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오스카상 수상 배우, 아내의 사후 1주일 경과 발견 미스터리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심장병과 합병증”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Gene Hackman)이 현지 시각 2월 26일 오후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아내, 반려견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향년 95세). 범죄 혐의점은 안 나왔다. 아내 벳시 아라카와는 사망 당시 64세로 자연사하기엔 이른 나이다. 이들 부부의 집을 정비해 온 직원들은 불과 2주 전까지도 부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보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견까지 한날한시 동시 사망은 우연이라 보기엔 정황이 의심스러웠다.
발견 당시 해크먼의 시신은 자택 현관에 있었고 회색 트레이닝복과 긴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옆에는 선글라스와 지팡이가 있었다. 경찰은 해크먼이 갑자기 쓰러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부인 아라카와의 시신은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다. 욕실 옆 부엌에는 처방받은 약병들과 약품이 흩어져 있었으며, 두 사람의 시신에는 외상이 없었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누군가 집에 강제로 침입했거나 물건을 뒤지거나 가져간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 때문에 일산화탄소 중독이 해크먼 부부의 사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으나 가스 누출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수사관들은 이들 부부의 휴대전화를 조사하고 주변을 탐문했으나 사생활을 거의 밝히지 않는 가족(very private family)이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3월 7일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검시관의 발표로 진 해크먼 부부의 사망 원인이 밝혀졌다. 2월 27일 실시한 부검 결과 95세인 해크먼의 사망은 알츠하이머병과 심각한 심장병이 합쳐진 것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수사당국은 기자회견에서 “해크먼의 사망 시간은 2월 18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또한 해크먼에 대해 “그는 매우 건강이 좋지 않았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팀은 아라카와의 이메일과 기타 활동 기록 등을 토대로 그녀는 2월 11일경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검시관은 “해크먼은 고혈압과 동맥경화성 심장질환,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라카와의 사인은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이라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감염되면 독감과 유사한 발열, 근육통, 기침, 구토,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고, 해크먼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1주일 정도 지난 뒤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결론이다.
지역 보안관은 해크먼이 아라카와의 시신을 집에 그대로 두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검시관도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아라카와가 사망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애도 물결이 일었으며, 해크먼에게 남주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연출한 동갑네기 친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인터뷰에서 "진보다 더 훌륭한 배우는 없었다. 강렬하고 본능적이었으며 결코 거짓된 연기가 없었다. 그는 내가 매우 그리워하는 소중한 친구“라고 말했다. 고인이 사망한 직후에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고인의 추모 영상을 상영했고, 두 편의 영화를 함께 찍은 배우 모건 프리먼이 추모 영상을 상영하기에 앞서 무대에 올라 해크먼을 특별히 애도했다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40년 이상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액션, 스릴러, 시대극, 코미디 등 장르를 불문하고 8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명배우다. 1930년 1월 3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까지 아이오와주에 살면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입대하기엔 어린 나이임에도 나이를 속이면서 미 해병대에 입대해 야전무선병으로 중국 칭다오와 하와이, 일본에서 총 4년 반을 복무했다. 전역 후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다가 30세쯤에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1970년대에는 꾸준히 대작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왔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여러 상을 수상했다. 197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프렌치 커넥션>으로 남우주연상, 1992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뛰어난 조연으로 활약했다.
2004년에 코미디 영화 <웰컴 프레지던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같은 해 7월 7일 CNN <래리 킹 라이브>를 통해 추후 연기 활동 계획이 없다고 했으며, 2008년 6월 5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은퇴를 재확인했다. 은퇴 후에 소설가로 변신해 주로 집에서 기거한다는 소식이 있었고, 2021년 인터뷰에서 더 이상 영화를 찍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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