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100만 명 이상이 무급으로 치매 환자를 돌보는 현실
돌봄 제공자가 웰빙을 유지하며 최상의 케어를 할 수 있는 방법

퍼블릭 도메인

치매를 앓는 가족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돌봄 제공자 자신의 웰빙을 유지하면서 최상의 케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치매 가족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천문학 교수였던 조지 리드는 2012년 9월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의사에게 처음 자신의 병명을 들었을 때 화를 가라앉히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의 딸 타라 리드(Tara Reed)는 “아빠의 지성은 아빠의 가장 큰 강점이자 정체성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리드의 아내 조앤은 남편을 돌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세 자녀 중 타라에게 크게 의존했다.

남편이 진단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조앤은 타라에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자신과 조지 모두의 삶을 끝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타라는 “아빠를 보호하고 엄마의 일상적인 간병 책임을 덜어주기 위해 아빠를 빨리 요양 시설로 옮겨야 할 때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자신의 치매 보호자로서의 경험을 기록한 책에 썼다(<눈물 사이에서 해야 할 일...가족의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 진단에 대처하는 실용적인 가이드>(What to Do Between the Tears...A Practical Guide to Dealing with a Dementia or Alzheimer's Diagnosis in the Family)).

80세인 조앤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중등도 단계다. 그녀는 다른 딸인 크리스틴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의 메모리 케어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타라는 치매 진단 후 4년이 흐른 2016년,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돌봤기 때문에 크리스틴이 이제 엄마를 돌보기로 했다. 타라는 “언니(크리스틴)가 저를 도와주었던 것처럼 저도 언니를 돕겠지만, 다시 엄마의 치매까지 짊어질 수는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협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스트레스 요인은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스트레스 요인으로 정서적 긴장, 사회적 고립, 간병으로 인한 체력 부담, 재정적 불안정 등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1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한국처럼 치매에 걸린 가족을 무급으로 돌보고 있다.

앨라배마주 터스칼루사 VA 메디컬 센터의 신경과 전문의 다니엘 C. 포츠(Daniel C. Potts) 박사는 “저는 간병인이 환자를 돌볼 때 항상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간병인이나 환자 가족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간병인이 정서적 체력적으로 방전되지 않도록 추가 도움을 받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라디오(Alzheimer's Speaks Radio)와 알츠하이머 토크(Alzheimer's Speaks) 팟캐스트 설립자이자 수년간 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개발한 무료 자료를 제공하는 디멘시아 맵(Dementia Map)의 공동 설립자 로리 라 베이(Lori La Bey)는 “간병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종종 우울증, 스트레스 수치 상승,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간병인은 어느 시점부터 슬픔, 불안, 외로움, 피로를 경험합니다”라고 말했다. 간병인의 번아웃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매가 진행되고 일상적인 업무가 어려워지면서 간병인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치매여도 사랑하기 때문에 옷 입히고 씻기고, 의사소통과 이동을 도와야 한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웩스너 메디컬 센터의 인지신경과 더그 샤레(Doug Scharre) 박사는 “불규칙한 행동, 동요, 분노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샤레 박사와 여러 치매 전문가는 간병인과 가족 모두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장애 징후 파악하기(Identify Signs of Impairment)

포츠 박사는 치매 환자의 안전에 집중하고 모니터링하며, 운전이나 전열 및 조리 기구, 전동 공구 등의 사용을 중지해야 할 시기를 파악하라고 말한다. 감독하지 않을 때 배회(방황)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타라 리드는 아빠 조지가 외출할 때 엄마 조앤이 알 수 있도록 문이 열리거나 닫힐 때마다 경보음이 울리는 시스템을 부모님 집에 설치했다. 또한 타라는 아빠가 길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팔찌를 선물했다. 소방관인 타라의 오빠와 시누이는 소방관들이 응급 상황에 대응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조지의 치매에 대해 사전에 지역 소방서에 알렸다.

타라는 “오리건주 소방서에는 병력 정보가 담긴 컴퓨터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는 전국의 다른 지역 소방서나 응급 의료 서비스 부서와 함께 검토해 볼 만한 사항입니다”라고 제안했다.

56세의 댄 샐린저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집을 고쳤다. 92세의 치매 환자 아버지 에드가 이사 오기 때문이다. 댄은 아버지가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느슨한 카펫을 걷어내고, 계단이 있는 차고와 뒷마당 문에 자물쇠를 달았으며, 아버지가 다칠 수 있는 주방 공간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

 

연결 상태 유지(Stay Connected)

치매 환자는 현실과의 접촉을 잃고 사실과 상상을 혼동할 수 있다. 샐린저는 아버지와 함께 이러한 현상을 자주 목격했다. “아버지는 가끔 존재하지도 않는 새 여자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손주에 관해 물어보며 손주들이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십니다. 때로는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을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샤레 박사는 치매 환자와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 더 천천히 말하고 더 간단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일부 환자에게 언어 치료도 추천하지만, 치료사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함께 일하는 데 특별한 훈련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수지 싱어 카터는 16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어머니 노마를 간병할 때, 어머니가 주소를 기억하는지 테스트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카터는 “돌이켜보면 그 행동이 어머니에게 좌절감과 당혹감을 안겨드린 것 같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어머니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훨씬 더 생산적이고 건강했습니다.”

카터는 엄마와의 여정에서 영감을 얻어 2018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발레리 하퍼 주연의 단편 영화 <엄마와 소녀>(My Mom and the Girl)의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카터는 “잘못 알고 있는 질병을 정확하게 묘사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낙인, 부정, 두려움, 슬픔을 수용, 이해, 감사, 사랑으로 대체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라며 영화의 각본을 쓴 취지를 설명했다.

 

루틴 만들기(Establish a Routine)

치매 환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양치하고, 잠자리에 들도록 하면 혼란을 피하고 안정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일관되고 익숙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하도록 격려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식사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쁨 만들기(Create Joy)

팟캐스트 <사랑은 알츠를 정복한다>(Love Conquers Alz podcast)의 제작자이자 공동 진행자인 카터는 엄마를 웃게 할 방법을 찾았다. 엄마의 성격과 의사소통 능력이 점점 사라지자, 카터는 소통에 음악을 활용했다. “어머니는 노래를 좋아하셨어요. 길거리나 상점에서 듣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노래를 불러주곤 하셨죠. 병의 진행 단계에서도 음악은 우리의 공통된 유대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익숙한 음악을 들으면 가사를 기억해 냈습니다.”

샐린저와 그의 아버지는 틱톡 동영상을 제작해 소통한다. 팬데믹 동안 많은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샐린저도 가족의 바쁜 일상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될 무렵 샐린저의 집으로 이사 온 에드도 영상에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에드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했다. 샐린저의 틱톡 계정(@dsalnorcal)은 21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게 됐으며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함에 따라 라 베이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집중했다. 라 베이는 “어머니의 어깨와 손을 주물러드리고, 안아드리고, 음악을 틀어드리고, 밖에 함께 앉아 따뜻한 햇살을 얼굴에 느끼곤 했습니다”라며,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것이 저와 함께 동요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잠시 후에’라고 하면 어머니는 ‘악어’라고 대답했죠.”

 

취미 발견하기(Discover Hobbies)

약 4년 전, 메리 파쿼는 알츠하이머병 중등기에 접어든 남편 로저(78세)를 위해 미술 교실을 찾았다. 지금은 중증 단계에 접어들어 미니애폴리스의 기억력 관리 시설에 살고 있지만, 로저는 그림 그리기 수업을 좋아했다. 메리는 “집에서는 잘 하시지 않았지만, 수업 시간에는 작품에 몰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메리와 로저는 합창단에 가입했다. 두 사람은 배역을 정해 함께 연습하고 치매를 앓고 있는 다른 단원들과 공연했다. “로저는 단기 기억력은 손상됐지만 노래 가사는 기억했습니다. 합창단의 일원이 되면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해합니다.” 보행 장애 때문에 시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로저는 점차 합창단 참여 횟수가 줄어갔다.

포츠 박사의 아버지 레스터는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후 알라바마주 터스컬루사의 데이케어센터에서 수채화를 배웠다. 그는 2007년 사망하기 전까지 100점 이상의 수채화를 그렸다. 그의 작품 중 일부는 책으로 출간됐고, 일부는 2010년 베벌리힐스의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됐다.

포츠 박사의 어머니 에델다는 84세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2024년 6월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포츠 박사는 “음악 교사였던 어머니는 지독하게 독립적이었고,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을 좋아했다”라고 했다. “어머니가 장기 요양 시설로 옮기셨을 때 직원들은 어머니에게 노래 프로그램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고, 어머니는 책임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었습니다.”

 

Source
Advice for Caregivers of Loved Ones with Dementia
https://www.brainandlife.org/the-magazine/articles/2024/october-november-2024/advice-for-caregivers-loved-ones-with-demen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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