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미래 혁신 키워드…신경과학에 길을 묻다
사노피 미래 혁신 키워드…신경과학에 길을 묻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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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 한국지사 배경은 대표(GM) 인터뷰 "미충족 수요 큰 분야 파트너링" 
사진: 배경은 대표.
사진: 배경은 대표.

산업계 경쟁이 치열할수록 흔하게 나오는 말이 '신사업 개발, 먹거리 찾기'다.

당뇨병 분야 100년의 인슐린 역사와 헤리티지를 보유한 프랑스계 다국적제약기업 사노피도 신사업 동력에 '신경과학'을 새로운 혁신의 키워드로 올렸다.

사노피의 한국 지사장이자, 여성리더로 10년간의 커리어를 쌓아온 배경은 대표(사진)는 최근 다국적제약사 출입기자모임과 사노피 본사에서 공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배 대표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및 퇴행성 뇌신경질환과 관련한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 본사 차원의 로드맵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다발성 경화증을 비롯한 파킨슨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과 헌팅턴병 등과 같이 현재 의료 솔루션보다 미충족 요구가 큰 분야에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고자 협업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노피 본사가 진행 중인 신경과학 파이프라인 개발 상황은 다양하다. 바이오테크 프린시피아(Principia)를 인수해 다발성 경화증 2상임상에서 경구용 BTK 억제제인 '톨레브루티닙(tolebrutinib)' 평가를 완료했다.

또 미국 생명공학회사 디날리 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s)와도 신경염증성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RIPK1 억제제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이 같은 신경과학 연구개발(R&D) 투자 행보는 얼마 전 국내 기업과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지난 1월 사노피 본사는 국내 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에 대해 최대 10억6,000만 달러(약 1조2,72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해당 계약에 따라 사노피는 ABL30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 상황. 남은 전임상 연구와 1상임상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도하고, 이후 임상시험부터 상업화 단계까지는 사노피가 맡게 됐다.

여기서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가 보유한 '그랩바디-B(Grabody-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서 파킨슨 발병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를 뇌 안으로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해당 그랩바디-B 기술은 뇌혈관장벽(BBB) 투과를 극대화시키는 IGF1R 타깃 BBB 셔틀 플랫폼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국내 기업과의 협업에 대해 "본사가 주력하는 면역억제제 및 항암제, 중추신경계, 백신, 디지털 분야에서 파트너링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노피 본사도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중항체 전문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와 1조3,000억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하반기 디지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환자중심적인 파이프라인도 도입할 예정"이라면서 "이미 시장에 출시된 품목들과 더불어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최초 및 최고의(First in class, Best in class) 제품에 대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다음은 배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로 제약산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사노피가 도입한 'WEWE 제도'의 취지는 무엇인가.

2019년 말, 폴 허드슨이 사노피의 새로운 CEO로 부임한 이래로 '플레이 투 윈(Play to Win)'이라는 네 가지 핵심전략 하에 모든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인 '일하는 방식의 재정립(Reinvent how we work)' 전략 내에 업무 유연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한국에서는 WEWE (Whenever Wherever)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직원들이 업무 성격, 특성, 선호도,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근무 방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 달의 절반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또한 하루 중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의 코어타임 이외에는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핵심은 근무 유연성을 극대화하고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근무 방식을 새롭게 전환하고자 한 데 있다.

Q. 디지털 치료제 도입이 활발한 유럽과 달리 국내 상황은 '치료'보다 '정보 전달'에 주로 활용된다. 사노피 로드맵은 어떤가.

디지털 치료제가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나라마다 도입 정도와 규제 등이 상이하다. 우리나라는 단일 건강보험(single-payer system)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정부에서 국민 대부분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보유한 독보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을 접목한 솔루션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정보 활용은 각별히 유의하되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헬스케어 관련 빅데이터가 업계에서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전향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헬스케어 관련 디지털 솔루션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사실 전통적인 치료제(약물)는 물질을 개발하고 임상 데이터로 효과를 입증해서 허가를 받는 일종의 익숙한 모델과 절차가 확립되어 있다. 반면 디지털 솔루션 쪽은 그렇지 않다. 결과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데이터 관리는 누가할 것인지, 서버는 어디에 둘 것인지,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마련된 기준이 없다 보니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Q. 사노피 대표 10년, 성취감을 느꼈을 때를 꼽는다면?

집중하는 부분이 다양성과 존중의 문화다. 특히 사노피는 프랑스 회사이다 보니 '관용(tolerance)'이라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지금과 같은 비대면, 저성장 시대에 업무현황을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각 부서의 실무에 있는 직원이 임파워링(empowering)되어서 아이디어를 내고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잘 자리잡고 있어야 직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가진 좋은 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르게 한 것도 회사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Q. 리더로서 업계 여성 직원들에 전하고 싶은 말은?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일 욕심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작년 말 둘째 입시를 마무리하며 생각을 해 보니, 결론적으로는 일을 계속했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도 성장하고, 더불어 내가 인간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사춘기 시절에 함께 공감해 주고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배운 리더십과 인간관계 덕이기도 했다. 물론 일과 삶, 커리어에 관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고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일에 대한 꿈이 있는 여성이라면 아이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나 멘토링을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내 경험을 담아서 진솔하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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