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전문직 경험 살린 사회참여형 일자리 모델 확대
치매 5등급 노인에게도 사회적 역할 부여...포용적 공존 실현 정책 마련해야

지난 2월 3일, 세종시는 100% 퇴직 경찰관으로 구성한 시니어 폴리스 발대식을 열었다. 시니어 폴리스는 퇴직 경찰관들이 지역 사회에서 범죄 예방과 교통안전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노인일자리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자전거 절도 예방, 교통사고 방지, 공익 신고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지역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투입됐다.

세종시는 100% 퇴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시니어 폴리스를 출범시켜, 기존의 노인일자리와 차별화된 전문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하루 3시간씩, 주 15시간 활동하며, 월급으로 약 73만 원을 받았다.

 

2월 3일, 세종자치경찰위원회 시니어폴리스 발대식 / 세종시
2월 3일, 세종자치경찰위원회 시니어폴리스 발대식 / 세종시

 

시니어 폴리스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평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학원가와 우범지역을 순찰하며 자전거 절도 및 교통사고의 예방 활동을 펼쳤다. 특히 무질서하게 놓인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 장치(Personal Mobility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를 정리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전거 잠그기를 권유하는 등 캠페인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타인의 자전거를 무단으로 이용한 뒤 방치하는 것에서 착안한 ‘문제 해결적 경찰 활동(Problem­-Oriented Policing)’에 나섰다.

5월 16일, 세종시는 시니어 폴리스 출범 100일을 맞아 성과를 발표했다. 2월부터 4월 말까지 자전거 절도 통계 집계 결과, 지난해 총 33건에서 올해 24건으로 27%가 감소했다. 올바른 자전거 문화도 확산하는 효과가 나타나 시니어 폴리스는 지역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자리 잡았다.

 

자전거 절도 감소, 올바른 자전거 이용 문화 확산 등 지역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시니어 폴리스 / 세종시
자전거 절도 감소, 올바른 자전거 이용 문화 확산 등 지역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시니어 폴리스 / 세종시

 

퇴직 경찰로만 구성하는 마을 순찰대 모집 공고를 본 경력 36년의 베테랑 형사인 김성복 씨(72세)는 흰색 웨스턴 햇과 푸른 베스트를 입은 시니어 폴리스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절도 예방 순찰을 다니며 만나는 초중고 학생들과 소통에 능숙하다.

이러한 은퇴 뒤 자기 전문직 경력을 살려 일하는 고령층은 실제로 많지 않다. 과거 경력을 살려 일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정부 지원 노인일자리 사업의 실제 현황은 환경 정화, 복지시설 지원 등 공익활동형에 치중해 있다.

 

2024년 성남시 노인일자리 홍보 포스터 / 성남시
2024년 성남시 노인일자리 홍보 포스터 / 성남시

 

노인일자리 현황

2024~2025년 노인일자리 현황 비교: 2025년 수치는 보건복지부 발표(2024년 12월 1일)를 바탕으로 추정 / 보건복지부
2024~2025년 노인일자리 현황 비교: 2025년 수치는 보건복지부 발표(2024년 12월 1일)를 바탕으로 추정 / 보건복지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핵심 과제가 노인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2025년 약 2조 1,84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109만 8천 개의 노인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4년보다 확대된 규모로 공익형 일자리는 65.4만 개에서 69.2만 개로,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15.1만 개에서 17.1만 개로, 민간형 일자리는 22.5만 개에서 23.5만 개로 증가한 수치다.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노후 생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으로 2025년 노인일자리 관련 예산 2025년 2조 1,847억 원은 2024년보다 1,583억 원 증액 편성한 규모다.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의 유형과 업무

2025년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에서 공익형 일자리는 전체의 약 63.5%를 차지한다.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도 2024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공익형 일자리는 주로 환경 정화, 복지시설 지원, 지역사회 봉사 등의 활동으로 저소득층 노인의 소득 보장과 사회 참여를 돕는 역할을 한다.

 

2024년 노인일자리 유형별 급여 및 주요 업무 – 월급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7% 인상 / 보건복지부
2024년 노인일자리 유형별 급여 및 주요 업무 – 월급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7% 인상 / 보건복지부

 

공익형은 봉사활동 중심, 사회서비스형은 전문 영역 지원, 민간형은 시장 기반의 일자리 형태다. 구체적인 조건은 지역 및 업체별로 다르며, 해당 기관의 공고에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기준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총 101만 8,876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받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의 참여자는 ▲70대가 49.8%인 50만 7,222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대 25.9%(26만 3,419명) ▲60대 23.7%(24만 1,273명) ▲90대 0.7%(6,926명)이었다. 심지어 100세가 넘은 고령 노인 36명도 노인일자리에 참여해 고령층의 참여 의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전체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3,086건으로, 이중 공익형에서만 2,673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전체의 86.6%를 차지했다. 또 중도 포기율이 12.6%(9만 1,130명)로 다른 사업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일자리의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력형 노인일자리 창출 사례

시니어 폴리스와 같이 전문 경력을 활용한 노인일자리는 사회서비스형에 해당한다. <2023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통계동향>에 따르면,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참여 인원은 2022년 45,764명에서 2023년 63,058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8% 증가한 수치로,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한 일자리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KDI(한국개발연구원)와 16개 경제부처가 공동 발간하는 경제정책지 <나라경제> 2023년 9월호에서, 정부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비중을 2027년까지 15%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약 8만 5천 개의 전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퇴직 교사, 간호사, 상담사 등 전문성과 경력을 보유한 노인이 참여하는 분야로 교육, 심리상담, 건강관리, 문화예술 활동 등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기여도가 높은 효율적인 일자리다. 월 6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활동비 76만 원을 지급하며, 단순한 소득 보조를 넘어 노인의 삶의 질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는 유형이다. 직업적 전문성을 살린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는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사회 참여와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신호다.

 

경력을 살려 사회서비스형(교육, 심리상담, 문화예술, 경찰)에 근무하는 노인일자리 근무자 이미지 / 생성형 AI
경력을 살려 사회서비스형(교육, 심리상담, 문화예술, 경찰)에 근무하는 노인일자리 근무자 이미지 / 생성형 AI

 

인지 지원 등급 등 초기 치매 환자에게 노인일자리는?

경도인지장애(MCI)나 초기 치매를 진단받은 어르신들이 무리 없는 일자리에 참여할 경우 여러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상적인 업무 수행과 대인 관계 활동은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며,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도 있다고 전한다.

더불어 초기 치매 환자가 일자리를 통한 성취감을 얻는 사회적 역할 수행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줄이고, 자존감 회복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적절한 근로 활동은 정서적 안정, 신체 활동 증가, 경제적 자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다만 무리한 노동보다는 인지적·신체적 부담이 적은 맞춤형 일자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현재 노인일자리 정책은 초기 치매 환자, 특히 경도인지장애(MCI)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의 참여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노인은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참여가 제한된다.

경도인지장애(MCI)는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은 저하됐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로 이러한 어르신들은 일반 노인과 마찬가지로 면접을 통해 대화 능력과 거동 상태 등을 확인받은 후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는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대상으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탈취제 제작 등 사회참여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치매 예방 수업 이수 후 매월 10회씩 2달간 출근하며 소정의 임금을 받는다. 완성된 탈취제는 어린이집과 주민센터 등에 전달해 성취감을 얻도록 하고 있다. 광진구는 2024년 12월까지 30명을 상시 모집했으며, 광진구에 주민등록을 둔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했다.

반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어르신은 건강 상태와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일자리 참여에 제한을 두고, 돌봄 서비스와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기요양 5등급 치매 노인의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는 제한돼 있지만, 이들은 경증 치매 환자로서 신체기능은 유지된 경우가 많다. 단순한 등급 기준만으로 사회 참여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다. 오히려 맞춤형 일자리 제공으로 병증 악화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

해외에서는 장기요양 5등급에 해당하는 치매 환자들에게도 일자리 또는 유사한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사례들이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치매 환자의 자존감 회복, 인지 기능 유지, 사회적 고립 완화 등을 목표로 한다.

 

5등급 치매 노인이 가드닝, 청소, 맥주 양조 프로그램, 카페 서빙 등에 참여하는 이미지 / 생성형 AI
5등급 치매 노인이 가드닝, 청소, 맥주 양조 프로그램, 카페 서빙 등에 참여하는 이미지 / 생성형 AI

 

프랑스, Village Landais Alzheimer

프랑스 남서부의 Dax 지역에 있는 ‘Village Landais Alzheimer(랑드 알츠하이머)’는 중증 치매 환자들을 위한 마을 형태의 공동체다. 이곳의 주민들은 카페, 미용실, 상점 등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요리, 정원 가꾸기, 예술 활동 등 다양한 일상 활동에 참여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치매 환자들은 자율성과 사회적 역할에 참여하는 기쁨을 얻는다.

네덜란드, De Hogeweyk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근교에 있는 ‘De Hogeweyk(호그벡)’는 중증 치매 환자들을 위한 마을 형태의 요양시설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소규모 가정에서 생활하며, 요리, 청소, 쇼핑 등 일상적인 활동에 참여한다. 환자들이 익숙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자율성을 갖도록 계획했다.

미국, 오리건주 맥주 양조 프로그램

미국 오리건주 요양시설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간단한 맥주 양조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매 환자들은 맥주 양조의 각 단계에 참여해 인지 기능을 자극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진하는 유익을 얻고 있다.

일본, 오무타시 치매 친화적 일자리 모델

일본 후쿠오카현 오무타시에서는 치매 환자들이 지역 카페에서 간단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지역 행사에 참여하므로 사회적 교류를 유지한다. 치매 환자가 지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해 사회와의 단절감을 해소하고 있다.

 

치매 5등급 노인도 참여할 수 있는 공존형 일자리 정책 필요

이러한 해외 사례들은 초기 치매 환자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노인일자리 정책이 등급 중심의 제한을 넘어 기능 중심의 맞춤형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정부는 노인일자리를 대폭 확대해 어르신들이 더욱 보람찬 일상과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어르신들도 일자리를 통해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하며 증상 진행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정책은 단순히 ‘등급’이 아니라, 실제 인지적·신체적 자립 가능성 평가를 통한 선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 안전요원 배치가 가능한 환경, 짧은 시간 근무 등으로 5등급 어르신의 사회 참여 욕구와 안전을 충족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협력해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모델을 강구할 때다.

 

Sources

국민 행복 일자리, 노인일자리 사업 신청하세요. 보건복지부. 2024.12.01.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00000&bid=0027&act=view&list_no=1483779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시도별. 공공데이터활용지원센터. 20231231.
https://www.data.go.kr/data/15127867/fileData.do

2023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통계동향. 한국노인인력개발원.
https://www.kordi.or.kr/content.do?bid=248&mode=view&page=&cid=556616&sf_category=N107_2&cmsId=174&utm_source=chatgpt.com

손성민, 박아름. 인지프로그램 참여에 따른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의 일상생활활동 수행과 우울 수준의 변화. 한국응용과학기술학회지, vol. 38, no. 2, 2021, pp. 511-520.

김범중, 고성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여부에 따른 노인 인지기능 정도에 관한 연구. 한국지역사회복지학, vol. 77, 2021, pp. 147-176.

강수연, 김호영, 염유식. 노년기 사회활동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 교육의 조절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vol. 35, no. 4, 2016, pp. 563-587.

[한국에 없는 마을] ① 치매 환자가 행복하게 사는 프랑스의 랑드 알츠하이머
https://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62

[한국에 없는 마을] ② 전 세계 치매 마을의 롤 모델, 네덜란드의 호그벡
https://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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