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2대 국회 첫 발의 이어 두 번째...정부도 적극 추진 방침 밝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2대 국회에서 ‘치매 정명(正名)’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현행법상 사용되는 ‘치매’ 용어를 ‘뇌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치매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치매 용어 변경을 대표 발의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8명(▲문정복 ▲박균택 ▲박상혁 ▲박정 ▲백승아 ▲안태준 ▲이기헌 ▲정태호)과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도 함께 발의에 나섰다.
일본에서 들여온 번역어인 치매(痴呆)는 ‘어리석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회적 낙인(stigma)과 차별(discrimination)을 강화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작 일본에서는 지난 2004년 치매를 ‘인지증(認知症)’으로 바꿔 쓰고 있고, 대만(실지증 失智症, 2001년)과 홍콩(뇌퇴화증 腦退化症, 2010년) 등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더 이상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국제 단체인 알츠하이머병 인터내셔널(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ADI)이 영국 런던정경대에 의뢰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세계 알츠하이머 보고서 2024: 치매에 대한 글로벌 태도 변화’에 따르면, 일부 개선되기는 했으나 치매 환자에 대한 심각한 낙인과 차별이 여전히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는 치매 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14개 생활 영역 중 한 개 이상에서 경험한 개인의 비율이 88%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치매 환자 중 친구 관계에서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절반 이상인 53.8%였으며, 고용 차별에 대한 우려로 구직이나 취업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비율도 36%에 달했다. 간병인 중 43%는 치매 환자에 대한 타인의 태도를 우려해 친구나 가족을 초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치매 용어 변경을 수차례에 걸쳐 추진해 왔다. 지난 21대 국회만 해도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을 비롯해 회기 중 총 7건의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의료 현장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론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번번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의 부정적 시선으로 고통받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입장과 의견이 배제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의원 등은 용어 변경 법안의 제안 이유로 “환자 가족에게 수치심을 주고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질병의 특징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2021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치매 용어 관련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43.8%가 치매 용어에 거부감을 보였다”고 제시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정신분열병을 조현병(2011년)으로, 간질을 뇌전증(2014년)으로 병명을 개정해 질병에 대한 선입견을 줄이는 데에 기여했다”며 “고령화로 치매 환자 수가 급증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가 91만 명으로 추정되는 상황 속 치매에 대한 적극적인 조기 진단과 치료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매라는 용어를 ‘뇌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해 치매 환자 및 가족들이 겪는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해 적극적인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 정부에서도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해 치매 용어 변경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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