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디지털 기술과 치매의 관계
청소년기, 디지털 기기가 '디지털 치매' 부를 수도
노년층, 디지털 기술로 고립 예방하고 두뇌 자극해야

디지털 기술이 인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나이에 따라 다르게 분석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디지털 치매’를 우려하지만, 노년기에는 오히려 ‘인지기능 보호’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마이애미의 신경과 전문의이자 디지털 치료제 연구자인 샤힌 라칸(Shaheen Lakhan) 박사는 <Medscape Medical News>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은 본질적으로 뇌의 적도 친구도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며, 적절하게 주의하며 나이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 ‘디지털 치매’ 주의보

‘디지털 치매’란 독일 신경과학자 만프레드 스피처(Manfred Spitzer) 박사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기억력과 뇌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에게 위험성이 높다. 뇌 발달의 중요한 시기인 이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이나 감정 조절 능력 저하, 충동성 증가 등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관련된 수면장애, 통증, 뇌 구조 변화 등도 보고되고 있다.

라칸 박사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서 현실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디지털 무쾌감증’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지 훈련을 하는 노년층 이미지 생성 / 챗GPT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지 훈련을 하는 노년층 이미지 생성 / 챗GPT

 

노년기, ‘디지털 고립’이 더 큰 위협

반면, 고령층에서는 ‘디지털 고립’이 치매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디지털 접근성의 부족으로 인해 사회적 고립, 외로움, 인지 활동 부족이 인지 저하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3일 뉴욕대학교 연구팀이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온라인에 발표한 연구로, 50~65세 성인 18,154 명을 최대 17년간 추적한 미국 건강 및 은퇴 연구(US Health and Retirement Study)의 전향적 분석 결과, 정기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한 노년층의 치매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 다른 메타 분석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노인은 인지 저하의 속도가 현저히 낮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텍사스 베일러대 마이클 스컬린(Michael K. Scullin) 교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복잡성(학습), 연결성(사회적 교류), 보상(알림 등)이 제공되며, 이는 노년기 인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스컬린 교수는 “디지털 기술 사용법을 배우는 것은 정신적으로 자극이 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데이트에 적응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디지털 기기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사진 공유, 화상 통화 등을 통해 친구와 가족과 연락을 유지하게 해 노년기 외로움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하여 라칸 박사는 “청소년과 청년의 뇌가 발달하는 것과는 달리, 노화하는 뇌는 자극과 새로운 경험에서 이득을 얻는다. 특히 디지털 기술로 사회적 상호작용, 인지 훈련, 정보 등을 얻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며, “디지털 기술은 위협이 아닌 치유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령대별 ‘기술의 스위트 스팟(Sweet Spot)’ 필요

디지털 기술이 우리 뇌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나이와 사용 방식에 달려 있다. 청소년기에는 창의력 제공과 학습 능력 관련 콘텐츠 중심으로 절제된 사용을 권장하며,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는 ‘연령별 스크린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Media and Young Minds / 미국 소아과학회(AAP)
Media and Young Minds / 미국 소아과학회(AAP)

추가 공통 권장 사항
콘텐츠의 질이 시간보다 중요: 교육적·연령 적합 콘텐츠
함께 시청하며 대화하기: 현실 세계와 연결해 주는 설명
스크린 없는 시간대 확보: 식사 시간, 잠자리 전, 가족 활동 시 등

 

반면, 노년기에는 어떤 콘텐츠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가 핵심이다. 노인의 화면 사용 시간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지만, 미국 노인의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는 노인의 건강과 웰빙 증진을 위해 디지털 기술 사용으로 사회적 교류를 증진하고 각종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권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0년 65세 이상 성인을 위한 신체 활동 및 좌식 행동 가이드라인을 다루면서 연령대별로 적절한 신체 활동량과 좌식 행동 감소 전략을 제시했다. 다음은 WHO가 권장한 노인층의 신체 활동, 좌식 행동,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65세 이상 노인층 권장 사항 / WHO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65세 이상 노인층 권장 사항 / WHO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WHO의 65세 이상 가이드라인에서 스마트폰 일일 사용 시간을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을 줄이되 인지 훈련과 기억력 게임 등 유익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은 장려한다.

라칸 박사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마치 영양 리터러시처럼 접근해야 한다. 모든 스크린 시간이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무의미한 콘텐츠는 인지 건강에 ‘공허한 칼로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샤힌 라칸(Shaheen Lakhan) 박사, 만프레드 스피처(Manfred Spitzer) 박사, 마이클 스컬린(Michael K. Scullin) 교수 / 소속 홈페이지
샤힌 라칸(Shaheen Lakhan) 박사, 만프레드 스피처(Manfred Spitzer) 박사, 마이클 스컬린(Michael K. Scullin) 교수 / 소속 홈페이지

 

Sources

Preiss, M. (2014). Manfred Spitzer: Digital dementia: What We and Our Children are Doing to our Minds. Cognitive Remediation Journal, 3(2), 31–34. https://doi.org/10.5507/crj.2014.008

Ra CK, Cho J, Stone MD, et al. Association of Digital Media Use With Subsequent Symptoms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mong Adolescents. JAMA. 2018;320(3):255–263. https://doi.org/10.1001/jama.2018.8931

Cho, G., Betensky, R. A., & Chang, V. W. (2023). Internet usage and the prospective risk of dementia: 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 71(8), 2419–2429. https://doi.org/10.1111/jgs.18394

Reza Ghaiumy Anaraky, Amy M Schuster, Shelia R Cotten. Can Changes in Older Adults’ Technology Use Patterns Be Used to Detect Cognitive Decline?. The Gerontologist, Volume 64, Issue 7, July 2024, gnad158. https://doi.org/10.1093/geront/gnad158

Bull, F. C., Al-Ansari, S. S., Biddle, S., et al. (2020).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vol. 54, no. 24, 2020, pp. 1451-1462, https://doi.org/10.1136/bjsports-2020-10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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