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R&D 예산 구조조정"...치매관리체계 예산 67억 증액 ‘찔끔’
새 정부 첫 치매 사업 ‘치매안심재산관리’에 19억 신규 편성
보건복지부가 이재명 정부의 첫 치매 관련 예산안에서 R&D 지원을 대폭 줄인 반면, 재산관리 지원 서비스(공공신탁) 사업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치매관리체계 예산은 소폭 증가했지만 전년도 삭감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6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총 137조 6,480억 원으로 전년보다 9.7% 늘었다. 이는 국가 총예산 728조 원 가운데 18.9%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기존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저성과 부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특히, 복지부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KDRC) R&D 예산을 ‘구조조정 실적’으로 내세웠다.
복지부는 ‘사업 우선순위 조정’을 이유로 2025년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본예산 기준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 ▲예측 및 진단 기술 개발 ▲원인 규명 및 발병기전 연구 사업에서 총 119억 4,700만 원 예산 중 27억 9,200만 원(23.4%)을 삭감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발표한 '2026년 예산안 효율화 및 정비 내역'에 따르면, 예측 및 진단 기술 개발 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32.8%(11억 3,800만 원), 예방 및 치료기술 부문에서 24.7%(13억 5,500만 원)를 각각 구조조정 실적으로 잡았다. 원인 규명 및 발병기전 연구 부문에서도 10%(2억 9,900만 원)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측에서는 복지부의 '구조조정 실적' 발표에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당초 사업단의 세부사업별 집행 계획에 따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사업비가 온전히 반영된 예산이라는 것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2026년 예산안은) 심의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라 계획대로 전액 반영된 예산"이라며 "장기 사업들은 후반부에 들어서면 잔여기간 문제로 신규 과제 수가 자연 감소한다"고 반박했다. 사업단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전 계획에 따른 R&D 예산 감소를 복지부가 지출 효율화 성과를 내기 위해 '구조조정 실적'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 새 정부 첫 치매 사업 ‘치매안심재산관리’에 19억 신규 배정
한편, 새 정부의 첫 치매 관련 사업 신설 예산은 ‘치매안심재산관리’ 지원 서비스 시범사업에 배정됐다. 이 시범사업은 인지 저하로 정상적인 재산관리가 어려운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갈취나 사기 등 경제적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시범사업이 도입되면 치매 환자 본인이나 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신탁계약을 맺을 경우, 위탁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이를 근거로 재산관리를 지원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19억 원을 투입해 치매 환자 등 750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유사한 취지로 운영 중인 발달장애인 재산관리 지원 시범사업은 법적 근거가 마련돼 오는 10월부터 본사업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시범사업과 관련해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 중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먼저 진행한 후 법률 개정과 시행이 이뤄지는 절차로 논의 중이다.
보건복지위 회의록에 따르면,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달 20일 열린 보건복지소위에서 “발달장애인과 치매 환자는 다르다”며 “치매는 100만 가까이 되고, 때로는 가족이 아닌 분들도 재산관리를 하기도 해 법적인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소위에서 “성년후견인 제도로도 재산관리를 할 수 있고, 시행된 지도 꽤 됐다”며 “이 제도에서 어떤 점이 부족해 새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지 해외 사례와 비교·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인력이 확보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사회복지사가 재정지원 계획 상담부터 적합성 검토, 계약체결 등 절차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치매안심센터 일선에서는 예산 삭감에 따른 인력 감축으로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내년 치매관리체계 구축 예산을 전년보다 3.8%(67억 원) 늘어난 1,849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전년도 삭감분을 고려하면 원래 예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치매관리체계 구축 예산은 1,782억 3,500만 원으로, 전년 기준 137억 5,400만 원이나 감소했다.
치매안심센터 운영 등 대부분 인건비로 구성된 치매관리체계 예산은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대 감소 폭을 보이면서 인력 축소 등 조직 위축에 따른 서비스 저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 예산안은 오는 3일 국회에 제출된 후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2월 2일까지 본회의에서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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