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뽑은 올해의 이슈 3] 치매 표적 신약 '진짜 성공 멀었다?'
[기자가 뽑은 올해의 이슈 3] 치매 표적 신약 '진짜 성공 멀었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2.28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두카누맙 명(明)과 암(暗) '알츠하이머 최초 표적 항체약 진입, 6개월간의 여정'

알츠하이머 치매 분야 차세대 표적 치료제로 등장의 서막을 알린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한 아두카누맙은 올해 6월, 글로벌 전문약 시장에 첫 타석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들을 넘어선 최초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 신경염증과 감염, 장내미생물총 변화 등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여러 가설 중 아밀로이드 침착 가설을 기반으로 하는 첫 항체 신약인 셈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실상 이러한 항체의약품의 알츠하이머 시장 진출은 약물별 진입 순서상의 문제일 뿐 이미 충분히 예견돼 있었다는 대목. 아두카누맙과 같이 약물의 성분명 끝에 따라붙는 '~맙(Mab)' 계열 약으로 대표되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이하 Mab)의 시장 성장세는 지난 몇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어 무주공산(無主空山)과도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 영역인 치매 시장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이유기도 했다.

이는 지난 십수년간 전 세계 유수의 다국적제약기업과 바이오테크들이 체내 특정 항원만을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항체의약품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간 결과물로도 나타났다. 단편적인 혜택이 기대되는 화학합성의약품에서 다양한 시너지 작용을 유도하는 항체의약품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일어난 실사례로는 먼저 항체의약품이 첫 선을 보인 항암제 분야를 짚어볼 수 있다.

최근 항암제 시장의 경우도 이들 항체의약품을 기반으로 하는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의 입지가 두드러진다. 부작용 이슈로 유독 탈이 많았던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에서 표적 부위만을 폭격해 부작용 일부를 개선해낸 2세대 '표적항암제', 또 체내 면역체계의 방어기전(항원-항체반응)을 십분 활용하는 3세대격 '면역항암제'로의 패러다임 이동이 활발한 것이다.

실제 지난 2014년 다국적제약기업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미국FDA로부터 최초 시판허가(흑색종 적응증)를 받은 직후 지금까지 7년간, 악성 종양 분야에 적응증 확대 행보는 놀라울 정도다. 현재 폐암을 비롯한 위암, 신세포암, 흑색종 등 16개 암종 30여 개 처방 적응증을 아우르며, 단일품목으로만 작년 총 143억8,000만 달러(한화 약 17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이다.

알츠하이머 전문약 시장에 이 같은 지위를 갖는 항체의약품 신약이 등장하자, 기대감은 당연히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항암제 시장의 성공사례를 빗대어 "알츠하이머병 치료 분야에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평가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FDA 허가 이후 반년간 펼쳐진 그림은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약물의 유효성을 위해 접근이 까다로운 뇌혈관장벽 투과율을 높여야만 한다는 어려움 때문이었을까. 진료현장에서 아두카누맙의 실효성과 부작용 논란이 줄기차게 이어지며, FDA 신속심사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전문가들까지 늘었다. 더불어 2021년 연말 예정됐던 유럽지역 허가마저 실패하며, 아두카누맙을 공동개발한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은 약값의 절반을 낮추겠다는 '반값 인하 약'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슈1. FDA 내부자들 "중증 부작용 ARIA 발생 문제 인정, 안전성 공개해야" 

단연 논란의 핵심은 실효성과 부작용 이슈다. 일선 진료현장에선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약에 대표적 중증 이상반응으로 지목되는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모니터링 문제가 더 심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사인 바이오젠 측이 전문가 상호검토(peer-review)를 거친 공식 저널에 아두헬름의 유효성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아두카누맙의 대표적 3상임상인 EMERGE 및 ENGAGE 연구를 근거로 작년 7월 공개된 초기 분석 결과에 이어 1년만에 공개된 2차 추가 분석 자료에서도 고용량 아두카누맙 치료를 진행한 인원의 경우, ARIA 발생률이 40%를 넘기며 장기간 투약 안전성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FDA는 약물이상반응보고시스템(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 이하 FAERS) 보고서 업데이트를 통해, 아두카누맙을 투약한 인원에서 치명적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다며 중대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FDA 허가시점인 지난 6월부터 9월 말까지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확장임상을 통해 아두헬름을 투약하던 75세 캐나다 여성이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반응인 ARIA를 진단받은 이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키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두카누맙의 FDA 시판허가 결정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자문위원회 관계자의 발언도 찬물을 끼얹었다. FDA 자문위원이자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 Madhav Thambisetty 선임연구원은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 아두카누맙 치료와 관련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안전성 평가 결과를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추가 지침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령 환자일수록 ARIA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치료 시작시점에 미세출혈이 많은 인원일수록 그 위험도는 더 커졌다"면서 "이는 이전 임상에서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정보"라는 점을 분명히 지목했다.

#이슈2. 유럽 허가 결국 실패…덩달아 일본까지 화났다 "유효성 재검토"

미국지역 내 잡음은 들불처럼 번져 결국 유럽지역 신약 승인에도 제동을 걸었다.

유효성 검증과 함께 ARIA 발생 이슈와 관련해, 지난 17일(현지시각)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이 제출한 아두카누맙의 신약 신청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확산되자 바이오젠 본사는 내년 1월부터 아두헬름의 미국 내 약가인하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공식 표명했다. 이는 기대를 걸었던 유럽지역 허가에 실패한 데다, 글로벌 허가가 가장 빨랐던 미국에서도 신속심사 과정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거세게 일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진행된 회사 발표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아두헬름 100 mg/mL(정맥주사제)의 도매가는 기존보다 50% 낮아지게 된다. 통상 4주에 한 번 정맥주사하는 아두헬름 1회 투약 비용의 경우, 현재 약 4,600달러(한화 약 550만원)로 책정됐는데, 이를 근거로 연간 치료비용을 추산했을 때 5만6,000달러(한화 약 6,700만원)에 달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예정대로 약가인하를 진행할 경우, 연간 치료비용은 2만8,200달러(한화 약 3,400만원)까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악재가 거듭되는 가운데, 에자이제약의 본사가 위치한 일본 내 분위기도 부정적 여론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의 반값 약가 인하 계획을 공표한 지 하루만에, 유효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일본 후생성은 22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의 일관성 없는 임상시험 결과로 인해 유효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글로벌 3상임상의 경우 뇌의 베타 아밀로이드반을 개선시키는 약효를 놓고는 여전히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제약사가 추가 임상 데이터를 제출할 경우, 재검토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슈3. 美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약 보험 가이드 마련 중" 후속 약가인하 불가피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아두카누맙의 뒤를 잇는 베타 아밀로이드 계열 후속주자들의 진입 문제다. 아두카누맙이 유효성과 부작용 문제로 여러 진통을 겪는 가운데, 내년 후발신약들의 처방권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단 바이오젠과 에자이제약이 아두카누맙의 후속으로 준비 중인 레카네맙(lecanemab)과, 릴리의 도나네맙(donanemab)이 유력 후보물질로 손꼽힌다. 이들의 경쟁을 살펴보면, 아두카누맙이 글로벌 시판허가를 획득한 올해 6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하루 차이로 미국FDA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았다. 또 레카네맙은 올해 9월, 도나네맙은 이보다 한 달 늦은 10월에 각각 미국FDA 신약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다. 

이들은 아두카누맙과 같은 베타 아밀로이드 계열 약임에도, 타깃 부위에 있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저중합체(oligomer)에 결합해 응집체 형성을 차단한다는 개념을 놓고선 유사한 작용기전을 갖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구조의 서로 다른 부위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릴리의 도나네맙은 Aβp3-42가 주요 표적 부위기도 하다.

현재 레카네맙은 FDA 패스트 트랙 절차를 밟고 있으며, 도나네맙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최종 시판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임을 선언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아두카누맙이 쏘아올린 해당 표적 계열약에 대한 잡음은 내년에도 적잖은 여파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는 아두카누맙의 유효성 및 부작용 이슈를 놓고, 아두카누맙을 포함한 신규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기준을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 논의를 통해 내년 1월 12일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확정하고, 4월 12일 최종본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추후 시장에 진입할 레카네맙 및 도나네맙 등 후속 베타 아밀로이드 계열 표적 항체약들 역시 약값의 대대적인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