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항체 신약 보험지침 논란
'치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항체 신약 보험지침 논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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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MS 초안 발표 후 샅바싸움 지속…환자단체 강력 비판 성명도 
사진: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단체(UsAgainstAlzheimer's) 홈페이지.
사진: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단체(UsAgainstAlzheimer's) 홈페이지.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치료제에 대한 미국 내 국가보장결정안(National Coverage Determination)을 놓고 제약산업계를 비롯한 환자단체의 반발이 들끓는 모양새다.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가 준비 중인 치매 항체약 보험 가이드라인의 최종본이 오는 4월 13일 공개를 앞둔 상황에서 보험당국과 이들 단체간의 샅바싸움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 환자단체(UsAgainstAlzheimer's)가 지난달 중순 발표된 CMS의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초안)' 적용기준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환자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CMS가 제시한 기준은 알츠하이머 치매 표적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및 유사 항체 치료제들의 보장 범위를 대폭 축소시켜 결국 치료적 접근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CMS가 지난 1월 공개한 드래프트 가이드라인에서 아두카누맙의 치료비용 보장 범위를 "정부기관이 인정한 적격 임상에 등록된 환자들로 제한한다"는 기조를 세운 것에 대한 여파로 풀이된다. 

환자단체는 "(최종안이 이대로 결정된다면) 국가 노인 건강보험 보장 프로그램인 메디케어가 적격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소수 환자들에만 단일클론항체 약물의 치료 비용을 분담해주는 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따라서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항체 치료제들의 경우에는 보장 범위를 제한하지 말고 폭넓은 치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단체 공동설립자인 George Vradenburg 회장은 성명서에서 "CMS가 제안한 보장 범위 결정에 대해 우리 단체가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초안의 내용에 따르면 메디케어가 '정작 알츠하이머 환자를 제외한, 모든 노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면서 "향후 십수년간 이러한 신규 항체 치료제들에 대한 환자 접근성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자들은 이번 초안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에 따른 부담을 결코 감당할 수 없다"며 "우리는 치매 환자의 권익에 반하는 비양심적인 결정을 뒤집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이번 입장문에는 알츠하이머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64명의 임상의 및 연구자 그룹이 참여한 공동 논평도 이어졌다.

여기서 "CMS는 과학에 대한 최신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과학적 의사처리 과정의 결과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환자와 의사가 최신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젠·에자이·릴리 등 제약업계 반발 거세…강경 입장, 후발 신약 신청 포기까지

보험 적용기준 초안이 공개되자 제약·산업계의 눈치작전도 빨라졌다.

아두카누맙의 공동개발사인 바이오젠은 입장문을 통해 "무엇보다 문제는 치료적 기회가 절박한 환자들에 약물 사용을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는 환자 선택권에 대한 약속을 확고히 하고 CMS가 FDA 승인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젠의 Michel Vounatsos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치료제들의 보장 범위를 놓고 CMS와 회사간 직접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후속 진입 항체 약물에도 여파가 상당한 만큼 당국과 긴밀한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후보물질 '도나네맙(donanemab)'의 글로벌 허가를 준비 중이던 다국적제약기업 일라이 릴리도 강경 노선을 택했다.

당초 도나네맙은 올해 1분기 미국 FDA 가속승인 신청 계획을 마무리지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돌연 회사 측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릴리는 실적 발표회 석상에서 "도나네맙의 FDA 가속승인 신청 계획을 연기할 것"이라며 "CMS가 선발품목인 아두카누맙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적격 임상시험 참가자로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릴리는 작년 10월 시작한 가속승인 임상자료 순차제출(rolling submission)을 보류하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두 번째 3상임상인 'TRAILBLAZER-ALZ 2 연구'의 톱라인 결과(2023년 공개 예정)가 나올 때까지 일정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UsAgainstAlzheimer's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 가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설립한 환자단체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바이오젠이 진행한 아두카누맙 관련 초기 임상들을 놓고 "참가자들의 인종적 다양성이 빠져있다"며 치료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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