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변 한자문화권 국가들은 치매를 어떤 용어로 대체했는가?
[칼럼] 주변 한자문화권 국가들은 치매를 어떤 용어로 대체했는가?
  • 양현덕 발행인
  • 승인 2020.10.10 0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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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같이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대만·일본·홍콩·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치매(痴呆)’ 또는 ‘치매증(痴呆症)’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대체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치매·痴呆’로, 대만·홍콩·중국에서는 ‘痴呆症’으로 표기해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만, 일본, 홍콩, 중국은 ‘치매’라는 용어 자체가 가지는 부정적인 인식·효과를 개선시키기 위해 ‘치매·치매증’을 ‘실지증(失智症)’, ‘인지증(認知症)’, ‘뇌퇴화증(腦退化症)’ 등으로 명칭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위의 나라 가운데 가장 먼저 명칭을 변경한 나라는 대만으로 2001년도에 ‘치매증’을 ‘실지증’으로 개정했으며, 일본은 2004년도에 치매를 ‘인지증’으로 변경했고, 홍콩도 2010년도에 ‘치매증’을 ‘뇌퇴화증’으로 대체하고, 뒤를 이어 중국도 2012년도에 홍콩과 같이 ‘뇌퇴화증’으로 병명을 바꿨다.

대만에서는 실지증(失智症)

대만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치매증’이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부정적 인식이 치매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걸림돌이라는 문제점이 민간에서부터 제기됐다. 이로 인해 ‘실지증(失智症)’으로 용어를 변경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2001년도에 ‘심신장애자권익보장법’을 개정할 때, ‘치매증(癡呆症)’을 ‘실지증(失智症)’으로 개정하게 됐다. 실지증(失智症)은 ‘지혜를 잃어 버리는 병’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인지증(認知症)

일본에서도 ‘치매’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인해 질병의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을 전문가들이 지적하여 용어 변경을 위한 협의가 2004년도에 시작됐다. ‘치매’는 노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으며 환자와 가족을 고통스럽고 불안하게 만드는 표현이며 ‘치매’라는 명칭이 조기 진단과 예방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사유였다.

이에 2004년도 후생노동성은 전문가 검토 및 여론조사를 통해, ‘치매’를 대신할 용어로 ‘인지장애’, ‘인지증’, ‘기억장애’, ‘알츠하이머(증)’, ‘건망증’, ‘기억증’ 등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 ‘인지장애’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정신의학 분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 중인 병명으로 혼란의 가능성이 높아, ‘인지장애’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았던 ‘인지증(認知症)’을 대체용어로 선택하여 최종 변경했다.

홍콩에서는 뇌퇴화증(腦退化症)

홍콩중문대학은 2005년도에 ‘대중의 치매증(癡呆症) 인식과 태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치매증’이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과 관련하여, 과반수에서 ‘치매증’이라는 단어로 인하여 환자가 자괴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러한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고자 용어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 절반 가량의 응답자가 긍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근거로 ‘치매증’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를 공모했으며, 뇌퇴화증(腦退化症), 뇌환동증(脳還瞳症), 지퇴증(智退症) 중에서 심의를 거쳐 2010년 10월 ‘뇌퇴화증’으로 최종 결정·변경했다.

중국에서도 뇌퇴화증(腦退化症)

중국중앙방송국(中國中央電視臺 China Central Television, CCTV)은 이름을 바로잡아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 차별을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치매정명캠페인(为痴呆正名)을 시작했다. ‘치매증’이라는 단어가 환자와 가족에게 자괴감을 초래하고, 환자들이 수치심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CCTV는 2012년 9월 21일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에 국민을 대상으로 ‘치매증’ 대체병명 선호도 조사를 인터넷으로 실시했다. 이 설문에 총 130만여명이 참여하였으며, 노년치매증(老年痴呆症), 실지증(失智症), 실억증(失忆症), 뇌퇴화증(脑退化症), 알츠하이머병(阿尔茨海默病) 중에서, 뇌퇴화증(脑退化症)이 전체 득표수의 1/3을 초과하는 49만여 표를 얻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CCTV는 이 결과를 근거로 명칭 개정에 대한 의견서(为痴呆正名倡议书)를 제출했고,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뇌퇴화증(脑退化症)’으로 개정했다.

치매 명칭 개정에서 대만·일본과 홍콩·중국의 차이는 무엇인가?

‘치매’ 명칭을 대만과 일본은 각각 ‘실지증(失智症)’과 ‘인지증(認知症)’으로 개정했으며, 홍콩과 중국은 ‘뇌퇴화증(腦退化症)’로 대체했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을 신경퇴행성치매에서는 이상 단백질이 축적되어 뇌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실지증’과 ‘인지증’은 치매의 인지저하 등 임상 증상을 강조하고 있으며, ‘뇌퇴화증’은 뇌세포의 퇴행성 변화라는 치매의 공통적인 원인에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치매(痴呆) 이름만 바꾸면 부정적인 인식이 모두 사라질까?

‘치매(癡呆)’라는 용어를 사용하던 주변 한자문화권 나라들이 치매 병명을 개정한 배경에 ‘어리석다’는 부정직인 의미를 가진 ‘치매(癡呆)’라는 단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치매(痴呆)를 다른 용어로 대체한다고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치매(癡呆)’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노망(老妄)·망령(妄靈) 등으로 치부해온 문화, 치매에서 보이는 환각·망상·우울 등의 정신증상에 대한 사회적 낙인, 치매는 불치병이라는 선입견과 두려움 등 다양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인식 개선 위해서는 치매 명칭 개정 외에 근본적 치료제 개발도 필수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치매(痴呆) 정명(正名)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정신증상에 대한 사회적 낙인 제거를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치매를 고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되는 시점에 인식 개선 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치매’ 명칭 개선을 위해서 어떠한 시도·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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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0-10-10 10:49:44
dementia 와 痴呆 관계에 대해서 잘 공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