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승인 초읽기 레카네맙, 치매 치료 패러다임 변화 가져올까?
국내 승인 초읽기 레카네맙, 치매 치료 패러다임 변화 가져올까?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5.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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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병 무전유병’ 측면이 있고 보험은 예측 불가”
나해리 보바스기념병원장 "레카네맙, 5월 17일 승인될 줄 알았는데 연기됐다"

19일, 제40회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렸다. ‘디지털 시대의 노인 의료’, ‘노인 만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노인에서 흔한 질환 관리’ 세 개의 심포지엄으로 구성한 이번 학회에서 나해리 보바스기념병원장이 “치매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제목으로 레카네맙의 의미, 기대 효과, 국내 승인 앞둔 준비 등을 발표했다.

신경과 전문의 나해리 원장은 치매, 뇌졸중, 우울 및 행동장애, 인지재활치료 등 뇌질환 환자를 위한 활발한 치료와 연구 학술활동을 펼쳐 왔다. 롯데의료재단 보바스기념병원의 뇌건강센터장이자 6대 병원장이다. 나 원장은 치매 학회가 아닌 학회에서 치료제 내용을 처음 발표하는 것이며, 레카네맙 국내 승인을 앞두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전하겠다고 서두를 열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24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나해리 원장 / 이석호 기자
2024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나해리 원장 / 이석호 기자

모든 사람은 뇌의 노화를 겪는다. 누구나 뇌에 위축이 오고, 뇌경색, 뇌출혈을 겪을 수 있다. 신경과에서는 뇌의 노화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이슈로 다룬다.

100세 이상을 사는 지금, 뇌의 노화로 인지기능이 정상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며 개별 맞춤 진료가 필요하다. 나이, 성별 등 수준에 따라 내 인지기능이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20년 전부터 진행되는 치매의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20년 전과 비교해 80% 정도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면 정상 노화라고 평가한다. 이보다 빨리 나빠지면 비정상 노화 그리고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초래할 만큼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치매 단계로 본다.

정상 범위, 본인이 생각할 때 주관적으로 인지가 떨어진 범위, 객관적으로 인지가 떨어진 경도인지장애 단계, 그리고 치매 단계의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중 치매 단계의 가장 흔한 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이는 뇌 안에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정상 뇌세포를 파괴하며, 뇌세포의 골격을 유지하는 타우 단백질이 손상되면서 생긴다. 아밀로이드든 타우든 다른 문제가 있든지 간에 결국은 뇌의 퇴행이 진행되면서 뇌세포가 죽고 그 때문에 뇌의 볼륨이 떨어지는 현상이 맞물리며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한다.

이 알츠하이머병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것은 증상이 발견되기 20년 전부터다. 오랜 기간에 걸쳐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의 침착이 진행되면서 뇌의 퇴행을 가져오고 인지장애가 생기고 치매 단계로 간다. 그래서 나이 84세인데 뇌 위축의 정도는 90세일 수 있다.

유전체 회사에서 유전 정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병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뇌혈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동맥 경화가 있을 수 있고 다른 원인 물질이 있을 수 있으며 루이소체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신경병리학적 원인을 갖는다. 가장 흔한 것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뇌신경세포의 사멸을 일으키는 것이다. 최근 진행한 많은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하여 다 같은 알츠하이머병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관점에서 치매 학회는 약제 4종으로 25년을 버텨 왔다. 당뇨병 약은 계속 새로 만들어 내고 콤비네이션도 있지만, 치매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억제제인 도네페질(Donepezil),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과 NMDA수용체길항제인 메만틴(Memantine)의 약제 4종으로 25년을 버티면서 콤비네이션을 이제 겨우 만들고 있다.

현재의 치매 치료제는 완치를 바랄 수 없고 진행을 느리게 하는 효과에 머물러 있다. 치료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1/3은 치료해도 나빠질 수 있다. 약제 투약에도 불구하고 나빠지면 약을 바꾸거나 심지어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즉, 부작용의 위험도 따른다.

오늘 발표의 본론인 레카네맙은 굉장히 좋은 약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에 사용한 아두카누맙은 부작용률이 높았고 가격 또한 5만 6천 달러(한화 7,600만 원)로 높게 책정됐다가(FDA 정식 허가를 위해 4상 임상 시험을 서두르기 위해 2만 8,200달러로 낮춤) 현재는 사용이 중단됐다. 에자이에서 생산한 레카네맙은 주사제로 2주 간격으로 투여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평균 27% 늦춘다. 부작용 비율이 낮지는 않지만 중증 부작용은 5~7% 정도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약이다.

국내 승인이 지난주 금요일(5월 17일)에 이뤄질 줄 알았는데 연기됐다. 다음 달에는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가격은 미국에서 2만 6,500달러(한화 약 3,600만 원)이며 일본도 비슷하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레카네맙은 1분기에 비해 2분기 매출이 10배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없어서 못 사는 약으로 인기가 높다.

이어서 승인 예정인 도나네맙과 함께 레카네맙은 일관되게 긍정적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라고 불리는 부작용이 있는데 뇌부종(ARIA-E)과 뇌출혈(ARIA-H)을 동반한 것으로 약 12%에서 발생했다. 즉, 혈관의 내벽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약제마다 서로 다른 정도의 ARIA가 있다. 레카네맙은 도나네맙(38%)과 아두카누맙(35%)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다.

레카네맙 투약을 받으려면 경도인지장애 혹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아야 하며, Positive Amyloid PET이 필수다. 나이는 50~90세, MMSE 22~30, 치료 이득과 잠재적 위험에 관한 이해 그리고 경제적인 여건이 좋아야 한다.

최근 12개월 내 뇌졸중, 정신질환이 있으면 안 되고, 면역학적 질환 병력(루푸스, 크론병 등), 면역억제제 사용자, 출혈 장애, 항응고제 복용자이면 제외된다. 또한 불안정한 의학적 상태, MRI 를 찍을 수 없는 상태도 투약군에서 제외된다. 레카네맙은 현시점에서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약제로 효과는 2~4년간 지속된다. 향후 더 나은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과정의 약이다. 이처럼 치매 치료는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2024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 나해리 원장 발표 화면 / 이석호 기자

 

발표를 마친 뒤 참가자 질문 “아밀로이드 PET 양성이지만 인지기능에 이상이 없는 경우가 있는가, 그리고 양성이므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도는 높은가?”가 있었다. 나 원장은 “65세 이상에서 아밀로이드 PET 양성이 20% 나오며, 이 20% 중에 돌아가실 때까지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양성이라고 해서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며, 증상이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지만 추적 관리에 따라 증상이 생겼다 싶으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답했다.

좌장인 이은아 해븐리병원장의 “레카네맙이 들어온다고 해도 가격대가 비싸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모두 치료제로 쓸 수는 없을 텐데, 우리나라에서 보험 인증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초기 알츠하이머병, 경도인지장애 단계, 비교적 젊은 나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유전무병 무전유병 측면이 있다. 보험은 예측이 불가하다. 너무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레카네맙은 리스크가 높으면서 비싸고 까다로운 약제로 의사도 환자도 주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어며병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으나, 치료에 보장은 없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치료 기대치는 매우 높다. 레카네맙은 의료계에선 관심이 많고, 환자들에겐 한정적인 투약군에다 치료 기회가 적은 약이다. 결국은 더 많은 연구로 레카네맙보다 효과와 접근성이 좋고 가격대가 현실적인 약제 개발이 시급하다. 지난주로 기대를 모은 국내 승인이 연기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초고가의 약제면서도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레카네맙을 뛰어넘을 약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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