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P’ 수급자, 비수급자보다 2~3년 더 인지 건강 유지
인종별 격차도 나타나...흑인·히스패닉이 백인보다 이점 적어

미국 농무부(USDA)
미국 농무부(USDA)

미국 취약계층 대상 공공 영양지원 제도인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에 등록된 고령층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인지 저하 속도가 더 느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0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2025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AAIC 2025)’에서 발표됐다.

SNAP은 농무부(USDA) 산하 식품영양국(Food and Nutrition Service)이 운영하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12.3%가 이 제도를 통해 식품 구매 비용을 지원받았다. 연간 투입된 정부 예산은 998억 달러(한화 약 139조 원)에 달한다.

USD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SNAP 수급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19.5%를 차지한다.

미국 조지아 공중보건대(University of Georgia College of Public Health) 연구팀은 2010년 HRS(Health and Retirement Study)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SNAP 수급자와 비수급자 2,347명을 대상으로 인지 기능 변화를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흑인, 히스패닉, 백인 등 인종별 격차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미국 농무부(USDA) 홈페이지
미국 농무부(USDA) 홈페이지

참여자들은 SNAP 수급자 1,131명(평균 63세)과 수급 자격을 갖췄지만 참여하지 않은 1,216명(평균 66세)으로 구분됐다. 인지 기능(기억력과 집행기능)은 2년마다 전화나 웹 기반 인터뷰를 통해 평가됐다. 초기 평가에서 인지 기능 점수가 27점 만점에 11점 이하인 경우, 치매 위험군으로 분류돼 분석에서 제외됐다.

연구 결과, 수급군은 전체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비수급군보다 연간 0.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β=0.09, 95% CI 0.05-0.14, p<0.001) 이 차이를 10년간 누적 효과로 환산하면, 수급자의 인지 저하가 평균 2~3년 더 늦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기억력(β=0.07, 95% CI 0.03-0.11, p<0.001)과 집행기능(β=0.03, 95% CI 0.01-0.04, p=0.004)에서 각각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린린 다(Linlin Da) 박사과정 연구원은 “인지 기능이 양호한 상태에서 시작한 경우, 이처럼 완만한 저하 속도에도 경도인지장애(MCI) 진입 시점을 거의 10년 가까이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영양지원 프로그램이 인지장애나 치매 발병을 실질적으로 늦춰주면, 고령자들이 약물 복용, 돈 관리, 일상 업무 관리 능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노년기의 독립성과 삶의 질이 더 크게 향상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지 보호 효과는 인종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백인보다 전체 인지와 기억력 저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른 것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 집행기능에서는 인종·민족간 유의한 결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든 인종에게서 SNAP 수급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백인 수급자의 경우 훨씬 더 큰 이점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카릴로(Maria C. Carrillo) 알츠하이머협회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이전에도 영양 불균형이 인지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영양지원 제도가 인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한 최초의 장기 연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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