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테라그노시스 기술 개발
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테라그노시스 기술 개발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2.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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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영수 교수팀, 혈액진단의 취약점 혈중 바이오마커 검출한계 극복
좌측부터 연대 약학과 (교신) 김영수 교수, (교신) 김혜연 교수, (주저자) 이동희 박사과정
▲좌측부터 연대 약학과 (교신) 김영수 교수, (교신) 김혜연 교수, (주저자) 이동희 박사과정

연세대 약학과 김영수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내 플라크(plaque) 등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를 분해할 수 있는 약물을 활용해 치료와 진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테라그노시스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약물로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분해하면 작은 크기의 단량체가 혈액으로 빠져나가 검출되는 원리에서 착안한 이번 기술은 기존 알츠하이머병 혈액진단의 취약점인 혈중 바이오마커 단백질의 검출한계점 이하 낮은 농도와 불안정성을 극복해 보편화된 키트-장비로 측정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는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를 수행하는 신개념 진단·치료 기술로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의 영어단어를 합한 신조어다.

현대인의 10대 사망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은 현재 신경심리평가, 뇌구조분석, 뇌바이오마커영상 등 다양한 검사결과를 종합해 이뤄진다.

혈액진단기술은 이와 같은 복잡한 검사 과정에 앞서 간단한 검사로 초기 진단에 유용하기 때문에 최근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혈액진단기술은 대부분 환자의 혈액에서만 특이하게 관찰되는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등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데, 이 단백질들은 혈액 내에서 반감기가 짧고 매우 낮은 농도(pg/mL)로 존재해 고감도의 특수장비를 사용하거나 혈액에 추가적인 처리를 해야 측정이 가능해 보편화에 지장이 크다.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를 제거해 주는 기전의 항체의약품인 아두헬름(미국 바이오젠)이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병 신약 승인을 받은 후, 약효를 개선한 후속 항체 신약 후보 물질이 다국적 제약사에서 연이어 개발되고 있다. 

아밀로이드베타 응집체 제거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치료가 임상에서 입증된 현재, 항체에 비해 경구 투약, 뇌혈관장벽투과, 생산단가 등 다양한 면에서 장점이 있는 합성의약품의 개발을 통한 고령층 친화적인 약물 개발이 절실하다. 이 같은 상황에 세계에서 아밀로이드 제거(Amyloid Clearance) 기전의 합성의약품을 발굴하는 그룹은 연세대 김영수 교수팀이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자체개발한 경구 투약용 약물이 뇌조직에 축적돼 있는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분해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등 치료 과정에서 분해된 단량체가 혈관으로 빠져나가 혈액 검사에서 검출되는 원리에서 착안해 테라그노시스 기술을 개발했다. 약물 투약과 동시에 혈액에 극저농도(pg/mL)로만 존재하던 아밀로이드베타의 양이 100배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해, 약물의 경구 투약 전과 후에 채혈한 혈중 아밀로이드 농도를 비교해 증가하면 양성, 변화 없으면 음성이라는 진단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그림2). 

▲연구 개발 전략 및 흐름도. 알츠하이머병 형질전환 생쥐를 다양한 나이대와 성별로 준비해 아밀로이드 응집체 분해 약물 투과 전과 후에 채혈해, 뇌에서 플라크/성상교세포가 감소하는 치료 효과 및 혈액에서 고농도의 아밀로이드가 검출되는 진단결과를 동시에 얻었다.
▲연구 개발 전략 및 흐름도. 알츠하이머병 형질전환 생쥐를 다양한 나이대와 성별로 준비해 아밀로이드 응집체 분해 약물 투과 전과 후에 채혈해, 뇌에서 플라크/성상교세포가 감소하는 치료 효과 및 혈액에서 고농도의 아밀로이드가 검출되는 진단결과를 동시에 얻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유전자가 삽입된 형질전환 생쥐 모델과 비교군인 정상 생쥐 90여 마리를 다양한 나이대와 성별로 나눠 12주간 반복적으로 채혈했다. 우선, 첫 3주 동안 약물 투약 없이 채혈해 일반적인 효소면역측정법(ELISA)으로는 극저농도의 혈중 아밀로이드베타의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4주차부터 약물 투약과 동시에 반복 채혈을 진행한 결과, 알츠하이머 형질전환 생쥐의 뇌에서 약물에 의해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와 성상교세포가 감소하는 치료 효과가 관찰됐고 더불어 혈액에서 약물 투약 전보다 최대 128배 증가한 아밀로이드베타가 효소면역측정법으로 검출됐다.

그동안 혈중 아밀로이드베타의 변화는 알츠하이머병 혈액진단의 핵심 바이오마커로 20년 이상 연구됐고 최근 질량분석기, 바이오센서 등 고감도 의료장비 개발의 도움으로 극저농도 단백질의 측정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특수한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매년 증가하는 고령 인구가 보편적으로 진단의 혜택을 누리기는 아직 어렵다. 

연세대 김혜연 교수(교신저자)는 “가능하면 고가의 특수장비 없이 간단하게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관련 기술 개발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고, 연세대 김영수 교수(교신저자)는 “체외진단과 신약개발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기술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아이디어이지만 허가 등의 측면에서 볼 때 빠른 임상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신약의 약효평가용으로는 상대적으로 쉽게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기본연구사업, 중점연구소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포스코청암재단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6.8)’에 2월 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논문>
Lee, D., Kim, H. V., Kim, H. Y., Kim, Y., Chemical-Driven Outflow of Dissociated Amyloid Burden from Brain to Blood. Adv. Sci. 2022, 2104542. https://doi.org/10.1002/advs.20210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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