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갈다 환자를 떨어뜨린 사고에 법원 “병원 공동 책임”
돌봄 인력 보강과 서비스 질 개선 위한 자금 투입이 근본 해결책

2022년 5월, 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뇌경색으로 거동이 어려운 90대 환자 C씨가 낙상해 사망에 이른 사고가 발생했다. A 요양보호사는 침상에서 환자를 뒤집던 중 57㎝ 높이에서 환자가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다치게 했다. 이후 뇌수술을 받았으나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단순 사고로 끝나지 않았다. 유족 5명은 병원장과 요양보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2일 광주지법 제4민사부는 피고의 배상 범위를 일부 조정하면서도 공동 책임을 인정했다. 1심에서는 각 원고에게 424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고, 2심에서는 이를 262만 원으로 줄이되 과실 책임 50%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요양보호사의 고의는 아니지만, 사망에 영향을 준 낙상 사고의 책임을 피고가 져야 한다”며 병원장이 낙상 방지 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한 바에 따른 책임 면책 주장도 기각했다. 이 판결은 요양시설 내 안전관리와 업무 지시 체계의 허점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돌봄 미숙과 과중한 업무, 근무 인원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요양보호사는 요양원(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나, 요양병원(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는 주로 간호조무사나 간호사 보조 업무, 환자의 일상생활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반복되는 낙상 사고, 요양보호사 업무 과중 등 구조적 문제

요양원에서 환자가 넘어지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는 실제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2023년 9월, 서울 송파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70대 요양보호사가 환자 이동 도중 병원 복도에서 넘어져 골반 골절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요양보호사는 두 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며 이동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원인은 나이 든 요양보호사가 한 명의 환자만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두 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다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병원 측은 당시 인력 부족 상황에 따라 안전한 환자 이동을 위한 지원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요양보호사는 장기 병가에 들어갔으며, 산재 처리는 이루어졌으나 보상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피해 요양보호사는 사고 후 치료와 회복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6월,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부축하던 요양보호사가 환자와 함께 넘어지며 어깨 골절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2인 1조로 환자를 부축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으나, 인력 부족으로 요양보호사가 혼자 근무하면서 사고가 났다. 사고 후 요양보호사는 치료를 받았으며, 병원은 사고 처리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0년 12월,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가 환자를 욕실에서 돌보다가 환자가 미끄러지며 넘어졌다. 환자는 머리를 다쳐 병원에 재입원했으며, 사고는 욕실 안전 장비 부족과 요양보호사의 업무 미숙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병원은 이후 욕실 안전 장비를 추가로 설치했다.

요양보호사 관련 대부분의 사고는 인력 부족, 교육 미비, 안전 장비 부족 등의 구조적 문제와 연관이 있다. 특히 요양보호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이 주요 원인이다. 사고를 방지하려면 적절한 교육, 인력 보강, 안전 시스템 강화가 필수적이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이미지 / 챗GPT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이미지 / 챗GPT

 

낙상은 요양보호사 개인 실수가 아니다

요양보호사는 대한민국 고령화 사회의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이들의 안전과 복지는 시스템 밖에 놓여 있다. 대부분 요양원의 인력구조가 최소 인원 기준에 맞춰져 있어 낙상 사고와 같은 불상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요양보호사들은 환자 이동, 위생 관리 등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중한 업무 부담과 사고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근무한다.

요양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요양보호사의 실수로 보기엔 사고가 잦다”고 말한다. 이번 광주지법의 판결은 그나마 책임을 일부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하고 있다.

낙상은 우연이 아니다. 제대로 된 인력 배치, 정기적인 안전교육,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요양보호사 근무 유형...유휴 인력 비중 높아

요양보호사 자격증 관련 수치(2023~2024년 기준)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요양보호사 자격증 관련 수치(2023~2024년 기준)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근무 형태별 분포(실제 종사자 기준, 2023년 기준 추정) /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근무 형태별 분포(실제 종사자 기준, 2023년 기준 추정) /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보건복지부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2023~2024년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자 취득 누적 수는 200만 명 이상으로 매년 10만 명 이상이 신규로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중 실제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는 전체의 25% 정도로 45만~50만 명이다. 유휴 요양보호사(미취업자)가 75%나 된다.

2023년 기준 실제 종사자의 근무 형태별 분포로는 시설 요양(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등)과 방문 요양이 각각 45~50%, 가족 요양이 10~15%다.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실제로 현장에 나가지 않는 요양보호사가 전체의 70% 이상인 것은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처우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형태는 크게 ▲시설 요양 ▲방문 요양 ▲가족 요양으로 나뉜다. 시설 요양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안정적이지만, 교대 근무 부담, 인력 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 등으로 꺼리는 요양보호사가 많다. 방문 요양은 특히 50~60대 여성이 선호하는 근무 형태로, 가사와 병행이 가능하고 시간 조절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족 요양은 제한된 조건(수급자의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등)에서 가능한 형태이며, 제도 활용 비율이 낮다.

 

방문 요양 및 가족 요양 근무자, 실질 소득 낮아...

방문 요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일 최대 4시간까지 인정하지만, 장기요양보험 수가로는 최대 3시간까지만 인정한다. 돌보다 보면 3시간을 넘길 수 있어서 4시간까지 가능하며, 추가 시간의 재정 부담은 요양기관 또는 보호자 측에서 감수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급여 제공 시간에 따른 방문 요양 인정 시간 (2024년 기준) /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급여 제공 시간에 따른 방문 요양 인정 시간 (2024년 기준) / 국민건강보험공단

 

이러한 급여 체계에서 월 한도는 수급자의 장기요양등급에 따라 다른데 1등급의 경우  최대 월 1,672,000원 한도로 수령하니, 실질적으로 요양보호사가 방문 요양으로 버는 액수는 생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양보호사가 방문 요양으로 현실적인 소득을 확보하려면 하루에 한 명 이상의 수급자를 방문해야 하고, 실제로 많은 방문 요양 요양보호사가 여러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동 시간은 수가에 포함되지 않고, 동일 시간대 중복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해 같은 시간에 두 사람을 동시에 돌볼 수 없다. 한 가정에 어르신 부부가 모두 장기요양 수급자면 다른 시간대로 서비스를 구분해서 청구해야 한다. 장기요양보험은 1:1 개별 돌봄 서비스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방문 요양, 실제 근무 형태 예시
방문 요양, 실제 근무 형태 예시

 

이처럼 하루에 2~3가정을 방문해 각각 2시간여 서비스를 제공하면 하루 6시간 × 13,000원(평균 수가 기준)으로 약 78,000원, 월 20일 근무 시 16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이 매우 취약하다.

 

방문 요양과 가족 요양의 실무 요약
방문 요양과 가족 요양의 실무 요약

 

가족 요양의 경우 공단이 인정하는 1일 제공 시간은 1시간이고, 이를 기준으로 월 최대 인정 시간은 20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계산해 보면, 가족 요양으로 받을 수 있는 월 최대 급여는 공단 부담 100%(기초생활수급자 등)인 어르신을 돌본 경우 27만 원, 공단 부담 85%의 일반적인 경우 23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요양보호사 낙상 사고 근본 해결책

이러한 방문 요양과 가족 요양의 낮은 급여 체계보다 낫지만 업무 강도가 높은 곳이 시설 요양 근무다. 다시 문제 핵심으로 돌아간다. 시설 근무 요양보호사의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인력 추가 투입과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관건이다. 현장에서 이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재정 문제다. 요양시설의 인력 부족은 이미 잘 알려진 문제이며, 이러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비용은 시설 운영 예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와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필수적이다.

우선,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가 중요하다. 요양보호사의 인력 충원과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고, 요양보호사 인력 충원을 위한 특별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요양보호사들이 일하는 현장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별도의 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시설들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관계자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소통의 장 마련이 시급하다.

둘째, 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적정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고령화 사회에서 요양 서비스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서비스 가격 상승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보조금을 확대해 저소득층 환자가 충분히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격 책정 시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민간 투자 유도와 공공-민간 협력을 늘리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에 소명이 있는 기업들이 요양시설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 볼 수 있다. 민간 자본 투입 활성화로 시설의 서비스 질 향상과 인력 충원에 도움이 되어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돌봄 환경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기술 혁신을 통한 업무 효율화 도모다. 기술 혁신은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중요한 해결책이다. 현재 낙상 위험이 있는 환자는 경고문을 침상에 붙이고 주의를 요하도록 하지만, 의료기기 박람회에 전시된 최신 기술 접목 장비들은 낙상 위험 환자의 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케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요양보호사의 업무 부담과 사고 위험을 줄이고 환자 돌봄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모바일 앱을 활용한 환자 상태 모니터링 시스템, 이동 보조 기기 등을 적극 도입하도록 보조금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낙상 사고를 예방하는 동시에 요양보호사들의 서비스 효율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양보호사들이 업무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산재 보상 등 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요양보호사 대상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사회적 보호 강화가 이루어져야만, 이들의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낙상 사고와 같은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요양보호사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돌봄 인력 확보와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 확대, 민간 투자 활성화, 효율적인 자원 배분 등 종합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여러 주체가 협력해 안전하고 질 높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Source

2023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 2024.06.28
https://www.longtermcare.or.kr/npbs/d/m/000/moveBoardView?menuId=npe0000000780&bKey=B0010&search_boardId=60149

윤혜미, 이주미 외. 요양보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1.12.

정성희 김유경 회. 장기요양요원 인력 실태 및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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