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대상과 방식에 따라 최대 15배 차이…현실적 접근이 해법
간병비에 고통받는 가족들, 실질 지원 절실
초고령사회 진입한 한국, 간병 국가책임제 더는 미루지 말아야...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선 후보 간의 토론이 있었다. 주로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와 이에 따르는 재원 마련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는데 소요 재정 추계가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연구원은 연간 15조 원이 필요하다고 본 반면,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조~1.6조 원, 시민단체는 약 1.7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추정액에 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적용 대상, 간병인 배치 기준, 비용 산정 방식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병비로 고통받는 국민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 추진 방안이다.

 

간병이 필요한 요양병원 환자 이미지 / 생성형 AI
간병이 필요한 요양병원 환자 이미지 / 생성형 AI

 

15조 원 추계는 왜 나왔나?

건강보험공단 산하 연구원이 추정한 15조 원은 요양병원 전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을 통해 전면적으로 간병비를 지원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중증·경증 환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간병인 1인당 환자 수, 인건비, 간접 비용 등을 포함해 넓고 포괄적인 기준을 적용했다고 분석된다.

이러한 방식은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책 설계나 예산 편성 단계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정책 시행을 주도할 보건복지부나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중증 환자 중심의 1.2조 원으로 가능”

반면 대한요양병원협회(이하 협회)는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요양병원 5개 환자 분류군 중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에 해당하는 중증 환자 약 14만 명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8:1 간병 기준(간병인 1명이 8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형태)으로 연간 1조 2,172억 원으로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추정 기준은 14만 명 환자에 대해 연간 1.5조 원이 소요되며 이 중 80%를 건강보험이 부담하면 약 1.2조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 방식이다. 만약 간병 인력을 더 촘촘히 배치해 6:1 또는 4:1로 운영하면 최대 1.6조 원 내외의 재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증증 환자 8명을 한 명의 간병인이 공동 간병으로 돌보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돌봄의 질을 유지하려면 4:1이 현실적이며 2조 원 내에서 가능하다.

협회는 언론이 보도한 15조 원 추계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수치”라고 비판하며, 의료필요도와 간병필요도가 모두 높은 중증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국가책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단계별 현실화 1.7조~3.6조 원”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추정 재정 소요액을 약 1.7조~3.6조 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요양병원 중심 간병 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했을 때 주로 중증환자 또는 일부 경증을 포함한 입원환자 중심의 국소 적용으로 추산한 것이며 단계적 시행 가능성을 강조했다. 재정 부담 최소화로 현실성과 확장성을 고려한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전 국민 대상 간병 국가책임제 도입의 보편 적용으로 추정한 금액은 연 6조~8조 원이다.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일반병원, 재가요양, 지역사회 돌봄까지 포함한 것으로 전 국민 대상 무상 간병 시스템 및 간병 공공인력제 도입을 제안했다. 포괄적 복지 모델로 국가 정책 방향을 잡을 때 중장기 모델에 드는 비용으로 제시한 것이다.

 

간병비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현실적인 방안은?

간병비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체감 효과다. 아무리 이상적인 모델이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 점에서 협회가 제시한 연간 1조~1.7조 원 수준의 재정 추계를 기반으로 한 단계적 급여화 시행 방안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중증환자 중심의 간병비 국가책임제를 우선 시행해 실제 간병비 부담이 가장 큰 계층부터 혜택을 줄 수 있고, 건강보험공단의 추산 규모보다 재정 부담이 적어 정책 실행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합의 유도에 유리하다. 향후 제도 성과를 평가해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수 있어 초고령사회의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을 강조하기보다 현시점에서는 단계적 시행과 확대가 해법이다. 건강보험공단의 15조 원 추계는 전면 급여화 시나리오로서 정책적 이상향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민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해법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규모에서 시작해 점차 확대해 가는 단계적 모델이다.

협회와 시민단체가 제안한 방식처럼 간병필요도가 높은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고, 이후 성과와 사회적 여건에 따라 확대해 가는 방안이 국민 복지 실현과 재정 안정성을 고려한 합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간병은 더 이상 장기 중환자로 고통받는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국가의 책임 있는 개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제는 숫자 논쟁보다, 누가 언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절실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