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초기 설정된 후성유전 기억이 성인기 뇌질환 취약성 좌우

KAIST 생명과학과 정인경 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정원석 부연구단장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뇌 속 성상교세포(별아교세포, Astrocyte)의 발달 초기부터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로 알려진 NR3C1이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스위치로 작동하며 성인기 이후 뇌질환의 취약성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9월 22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성상교세포(별아교세포, astrocyte)에서 NR3C1 유전자가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스위치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정상 조건에서는 NR3C1이 염증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균형을 유지하지만, 유전자가 결손되면 후성유전적 조절이 깨져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그 결과 자가면역성 뇌질환 모델에서 마비와 중증 신경 손상 같은 임상 증상이 나타났다. / Nature Communications, 2025.9.22
연구팀은 성상교세포(별아교세포, astrocyte)에서 NR3C1 유전자가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스위치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정상 조건에서는 NR3C1이 염증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균형을 유지하지만, 유전자가 결손되면 후성유전적 조절이 깨져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그 결과 자가면역성 뇌질환 모델에서 마비와 중증 신경 손상 같은 임상 증상이 나타났다. / Nature Communications, 2025.9.22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이용해 성상교세포 발달 전 과정을 다중오믹스 분석으로 추적했다. 전사체와 염색질 접근성, 3차원 게놈 상호작용을 함께 분석해 발달 시기별 전사인자를 55개 발굴했으며, 그 가운데 NR3C1이 가장 중요한 조절자로 작동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NR3C1이 결손된 성상교세포는 정상적인 발달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성체가 된 뒤 자가면역성 뇌질환 모델을 유도했을 때 과도한 염증 반응과 조직 손상이 발생했다. 이는 발달 초기 유전자 결손이 후성유전적 구조를 바꾸어 성상교세포를 쉽게 활성화되는 상태로 남기며, 성인기에도 면역 반응이 과잉 유도되는 조건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성숙 이후 NR3C1을 제거했을 경우에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성상교세포 면역 반응을 설정하는 시기가 생후 초기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발견은 치매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성상교세포는 뇌 환경에서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주요 세포로, 발달 초기에 설정된 후성유전적 ‘면역 기억’이 성인기 뇌질환의 민감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일부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병변에서는 NR3C1 결손 생쥐와 유사한 유전자 발현 패턴이 확인됐다. 이는 인간 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치매와 같은 퇴행성 질환과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쥐 모델 중심의 연구라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뇌 면역 반응을 결정하는 발달 초기의 조절 창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치매 연구는 주로 노년기에 집중해 왔지만, 이번 결과는 질환 취약성이 이미 발달 초기에 각인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NR3C1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중간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며, 미세아교세포 등 다른 글리아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통합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이번 연구는 발달 시기의 면역 각인이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단초를 마련했다

 

Source

Park, S., Park, H., Kim, J., Lee, Y., Jeong, J., Kim, H., Jeong, I., & Jeong, W. (2025). NR3C1-mediated epigenetic regulation suppresses astrocytic immune responses in mice. Nature Communications, 16(1), Article 64088. https://doi.org/10.1038/s41467-025-64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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