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빌 토마스가 설립한 전 세계 요양원 운영 자문 기관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의 3대 노인 재앙을 제거
활기차고 품격 있는 노후 환경과 사람을 우선시하는 치매 관리 학습 제공

이미지: edenal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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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돌봄이 필요한 고령세대가 자녀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선택하는 곳이 요양시설이다. 시설 등급을 받아 입소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입소 후의 삶의 질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환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요양시설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미국은 이러한 공급자 중심의 요양시설을 바꾸려는 문화 변화(Culture Change)를 시도했다. 그 배경에는 입소 노인의 욕구 중심이 아닌 '시설의 목적 달성 우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입소 노인은 문제 노인으로 치부', '입소 노인 개별성이 아닌 전체성을 강조'한 문제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양원의 환경을 혁신하기 위해 ‘에덴 얼터너티브(Eden Alternative)’, 요양원 케어의 질을 향상하는 ‘웰스프링 모델(Wellspring Model)’, 노인 장기 요양의 새로운 모델 ‘그린하우스 프로젝트(The Green House Project)’ 등이 생겨났다.

 

이미지: edenal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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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은 노인의 3대 재앙

빌 토마스 박사 / changema.kr
빌 토마스 박사 / changema.kr

이중 에덴 얼터너티브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요양원 운영 자문서비스 기관으로, 1994년 의사 빌 토마스(Bill Thomas) 박사가 설립했다.

노인 삶의 질을 위해 ‘노화를 바라보는 관점 재구성’, ‘치료의 재해석’,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을 없애기’, ‘영향력 있는 능력을 지닌 이들 지원’, ‘혁신적인 교육 및 상담 제공’ 등에 주력하며 노인과 그들의 돌봄 파트너의 복지를 개선하고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토마스 박사는 의사, 교수, 기업가, 극작가, 공연자로 다방면의 재능을 지녔으며 인간 노화의 영역에 집중해 온 인물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를 미국의 은퇴를 바꾸는 ‘10대 혁신가’로 세웠고 <U.S. 뉴스 & 월드 리포트>는 ‘미국 최고의 리더’에 올렸다.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에서 일으킨 혁신

1991년 젊은 의사였던 빌 토마스는 뉴욕주 소도시 뉴 베를린에 있는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Chase Memorial Nursing Home)’에 부임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그는 사람들을 돌보고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이 실제로 입소자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쇠하고 여러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을 돌보는 시설인데 궁극적으로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설계돼 있었다.

돌봄 산업은 노인들을 위한 개인 공간의 크기를 줄이면서 관리를 표준화했고, 규정을 준수해 사고를 줄이며, 수입을 늘리도록 추진되고 있었다. 그 결과 노인 개인의 행복은 보장되지 않았다.

토마스는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을 노인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과 더 나은 임상적 치료를 제공하는 소규모 지역 사회 기반 치료 환경으로 대체했다.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을 요양원의 세 가지 병으로 정의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요양원에 동물, 식물을 들여놓고 어린이를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있게 했다.

 

이미지: goodshepherdcommunities.org
이미지: goodshepherdcommunities.org

당시 뉴욕주 규정상 요양원에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만 허용됐지만, 토마스는 주 의회를 설득해 개 두 마리, 고양이 네 마리, 잉꼬 백 마리를 요양원에 들여올 수 있는 허가를 받았고, 각 방에 식물을 두었다. 그 결과, 입소 노인의 처방 약이 지역 내 다른 요양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약 구매비용도 30% 감소했고 사망률도 15%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그는 요양시설에 식물, 반려동물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인간적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입소 노인이 케어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돌볼 수 있도록 했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노인 요양원의 세 가지 재앙인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을 제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면서, 실천요소로 웰빙의 7가지 요소(정체성, 연결, 안전, 자주, 의미, 성장, 기쁨)와 에덴 얼터너티브 10원칙을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노인요양시설을 추구했다.

또한 입소 노인과 직원 모두의 웰빙을 개선하기 위해 케어 파트너(Care Partner) 팀을 운영해 요양원을 편안한 집과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바꿨다. 2003년 설립한 더그린하우스 프로젝트도 그가 공동 설립했다.

웰빙의 7가지 요소 – 정체성, 연결, 안전, 자주, 의미, 성장, 기쁨 / edenalt.org
웰빙의 7가지 요소 – 정체성, 연결, 안전, 자주, 의미, 성장, 기쁨 / edenalt.org

에덴 얼터너티브 10원칙 

1. 외로움, 무력감, 지루함의 세 가지 재앙은 노인 세대 고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 다양한 능력을 지닌 어르신과 동식물이 함께 긴밀하고 지속적인 접촉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는 노인 중심 커뮤니티를 만든다. 이러한 관계는 젊은이와 노인 모두에게 가치 있는 삶의 길을 제공한다.
3. 사랑의 교제는 외로움의 해독제다. 노인은 동물과 교감할 권리가 있다.
4. 노인 중심 커뮤니티는 보살핌을 받을 뿐만 아니라 베풀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는 무력감의 해독제다.
5. 노인 중심 커뮤니티는 예기치 않은 일,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일상에 다양성과 자발성을 불어넣는다. 이는 지루함의 해결책이다.
6. 무의미한 활동은 인간의 정신을 부식시킨다.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인간의 건강에 필수 요소다.
7. 의료는 진정한 인간 돌봄을 보완하는 요소이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8. 노인 중심 커뮤니티는 상명하복식 관료적 권위를 멀리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의사 결정 권한을 노인과 노인 가까운 사람에게 부여한다.
9 노인 중심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끝없는 노력의 과정이다. 인간의 성장은 결코 인간의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10 현명한 리더십은 세 가지 재앙에 맞서 싸우는 모든 투쟁의 결정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에덴 얼터너티브는 북미, 유럽, 호주, 아시아, 남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 협회가 조직돼 있으며 권역별 전담 기관이 있다. 한국은 현재 글로벌 파트너로 등록된 상태이며 일부 활동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요양시설 차원에서 에덴 철학이 공식적으로 도입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싱가포르·홍콩·중국 기관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에덴 얼터너티브의 효과

에덴 얼터너티브의 문화 변화 철학은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에덴 얼터너티브를 적용한 곳은 주로 비영리법인이고 규모가 큰 편이며, 자격증이 있는 직원 비율이 높았다. 거주 노인의 삶의 질과 전반적 웰빙이 향상됐으며, 항불안제 사용량 및 통증 감소, 향정신성 약물 사용량 감소, 낙상 감소, 우울증 감소 등의 효과를 창출했다. 운영 측면에서도 직원 이탈과 퇴사가 줄었고, 공실률, 전원율과 재정이 개선됐다.

타 기관과 가장 차별화한 에덴 얼터너티브 노인요양시설의 특징은 인간다운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해 동물, 식물과 어린이를 적극적으로 유입한 것이다. 거주 노인이 어린이, 동식물과의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사회적 상호작용을 관찰한 결과 모든 분야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도시 노인요양시설은 실내식물을 키우는 경우는 많으나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나 반려동물 양육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50대 28.7%, 60대 27.4%이다(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20~30대보다 50~60대의 연령층에서 뱐려동물 양육비율이 높으며 노인층 반려동물 양육비율은 계속 증가세다. 일본은 반려동물과 함께 입주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들이 있다.

 

치매와 함께 잘 사는 법 교육

에덴 얼터너티브의 온라인 유료 학습 목록에 '치매 치료와 모범 사례(Dementia Care and Best Practices)'가 있다. 의료 분야 종사자와 치매 환자 그리고 간병 보호자를 위한 커리큘럼으로 ‘치매의 정의’, ‘치매에 대한 환각와 망각의 재구성’, ‘항정신병제를 넘어서’, ‘BPSD(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에서 벗어나다’ 등이 있다. 또한 전문가에게 배우는 치매 케어 과정인 ‘약물을 넘어선 치매 온라인 학습’을 개설해 치매와 함께 잘 사는 법을 제공하고 있다.

 

에덴 얼터너티브 도입에 대한 의견

한국의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이미 노인층에 진입해 가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시대에 활동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세대다. 이들에게 에덴 얼터너티브에 입각한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의견은 우호적이다. 이들은 현재 노인요양시설에 가정적인 요소가 없어 가정적인 분위기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에덴 얼터너티브가 제시하는 가정적인 분위기, 문화 변화 교육, 기관 인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에덴 얼터너티브 10원칙에 동의하면서 이러한 변화의 철학에 공감을 보였다. 노인요양시설의 현재는 변화가 많이 필요하며 베이비부머의 수요와 요구를 수용하는 수정 방안이 요구된다. 인간다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동식물의 유입 중 반려동물과의 거주 요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반려동물을 동반하는 노인요양시설 디자인과 서비스 특화가 필요하다.

노인요양시설은 노인의 마지막 ‘집’이다. 마지막까지 주체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환경은 무엇일까? 더 늦기 전에 현실화해야 한다. 친구를 방에 초대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 어제와 다른 재미있는 이벤트가 발생해 지루한 나날에 활력을 주는가? 우리 사회의 노인요양시설에는 인간다운 생태계를 실현하는 현명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노쇠로 돌봄이 필요한 삶이어도 더는 암울함이 아닌 상호작용이 가능한 삶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Source
Miryum Chung. (2023). Investigation of the Needs and Desires of Baby Boomers for Culture Change in Elderly Residential Care - Focused on Eden Alternative -. Journal of the Korean Housing Association, 34(4), 037-045. https://doi.org/10.6107/JKHA.2023.34.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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