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기억’ 프로젝트 착수...대화를 통한 시각화로 기존 회상요법 보완
“어렸을 땐 춤 동작을 잘 기억했어요. 이를테면 가든파티였던 듯한데, 넓고 푸른 정원에서 춤을 추던 기억이 나요. 몸짓이 아주 우아하진 않았지만, 뭘 해야 할지는 기억했던 것 같아요.”
AI 기술로 치매 환자의 흐릿해진 기억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날 수 있을까.
구글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을 접목해 치매 환자의 기억 회상을 돕는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AI 기술의 발전이 기존의 비약물적 중재법인 회상요법(reminiscence therapy)을 고도화하면서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자사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환자의 기억을 시각화하는 ‘합성 기억(Synthetic Memories)’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합성 기억은 환자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한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한 뒤, 이를 생성형 AI가 이미지와 영상으로 재구성해 시각화하는 회상요법 기반 프로젝트다. 이때 생성된 시각 자료가 과거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는 없지만, 치매 환자가 기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치료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 회상요법이 사진이나 음악, 소품 등 실제 자료에 의존했다면, 이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기록이 없거나 실제 자료가 부족할 때 AI가 이를 보완해 환자의 잃어버린 기억을 이미지로 생성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구글은 ‘AGE-WELL’의 과학 책임자인 알렉스 미하일리디스(Alex Mihailidis) 토론토대 교수, 예술 연구 그룹 ‘Domestic Data Streamers’의 파우 알레이쿰 가르시아(Pau Aleikum Garcia) 디렉터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하일리디스 교수는 “예술과 기술, 공동체의 교차점에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과거의 일부를 되찾고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는 본인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합성 기억 프로젝트는 “가장 오래된 기억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이후 AI가 단절된 기억 조각들을 이어주면서 환자의 인지 기능과 정서를 자극하고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 참여자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에드워드(Edward)와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예를 들어 그가 인터뷰에서 “예전에 친구와 함께 스페인 도로변에서 히치하이크한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하면, 구글의 AI 도구인 이미지FX(ImageFX)와 비디오FX(VideoFX)를 통해 가죽 재킷과 배낭을 멘 모습이 생성됐다.
이러한 이미지는 에드워드가 만족할 때까지 세밀하게 다듬어졌다.
미하일리디스 교수는 “회상치료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50~60년 나아가 70년 전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필요한 사진이나 소품이 부재할 수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AI가 이러한 공백을 채우고 개인화된 시각적 단서를 생성해 치매 환자가 과거와의 연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향후 박물관, 예술 기관,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회상요법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치유 공간을 개발할 계획이다.
참고
<Synthetic Memories: Visualising Edward's Memories with AI> https://www.youtube.com/watch?v=QXoyPsIWnG4&t=9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