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쉐퍼 ‘2025 미국 치매 비용 프로젝트’ 보고서 발표
환자 ‘삶의 질 하락’, 경제적 환산 시 의료비보다 부담 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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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올해 치매 관련 사회경제적 총비용이 7,810억 달러(한화 약 1,12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이 환자를 돌보는 데 연간 68억 시간을 들일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의료·요양 비용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쉐퍼 보건정책·경제학연구소(Schaeffer Center for Health Policy & Economics)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의료 및 돌봄 비용, 생산성 감소, 삶의 질 하락 등 포괄적 범위에서 올해 치매 관련 연간 비용을 추산한 ‘2025 미국 치매 비용 프로젝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재정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향후 치매 관리와 정책 수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번 연구는 건강 및 은퇴 연구(HRS), 의료비 지출 조사(MEPS), 메디케어 수혜자 조사(MCBS) 등 미국의 대표적인 대규모 조사 데이터를 통합한 '미국 치매 비용 모델(USCDM)'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이 모델은 치매의 발병과 신체·기능적 건강 기능 변화, 돌봄 시간, 고용 상태 및 소득 등을 반영하는 동적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2010년부터 51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데이터를 갱신한다.

The United States Cost of Dementia Project (2025)
The United States Cost of Dementia Project (2025)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치매 환자는 총 560만 명으로,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이 5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비용 항목은 치매 환자 삶의 질 하락으로, 전체 비용의 약 39%인 3,020억 달러(약 433조 8,800억 원) 규모로 조사됐다. 이는 치매 없이 지냈던 경우와 비교해 산출한 수치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환자의 삶의 질 하락에 질보정수명(Quality-Adjusted Life Year, QALY) 기준 1년당 15만 달러(약 2억 1,500만 원)의 가치를 부여해 환산한 결과다.

의료 및 장기요양 비용은 2,320억 달러(약 333조 4,300억 원)로 전체 비용의 30%를 차지했다. 이 중 메디케어(Medicare)가 1,060억 달러, 메디케이드(Medicaid)는 580억 달러를 각각 부담했다. 환자와 가족의 자비 부담도 520억 달러(약 74조 7,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비공식 돌봄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연간 총 68억 시간을 무급 돌봄에 투입할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를 미국 가정 간병인 평균 시급인​ 34.5달러로 환산하면 2,330억 달러(약 334조 8,700억 원) 규모다. 여기에 기회비용까지 반영하면 경제적 부담이 2,470억 달러에 달해 의료·요양 비용을 넘어선 수준이다.

돌봄 제공자들의 노동시장 이탈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적지 않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일을 줄이거나 퇴직하면서 발생하는 연간 소득 손실은 80억 달러(약 11조 5,000억 원)에 이르며, 이들의 삶의 질 하락은 60억 달러(약 8조 6,200억 원)로 추산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줄리 지시모풀로스(Julie Zissimopoulos) USC 교수는 “이러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시간 경과에 따라 비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더 잘 이해하면 궁극적으로 치매의 재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증거 기반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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