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내민 'p-tau181 성적표' 아두카누맙 효과 대변할까
바이오젠 내민 'p-tau181 성적표' 아두카누맙 효과 대변할까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3.23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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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PD 2022] 새 바이오마커 추가분석 발표 "임상적 혜택 추론"
출처: AD/PD 2022 학술대회 홈페이지.

혈장내 'p-tau181' 수치 변화를 기점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의 유효성 근거를 마련하려는 바이오젠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 분주해질 전망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에 최초 시판허가를 받은 항체약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허가 전과정에 걸쳐서는 유독 실효성 논란이 많은 약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탓이다. 유효성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회사 측의 입장과 달리, 피어리뷰(동료평가)를 통한 객관적 검증자료의 공개까지 늦어지며 의혹을 키우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이목이 쏠렸던 해당 피어리뷰 결과는 작년 6월 아두카누맙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허가를 받은 이후 1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뒤늦게 발표됐다. 뚜껑이 열린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신속심사에 근거가 된 주요 3상임상 두 건을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적 혜택을 놓고 유효성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슷한 시기에 미국신경과학회(AAN)가 작성한 아두카누맙의 임상보고서도 공개됐다. 여기서 학회는 "지금껏 발표된 임상만으로는 효과 판정이 불분명해 추가 4상임상 결과를 지켜봐야만 한다"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진통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개발사인 바이오젠의 상황은 이와 같을 수 없다. 아두카누맙 개발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만큼, 신속허가에 조건으로 달린 시판후 4상임상을 병행하는 동시에 추가 임상 분석데이터를 꾸준히 제시해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오젠은 작년 11월 CTAD 학회에서 아두카누맙의 새 모니터링 지표를 공개한 지 4개월 여만에 올해 AD/PD 컨퍼런스에서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아두카누맙의 인지저하 개선 혜택을 한층 강조하고 나섰다.

현재 바이오젠은 "장기간 아두카누맙 치료를 시행한 환자군에선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변화에 관여하는 혈장내 p-tau181 수치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주장을 피력 중인 상황.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두카누맙에 이어 후속 타선으로 준비 중인 두 번째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 '레카네맙(lecanemab)'의 경우도 p-tau181 수치를 바이오마커로 잡은 임상들을 진행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및 파킨슨병 국제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Alzheimer's and Parkinson's Diseases, 이하 AD/PD 2022)에서는 아두카누맙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연장 임상 분석 결과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됐다.

결과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아두카누맙의 허가 3상임상인 'EMERGE' 및 'ENGAGE 연구'에 등록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장분석을 진행한 결과, 장기간 아두카누맙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최대 132주(2년 6개월)까지 베타 아밀로이드반 수치가 유의하게 줄었으며, 혈장내 p-tau181 수치 역시 최대 128주까지 상당한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했다(P < .001). 더욱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표준화된 섭취계수율(standardized uptake value ratio, 이하 SUVR)에 있어서도 제거율이 높은 환자들의 경우엔(78주 기준 SUVR 1.1 미만), 이러한 p-tau181 수치 감소가 더 현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두 연구에서 78주 시점에 탐색적 평가변수(exploratory endpoint)로 설정된 혈장내 p-tau181 수치가 감소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수치가 감소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인지 및 기능 상태를 측정하는 4가지 일차 평가변수 모두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장기간 아두카누맙 치료로 인해 낮아진 p-tau181 수치는 주요 평가변수로 잡힌 ▲임상치매척도(CDR-SB)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DAS-Cog13) ▲일상생활수행능력평가(ADCS-ADL-MCI) 등과도 유의한 수준의 상관관계를 제시했다는 분석이었다.

◆쟁점1. CTAD 발표 후 4개월만에 추가분석 공개…수치 감소 연관성 해석

아두카누맙 제품사진.
아두카누맙 제품사진.

아두카누맙의 치료효과를 가늠하는 새 모니터링 지표로 혈장내 p-tau181 수치를 주목한 결과는 작년 국제학회 석상에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2021년 11월 열린 제14회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컨퍼런스(Clinical trials of Alzheimer`s Disease, 이하 CTAD)에서 아두카누맙의 3상임상 EMERGE 및 ENGAGE 연구에 등록된 환자들의 혈장 샘플을 분석한 자료가 최초 발표된 것이다.

1,8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 7,000개의 혈장 샘플을 하위분석한 결과, 위약군 대비 아두카누맙을 투약한 환자군에서는 혈장 p-tau181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혜택이 관찰됐다. 특히 아두카누맙 고용량을 투약한 환자군의 경우엔 혈장내 p-tau181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했으며, 인지 기능저하를 늦추는 잠재적 혜택과도 일정 부분 연관성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타우 엉킴(neurofibrillary tangles) 현상을 대변하는 바이오마커인 p-tau 수치가 감소했다는 것은,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형성을 줄이는 동시에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기능저하를 둔화시키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다. 세부 결과를 짚어보면, 혈장내 해당 수치 변화를 놓고는 아두카누맙의 치료적 이점이 한층 부각됐다. p-tau181 수치 변화가 용량 및 치료기간에 비례해서 관찰됐기 때문이다.

먼저 EMERGE 연구에선 아두카누맙 고용량을 사용한 경우 p-tau 수치가 연구시작 시점 대비 13%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으나, 위약군에서는 오히려 8%가 상승했다. ENGAGE 연구에서도 아두카누맙 고용량 사용군은 p-tau 수치가 16% 낮아졌으며 위약군에서는 9%가 증가했다.

또한 이 같은 혈장내 p-tau181 수치 변화는 PET 영상검사상 관찰된 베타 아밀로이드 변화와도 연관성을 보고했다. PET 스캔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의 표준화된 섭취계수율(SUVR)이 EMERGE 연구(R=0.38) 및 ENGAGE 연구(R=0.42)로 각각 연관성을 시사한 것이다.

바이오젠은 학회 발표를 통해 "이번 결과는 p-tau181 수치 변화와 베타 아밀로이드반 사이에 유의한 상관관계를 시사한다"면서 "결국 혈장내 p-tau181 수치 변화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는 게 핵심이다. 새로 발견된 자료를 근거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환자 모니터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젠의 임상총괄책임자인 Samantha Budd Haeberlein 박사는 이번 바이오마커 임상에 대해 "알츠하이머병에서 아밀로이드 및 p-tau181 등과 같은 다운스트림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고려해야만 한다"며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형성을 줄이는 치료법으로 인해 환자들이 얼마나 오랜기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점2. p-tau181 수치 '임상적 이점 설명 가능?'…대리평가지표 사용 문제

그럼에도 아두카누맙의 유효성과 안전성 이슈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있다.

이러한 아밀로이드 제거 등과 같은 대리평가변수(surrogate endpoint)를 사용하는 것에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아두카누맙이 미국FDA 신속심사를 받을 당시 허가 결정을 반대하며 자문위원직을 사퇴한 전문가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가 알츠하이머 치료에 임상적 이점을 가져온다는 의학적 증거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강력 비판했다.

더불어 아두카누맙이 속한 베타 아밀로이드 계열 치료제들에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을 주요 소견으로 하는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중증 부작용 이슈도 관건이다. 특히 최근에 공개된 피어리뷰 결과에서도 언급됐듯, 부종과 관련된 ARIA-E 발생이 빈번했다는 대목이다.

이에 Haeberlein 박사는 "두 임상의 통합된 안전성 분석 결과를 보면 ARIA-E의 방사선학적 중증도의 경우 경증(68%) 또는 중등증(28%) 순이었으며 대부분이 무증상이었다"면서 "또한 ARIA-E 사건의 98.2%는 임상기간 동안 모두 해결됐으며 발생 이후 12주~16주 이내에 해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 중인 임상시험과 리얼월드 연구결과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효능 및 안전성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젠은 이와 관련해 오는 5월부터 시판후 4상임상인 'ENVISION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환자 선별작업을 시작으로 4년 뒤 임상의 1차 결과 판독에 착수한다는 입장. 이 밖에도 아두카누맙의 장기간 치료 결과를 평가하는 3b상임상 'EMBARK 연구' 및 종단적 변화를 파악하는 리얼월드임상 'ICARE AD-US 연구'도 시행 중인 상황이다.

비영리단체인 알츠하이머 신약개발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 이하 ADDF) 공동설립자인 Howard Fillit 박사는 이번 임상 발표에 논평을 달았다.

그는 "아두카누맙과 같은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는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면서 "노화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오늘날의 다양한 약물 파이프라인은 주로 염증 및 혈관기능장애 등과 같은 질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다방면에서 공격해야만 보다 효과적인 질병 정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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