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 vs 건보공단, 연간 치매 환자 수 집계 30만 명가량 차이
기관마다 치매 환자 통계 산정 방식이 달라...정책 신뢰도·실효성 우려
국내 정부 기관들이 발표하는 치매 환자 수 통계가 30만 명 가까이 차이를 보이면서 사회·경제 정책에 심각한 혼선을 빚고 있다. 이처럼 상이한 정부 통계가 국가 치매 관리 계획의 근거 자료로 사용됨에 따라 정책 신뢰도와 실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는 지난 6일 ‘치매머니 154조 원, 2050년엔 488조 원 넘는다’라는 제목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서울대 건강금융센터와 공동으로 추진한 ‘고령 치매 환자 자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저고위는 이번 결과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사상 첫 고령 치매 환자 자산 전수조사’라고 강조했다.
저고위는 “2023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약 124만 명으로, 이중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전체의 82%인 76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의 소득 및 재산 등 총자산이 GDP의 6.4% 수준인 154조 원, 1인당 평균 자산은 약 2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 인구의 2.4%인 고령 치매 환자의 치매머니가 전체 GDP의 6.4% 수준”이라며 “인구 대비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치매 환자가 2030년 178.7만 명, 2040년 285.1만 명, 2050년엔 396.7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치매머니도 급속히 늘어 2050년에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난 488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고령 치매 환자의 실물자산과 소득을 전수조사해 치매머니의 전체 규모와 실체를 파악했다”면서 “치매머니가 사회 문제화되면서 일본 언론에 보도된 치매머니 규모 추정 자료보다 정확도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활용된 치매 환자 수 통계는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수치들과 현저한 차이를 보여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조사를 추진한 건보공단의 ‘치매고령자 자산규모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고령 치매 환자 수는 124만 398명으로 집계됐다. 또 2019년 기준 치매 환자 수는 109만 1,892명으로 이미 100만 명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치매 유병률을 적용한 전망치와 큰 차이를 보인다. 치매 유병률은 65세 이상 인구 중 치매 환자 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2024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 995만 5,476명 기준 추정 치매 유병률은 9.15%이며, 추정 치매 환자 수는 91만 898.09명으로 보고됐다.
또한 지난 3월 복지부가 중앙치매센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치매 유병률 9.17%를 적용해 올해 97만 759명, 내년에는 101만 4,865명으로 사상 첫 100만 명대 돌파를 예상했다.
치매 상병자를 기준으로 해도 건보공단과 중앙치매센터의 통계 격차가 크게 드러난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Korean Dementia observatory) 2023’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상병자 수는 92만 3,003명으로 제시됐다. 이는 같은 해 기준 건보공단의 치매 환자 수 통계인 121만 6,878명보다 24.2%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차이는 정부 기관마다 치매 환자에 대한 통계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상병자를 치매상병코드 6개(F00·F01·F02·F03·G30·G31)를 주상병으로 받고, 입원이나 외래 또는 약국을 1번 이상 이용한 사람(사망자 제외)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반면에 건보공단은 모든 상병 기준 치매진단코드 4개(F01·F02·F03·G30)를 받은 65세 이상 환자(기준연도 이전 사망자 제외)를 고령 치매 환자로 정의했다. 중앙치매센터의 기준과 비교하면, 경도인지장애(MCI) 환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F00와 G31이 제외됐다.
치매 환자 수 통계는 국가 사회·경제 정책과 재정 집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치매 통계를 기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 발표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신뢰도나 실효성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정부 치매 통계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년)을 수립 중이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건보공단의 조사 결과에 대해 “(치매 환자 수) 집계 방법이 다른 것 같다. 상병 환자가 다 치매 확진자는 아니”라며 “현재 관련 자료를 정리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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