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스 건강 악화설, 검증 안 된 해외 보도 인용해 전파
가족은 “진행 중이지만 안정적”이라는 공식 입장 유지
헐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70)의 전두측두엽치매(FTD)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돼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글을 읽을 수 없으며,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보도가 국내 주요 언론을 통해 24일 소개됐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미국 현지 매체나 가족의 공식 발표가 아닌, 파키스탄·인도·영국 등 일부 해외 매체의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언론사들이 인용한 외신은 파키스탄의 ‘익스프레스 트리뷴(The Express Tribune)’, 인도의 ‘이코노믹 타임스(The Economic Times)’,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 US(Daily Express US)’ 등이다. 이들은 “가족에 따르면”이라는 표현과 함께, 윌리스가 말하기와 읽기, 걷기 등 기본적인 생활 기능이 거의 어려운 상태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들은 모두 미국 현지 언론이나 가족의 공식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 않았으며, “Reportedly(보도에 따르면)”, “As per sources(출처에 따르면)” 등 불확실한 표현에 기반해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해외 매체의 한계
인도·파키스탄, 영국 외에 스페인의 아스닷컴(AS.com) 등도 윌리스의 건강 악화를 보도했지만, 이들 매체는 미국 내 취재 인프라가 없고, 가족과의 직접적인 정보 접근이 어려운 해외 매체들이다.
주로 조회수를 겨냥한 감성적 제목과 키워드 중심의 기사 포맷을 활용하고 있으며, 보도 내용은 대부분 2차·3차 루머를 재구성한 수준으로, 구체적인 출처나 직접 인용이 빠져 있다.
가족은 “치매가 진행 중이나 안정적”이라는 입장 유지
브루스 윌리스는 2022년 실어증 진단 후 활동을 중단했고, 2023년 2월 가족이 전두측두엽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 진단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가족은 꾸준히 “진행성 질환이지만, 안정적인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장녀 루머 윌리스(Rumer Willis)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버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더 이상 나누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이는 언어적 제한을 인정한 수준이며, ‘전혀 말을 하지 못한다’는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셋째 딸 탈룰라 윌리스(Tallulah Willis) 역시 6월 22일, 할머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웃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한다”고 전했다. 해당 사진은 브루스 윌리스가 가족과 함께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의 공식적인 모습이다.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현재까지 ‘걷지 못한다’, ‘언어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내용을 직접 보도한 사례가 없으며, 가족의 공식 입장도 “진행 중이지만 안정적(stable)”이라는 표현에 머물러 있다.
2024년 7월에도 일부 국내 매체는 브루스 윌리스가 치매로 인해 전처인 데미 무어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식의 보도를 한 바 있다. 당시에 디멘시아뉴스는 미국 현지 언론과 가족의 발언을 근거로,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보도했다.
함께 살아가는 치매…정확한 보도와 존중의 시선 필요
브루스 윌리스는 치매 진단 이후 가족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조용히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언어적, 신체적 제한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가족과 함께하는 ‘관계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의학적 불확실성이 있는 치매를 다루는 보도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추측이나 감정적 단정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추측으로 가족을 힘들게 해선 안 된다. 그의 소식은 치매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가족에게 위로이자 희망이 될 수 있다. 다이하드의 세계적인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가족의 사랑과 존중 속에 평온한 시간을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