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5세 이상 인구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 약 720만 명 추산
의료 접근성 불균형...간병 인력난 심화에 ‘그레이 마켓’ 의존도 증가
가족 간병인 1,200만 명 달해...경제적·심리적 부담 ‘이중고’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 급증에 따라 미국 내 치매 전문 의료진과 간병 인력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의 연례보고서인 ‘2025 Alzheimer's Disease Facts and Figures’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미국인 약 720만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74%를 차지하며, 전체 환자의 2/3가 여성일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구조 변화로 치매 환자 수는 더 빠르게 늘 것으로 관측된다. 5년 후인 2030년까지 미국 베이비붐세대(1946~64년생)가 모두 노인 세대에 편입하면서 환자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약 1,27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전문 의료진과 돌봄 인력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고서에서는 노인병 전문의(geriatrician)의 경우 2050년까지 약 1만 8,142명이 필요하지만, 지난 10년간 7,000명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 2021년 기준으로 코네티컷, 워싱턴 D.C. 등은 2050년 예상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노인병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지만, 켄터키, 미시시피 등 5개 주는 현재보다 최소 3배, 아이다호와 오클라호마에서는 최소 4배를 더 확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보건인력분석센터(NCHWA)는 신경과 전문의 부족 현상도 203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와 첫 접점이 되는 일차 진료의(Primary Care Physician, PCP)의 역량과 여건이 미흡한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치매 조기 진단은 대부분 일차 진료 기관에서 이뤄지지만, 실제 알츠하이머치매 환자 중 50% 이상이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후 진단을 받는 것으로 보고됐다.
알츠하이머협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차 진료의 중 절반 정도는 치매 환자를 적절히 돌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55%는 근무 지역에 치매 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의료진 외에 요양보호사 등 간병 인력 부족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보고서는 2022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에서 약 86만 1,000명의 직접 돌봄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인력의 증가 속도와 예상 수요를 고려하면, 메인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2022~2032년 돌봄 수요가 두 자릿수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11개 주에서는 인력 수요가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수치는 사적으로 고용된 채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는 인력인 ‘그레이 마켓(gray market)’을 반영하지 않아 실제 인력 수요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유급 간병인을 고용하는 이들 중 1/3 정도는 공식 돌봄 기관이 아닌 그레이 마켓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인력의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도 인력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기준 미국 요양보호사의 시간당 중위 임금은 16.72달러(한화 약 2만 3,750원)에 불과했고, 연간 중간 이직률도 재가 돌봄 80%, 요양원에서 9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돌봄 부담은 가족이나 친구 등 무급 간병인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약 1,100만 명 이상의 간병인이 무급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이들은 192억 시간의 비공식적 돌봄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간병인 1인당 주당 평균 약 31시간, 연간 약 1,612시간에 해당하며,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4,135억 달러(약 588조 원) 규모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 사회구조적 변화가 향후 비공식 돌봄 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경고도 계속되고 있어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 환자 1인당 평생 돌봄 총비용은 지난해 기준 40만 5,262달러(약 5억 7,600만 원)로 추산된다. 이 중 약 70%는 가족이 무급 돌봄과 본인 비용 부담으로 감당한다.
이러한 돌봄 구조는 가족 간병인의 신체·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치매 간병인 중 59%가 심각한 정서적 스트레스를, 38%가 신체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우울증 유병률은 30~40%로 뇌졸중 간병인(19%)보다 훨씬 높고, 불안장애 유병률도 44%에 달했다. 입원 확률은 비간병인의 2배이며, 평균적으로 매주 2.4~3.5시간의 수면 부족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부담 또한 무겁다. 2021년 기준 치매 간병인의 평균 본인 부담 비용은 1만 2,388달러(약 1,760만 원)로, 비치매 간병인 6,667달러(약 950만 원)의 약 2배였다. 그 결과 48%가 지출을 줄이고, 43%는 저축을 포기했으며, 40%는 식량 부족을, 30%는 식사량을 줄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의료 및 장기요양 비용 역시 환자와 가족에게 막대한 경제적 압박을 준다. 지난해 기준 미국 메디케어 수혜자 중 환자 1인당 평균 의료·장기요양 비용은 4만 4,814달러(약 6,850만 원)로, 비치매 환자 1만 5,053달러(약 2,140만 원)의 약 3배였다. 본인 부담 비용은 연간 1만 564달러(약 1,500만 원)으로, 메디케어가 보장하지 않는 서비스와 약제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