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근거 쌓는 노인 독감 백신 접종 "치매 위험 줄인다"
임상근거 쌓는 노인 독감 백신 접종 "치매 위험 줄인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6.30 16: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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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추적관찰 코호트 공개 "추후 메커니즘 규명 작업 필수"

정기적으로 접종하는 '독감 백신'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예방적 혜택이 있다는 최신 코호트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인원을 4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독감 백신을 접종한 노인층에서는 위험도 감소 효과가 두드러지게 관찰된 것이다.

다만 해당 연구 결과가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주목한 만큼 추후 혜택과 관련한 명확한 메커니즘을 규명해야 한다는 전문가 평가도 함께 내려졌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접종에 따른 알츠하이머병 예방효과를 파악한 대규모 코호트연구(propensity-matched cohort)가 국제학술지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2022년 6월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200만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4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한 결과 백신을 최소 1회 이상 접종한 노인층의 경우, 백신 접종 경험이 없는 인원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40% 낮게 확인된 것이다. 

논문의 저자인 미국 텍사스 맥거번의대 신경과 Avram Bukhbinder 교수는 "독감은 특히 65세 이상 노인에서 심각한 건강 합병증을 유발한다"며 "매년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이번 결과는 독감 예방접종에 부가적인 기대효과를 뒷받침해주는 자료"라고 밝혔다.

◆접종 노인, 치매 발생 위험 40% 감소 주목…"메커니즘 불명확, 기전 규명 필요"

지금껏 독감 예방접종과 치매 발생 사이의 연결고리를 주목한 연구들은 다소 엇갈린 결론들을 내놓고 있다.

퇴역군인과 심각한 만성질환을 가진 인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독감 예방접종이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인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진행된 일반 노인층 대상의 코호트 연구 결과, 독감 백신 접종에 따른 알츠하이머병의 예방효과가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해당 이슈를 놓고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병원청구자료를 조사했다. 성향 매칭 코호트 분석을 위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최소 한 번이라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93만 5,887명과, 비슷한 규모의 비접종인원(대조군)에서 치매 발생률을 저울질한 것이다.
 
연구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의 연령은 73.7세(중간값)였으며, 57%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과거 6년간 치매를 진단받은 경험은 없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46개월(중간값)에 걸친 추적관찰 기간 독감 백신 접종군에서의 치매 발생은 총 4만 7,889건(5.1%), 비접종군은 7만 9,630건(8.5%)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독감 백신 접종군에서는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40% 감소된 것으로 보고됐다(relative risk, 0.60; 95% CI, 0.59 – 0.61).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독감 예방접종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명확한 작용기전까지는 다루지 못했다"며 "후속 연구들에서 메커니즘 관련 조사가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Bukhbinder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전신염증을 예방하거나 완화함으로써 추가적인 혜택이 생겼을 수 있다"며 "예방접종이 면역체계의 특이적인 변화를 유발해 뇌신경계 아밀로이드반의 축적이나 신경섬유 엉킴현상 등 병리적인 손상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마우스(실험용 쥐) 모델을 대상으로 평가한 비임상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는 "해당 결과를 짚어보면 독감 백신을 접종한 마우스 모델에서는 뇌의 면역세포가 변경되어 알츠하이머 병리에 관여하는 독성 아밀로이드 단백을 더 잘 제거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흥미로운 점은 백신을 접종한 인원 중에서도 매년 꾸준히 접종한 노인의 경우 치매 발생률이 가장 낮았다는 부분"이라며 "이는 독감 백신에 치매 예방효과가 있음을 유추하는 결과기도 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상풍 및 대상포진 백신 등 여타 다른 백신에서도 이러한 보호효과가 속속 보고되는 상황에서 독감 백신만이 가진 특이적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논문에는 전문가 논평도 달렸다.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 부회장인 Heather M. Snyder 박사는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 자체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독감 예방접종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지와 기억 기능을 유지하는 데 유용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확인한 수준"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구 결과에서 보고된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논문> Bukhbinder, Avram S. et al. ‘Risk of Alzheimer’s Disease Following Influenza Vaccination: A Claims-Based Cohort Study Using Propensity Score Matching. 1 Jan. 2022: 1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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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2-07-05 15:12:34
40% 감소 굉장한 결과이네요. 심층 후속 연구가 꼭 필요할 듯 합니다. 그나저나 코로나 백신은 치매를 감소시킬까요? 아니면 일으킬까요?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