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손톱 깎아준 뒤 출혈 숨겨 손가락 괴사, 근본적인 문제는?
치매 환자 손톱 깎아준 뒤 출혈 숨겨 손가락 괴사, 근본적인 문제는?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3.07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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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6인실 공동 간병의 한계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거나 훈련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가 간병하는 문제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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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여러 매체가 치매 환자의 손톱을 깎아주다 출혈 사실을 숨겨 손가락을 괴사시킨 간병인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이석재 부장판사)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모씨(76)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유 씨는 2022년 4월 13일 치매 환자인 최 모(79)씨의 손톱을 깎아주다 손톱깎이로 왼손 검지 손톱 아랫부분 살을 집어 출혈이 발생하게 했는데 유 씨는 환자 최 씨가 상처를 입은 사실을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지 않았다.

고령의 최 씨는 치매를 앓고 있어 통증 표현 등의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간병인은 출혈 사실을 의료진에 알리지 않은 채 상처 부위를 간단히 소독하고 장갑을 끼워뒀고 이것이 결국 화를 키웠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왼손 검지는 절단해야 할 수준으로 괴사하고 말았다.

재판부는 “상해 결과가 중하고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피의자에게 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요양병원 6인실은 간병인 1인이 6명의 환자를 공동으로 간병한다. 요양병원마다 혹은 간병인 개인 성향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보통은 일주일에 한 번 침상 목욕이 이뤄진다. 그 외 장기 환자에게 필수적인 위생관리는 간병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대충 물 칠만 하며 흉내만 내는 간병인이 있는가 하면, 조금 양호하게 관리하는 간병인도 드물게 있다.

장기간 입원하는 치매 환자와 와병 환자에겐 위생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을 결정한 가족들은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고 입·퇴원을 반복해 병원비 문제 등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장기간 지출되는 병원비 부담으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6인실에서 공동 간병을 쓰는 보호자 처지로서는 간병인에게 깨끗한 위생관리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간병인은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면서 환자의 낙상 사고, 자신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비한 보험료를 내고 있고 거기다 중개센터에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일의 강도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페이로 일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가 간병 노동에 투입돼 있다. 내국인 간병인은 위의 사고에서 보듯이 70대가 70대 이상의 환자를 간병하는 노노케어의 모습이다.

70대 간병인의 노안 시력으로 환자 손톱을 조심스레 깎기는 불가능하다. 환자 간병을 해본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 또 있다. 치매 환자와 와상 환자는 일상생활에 자기 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손톱밑살이 지나치게 볼록 튀어나와 있다. 손톱을 깎을 때 돌출된 손톱밑살을 조심해야 하는데 이를 세심하게 신경 쓰는 간병인은 거의 없다.

기자의 어머니도 처음 요양병원에 입소했을 때 손톱을 깎은 간병인이 어머니의 모든 손톱밑살을 집어 출혈을 내놓았다. 게다가 여러 환자의 손톱을 깎는 손톱깎이를 제대로 소독하고 쓰는 병원은 없다. 기관 절개한 T케뉼라에 넣는 석션 탭도 원칙은 일회용이지만 많은 병원이 열기 소독 후 재활용한다.

특히 장기 환자가 입원한 요양병원 대부분이 환자 위생과 멸균 소독, 일회용 의료도구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손톱 출혈은 병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고 중에 작은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간병인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고, 보호자는 간병인 앞에서 을이 아니라 병, 정, 무에서 마음고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강하게 항의했다가는 그 피해가 환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질까 봐 아무 말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 본다. 요양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요양보호사 수급자로 간병 인력이 구성돼 있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요양원(노인의료복지 시설)은 2008년 7월에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연관돼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진단 및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성 질환자의 '돌봄'을 지원한다.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두 사회보험의 운영을 통해 의료와 돌봄을 윈윈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분리와 단절로 만들고 말았다. 의료는 병원에서, 돌봄은 집이나 요양시설에서 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환자 가족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경계를 발병 후 장기 치료와 요양이 필요할 때 마주한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어떻게 무 자르듯 나눌 수 있겠는가.

의사가 없는 요양시설에서도 의료서비스가 필요하고, 요양보호사가 없는 요양병원에서도 돌봄이 필요하다. 결국은 보호자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비용을 장기간 고정 지출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환자에게 의료가 필요해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뒤 혜택을 받으려면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하고, 그 안에서 위중한 상황이 발생하면 앰뷸런스로 병원에 이송해 진료받아야 한다. 이런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장기요양등급 혜택을 포기하고, 요양병원을 선택해 간병비를 별도로 지출해야 한다.

병실에서 오랜 기간 투병하다 보면 환자도 고통받지만, 보호자도 지치고 매달 지불해야 할 병원비로 삶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힘겨워진다. 치매와 뇌질환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의 보호자는 곁에서 간병하기 어려워 맡긴 간병인이 어르신이거나 외국인이어서 무언가 부탁하기가 어렵다. 그저 그들이 행하는 태도와 서비스의 수준에 위탁하는 수밖에 없다.

장기 환자를 둔 가족은 면회 가서 자신이 직접 환자 손톱을 안전하게 깎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외국인 간병 노동자 중에는 보호자가 자주 방문하는 것을 대놓고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 최대 뇌질환 커뮤니티 <뇌질환 환자모임> 카페의 불만 이야기방에는 간병인으로 인한 고통을 가장 많이 호소한다. 정부는 요양병원 간병 인력 구성과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처해야 한다. 결국 건강보험이 간병비 부담 문제를 덜어주고, 간병 인력을 전문성과 사명감이 있는 직업군으로 만들어야만 개선될 문제다.

사랑하는 가족이 뇌질환에 걸려 회복할 수 없을 때 보호자는 밑도 끝도 없는 고통과 돌아가실 때까지 책임을 다하며 자기 일상을 포기하고 허우적거린다. 경제적인 문제로 요양병원에 왔고, 간병인에게 장시간 가족을 맡기는 것 자체로 심적은 고통이 크다. 그 고통은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간병 문제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많은 가구가 시달리고 있고 앞으로 시달릴 문제다. 개인이 감당하게 놔두는 고통의 현실은 언제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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