과 소리가 튀지 않는 부드러운 표면이 많은 적절한 환경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청력 손실이 있는 경우 조기에 개입하면 장기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 60대에 보청기를 착용하기 시작한 로이 펠드먼은 70대 후반에 양쪽 귀에 심각한 감염이 발생해 청력이 크게 악화했다. 그의 청각 전문의는 손상을 보완하기 위해 즉시 보청기를 조정했다. 그의 아내는 “로이는 현재 약간의 단기 기억 상실이 있지만 사회적 상황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청이 의심되면 늦기 전에 전문의에게 청각 검사를 받아보고 보청기가 필요한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어떤 유형의 보청기가 자신의 청력 요구 사항과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지 파악하기 위한 체험 기간을 갖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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