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K 억제 표적항암제 "신경세포 자가포식 활성화" 알츠하이머병 넘본다 
MEK 억제 표적항암제 "신경세포 자가포식 활성화" 알츠하이머병 넘본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8.25 17: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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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뉴브 개발 'SNR1611', MEK1/2 억제 트라메티닙 성분 "신약 가능성 확인"
출처: 지뉴브(Genuv) 파이프라인 소개 홈페이지.

국내 기업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 발견 플랫폼 기술을 통해, 표적항암제(MEK 저해제) '트라메티닙(trametinib)' 성분물질의 치료적 가치를 재발견한 사례로 귀추가 주목된다.

비임상 평가 결과, 해당 후보물질을 투약한 알츠하이머병 유도 마우스(실험용 쥐) 모델의 경우 신경세포 항상성 강화를 비롯한 인지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무엇보다 트라메티닙 약물치료가 MEK 신호전달경로를 차단시켜 강력한 자가포식(autophagy) 유도 단백질인 'TFEB'의 활성도를 증가시키고, 뇌 신경세포에 쌓이는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축적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및 플랫폼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기업 지뉴브(Genuv·대표 한성호)가 최근 트라메티닙을 활용한 최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 최근호에 공개했다(연구명: MEK1/2 inhibition rescues neurodegeneration by TFEB-mediated activation of autophagic lysosomal function in a model of Alzheimer’s Disease).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해당 항암제 성분의 작용기전상 MEK1/2 억제를 통해 TFEB 매개 활성화작용을 유도하고, 신경세포의 자가포식 리소좀 기능을 강화시켜 신경퇴행을 개선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대목. 특히 이러한 자가포식 경로의 활성화를 통해, 뇌세포에 쌓이는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반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신경세포의 보호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해당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및 기타 신경계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SNR1611(실험물질명·성분명 트라메티닙)'을 담금질 중인 지뉴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연구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지뉴브 한성호 대표는 "고무적인 비임상 결과를 공유하게 되어 기쁘다"며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분야에 새로운 접근법과 관련해 초기 근거를 검증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임상에 사용된 항암제 트라메티닙은 세포 생존과정에 있어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는 MEK1/2 단백질의 활성을 차단하는 약물 작용기전을 가진다. 다국적제약기업인 노바티스가 '메키니스트(Mekinist)'라는 제품명으로 트라메티닙의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지뉴브는 신경세포 신생 및 항상성 강화 효능을 가진 신약 발굴 플랫폼 'ATRIVIEW'를 자체 개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항암제 트라메티닙이 주요 퇴행성 신경질환에서 상당한 치료적 혜택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MEK 억제, 자가포식 유도 단백 TFEB 활성 증가 기전…지뉴브 "임상 계속 진행 예정"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유도 모델인 5XFAD 마우스(질병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 적용)를 대상으로 트라메티닙의 혜택을 검증했다. 연구팀은 "MEK 신호전달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약물 옵션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아직 평가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초기 평가 결과, 트라메티닙을 경구로 투여한 마우스 모델에서는 약물 성분이 뇌로 침투해 MEK 신호전달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생후 5개월 된 마우스 모델에 트라메티닙 0.1 mg/kg 또는 비활성 용액을 10주 동안 1일 1회 투여해 다양한 인지평가를 진행했다.

출처: 지뉴브

그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단기기억 평가(Y-maze) 및 장기기억 평가(novel object recognition test, NORT 실험)를 시행한 결과, 비활성 약물을 투여한 5XFAD 마우스는 비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에 비해 현저한 인지 손상반응을 보였다. 반면 트라메티닙을 투여한 5XFAD 마우스 모델의 경우, 비알츠하이머병 마우스와 비교해 유사한 인지 기능 상태를 보고한 것이다.

연구팀은 "트라메티닙을 경구 투여한 5XFAD 마우스 모델을 분석한 결과 인지 기능 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언급했다.

기억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 해마(hippocampus) 영역 분석에서도 트라메티닙의 개선혜택이 관찰됐다. 트라메티닙을 투약한 마우스 모델에서는 LTP (long-term potentiation)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서 LTP는, 신경세포가 기억형성에 중요한 시냅스(신경세포 연결)를 보다 강력하게 형성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 밖에도 신경세포의 수상돌기(dendrites) 및 축삭(axons)의 건강도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연구팀은 "5XFAD 마우스에 트라메티닙 투여는 LTP를 개선시키고 시냅스 단백질 발현을 증가시켜 기억력 결핍을 개선하고 시냅스 기능장애를 교정했다"고 설명했다.

관전 포인트는 더 있다. 트라메티닙을 사용한 5XFAD 마우스 모델에서는 알츠하이머병 발생의 주요 질병 바이오마커로 지목되는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반의 축적을 현저히 감소시켰다는 점이다. 더욱이 실험실적 세포분석 연구에선 트라메티닙이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를 근거로 트라메티닙이 뇌 신경세포에서 자가포식 작용을 활성화시킨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트라메티닙이 MEK 신호전달경로를 차단해 TFEB라고 불리는 강력한 자가포식 유도 단백질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자가포식의 증가는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반을 제거해 신경세포의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자가포식 리소좀의 역할을 활성화시키는 MEK 억제제의 치료적 유용성은 알츠하이머병 관련 치매 및 파킨슨병 등과 같은 다양한 퇴행성 뇌신경질환에서도 광범위한 신경보호 특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뉴브는 "MEK 1/2 억제제의 비임상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뉴브는 올해 2월 알츠하이머병 및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루게릭병) 등과 같은 퇴행성 뇌신경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발굴을 위해 핀란드의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이미지 분석 전문업체인 아이포리아(Aiforia)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포리아의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지뉴브가 가진 신약 발굴 플랫폼 ATRIVIEW에 통합해 다량의 이미지 분석을 자동화는 'ATRIVIEW AI' 버전을 개발한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병을 타깃으로 잡은 SNR1611 후보물질은 국내에서 근위축성측삭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1/2a상임상(NCT04326283)이 2019년 9월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고 임상평가에 돌입해 삼성서울병원 및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에서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논문> Chun, Y.S., Kim, MY., Lee, SY. et al. MEK1/2 inhibition rescues neurodegeneration by TFEB-mediated activation of autophagic lysosomal function in a model of Alzheimer’s Disease. Mol Psychiatry (2022). https://doi.org/10.1038/s41380-022-01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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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2-08-26 12:18:53
동물 실험이기는 하지만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