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윌리스의 치매 여정 기록한 책 소식과 가족 사랑

세계적인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아내 에마 헤밍 윌리스가 치매 환자 돌봄 경험을 담은 책 《예상치 못한 여정: 돌봄의 길에서 힘, 희망, 그리고 자신을 찾다》(The Unexpected Journey: Finding Strength, Hope, and Yourself on the Caregiving Path)를 오는 9월 9일 출간한다.

이 책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치매 여정을 담으면서 사랑하는 가장의 기억이 서서히 흐려지고 정서적 교감이 어려워지는 과정과 곁에서 돌보는 가족의 상실감, 회복을 염원하는 여정 등 여러 층위의 감정을 속속들이 썼다고 전했다.

전두측두엽치매와의 동행…“누군가를 돌보려면 나부터 챙겨야 했다”

브루스 윌리스는 2022년 실어증(Aphasia) 진단을 받은 뒤 배우 활동을 중단했고, 이듬해 2023년 전두측두엽치매(FTD) 확진 판정을 받았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전두측두엽치매는 언어, 성격, 감정 조절 능력부터 무너뜨린다.

에마는 책에 “처음에는 남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짓눌렸지만, 결국 나는 무너졌다. 그 순간 알았다. 나 자신부터 챙겨야 남편도, 가족도 지킬 수 있다는 걸”이라고 기록했다.

에마는 자신이 돌봄의 길 위에서 겪은 고립감, 두려움, 분노, 치유의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며, ‘잘 버티는 사람’으로 보였지만, 속으로는 허물어지고 있었던 돌봄자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전했다.

윌리스의 마지막 영화들...치매 투병 중에도 ‘배우’로

전두측두엽치매가 서서히 진행되는 동안에도 브루스 윌리스는 수년간 촬영 현장에 섰다. 하지만 기억력과 언어 능력 저하가 심화하면서 대사를 외우는 것이 힘들었고, 제작진은 대사를 이어폰으로 전달하거나 분량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그의 연기를 도왔다.

치매 증상이 진행되던 시기,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영화는 2021~2022년 사이에 촬영한 작품들로 <Cosmic Sin>, <Out of Death>, <American Siege>, <Apex>, <Wrong Place> 등 저예산 액션·스릴러가 주를 이뤘다. <Detective Knight: Independence>(2023)는 그의 마지막 출연작으로 평가된다. 이 시기 영화 대부분은 대사를 줄이거나, 이어폰으로 대사를 전달받는 방식으로 촬영하며 윌리스는 배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에마는 “그가 마지막까지도 배우로 남으려 했다는 점이 내겐 뭉클했다”며, “카메라 앞에서 그는 여전히 브루스 윌리스였다. 대사 하나에도 생명을 불어넣고, 스태프를 웃게 만들던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윌리스가 배우로서의 마지막 시기 출연작들은 ‘기억을 잃어가는 배우’가 남긴 흔적처럼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딸 루머,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감사할 거예요”

윌리스가 데미 무어와의 사이에서 낳은 장녀 루머 윌리스는 지난 6월 16일 ‘아버지의 날’을 맞아 SNS에 “제가 하는 모든 일과 제 삶에 대해 아빠와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빠를 껴안고 삶과 당신의 이야기, 어려움과 성공에 관해 물어보고 싶어요. 아빠가 아직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늘 제가 슬퍼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려고 노력할게요”라며 치매 투병 중인 윌리스와 함께하는 지금을 소중히 여겼다.

루머는 손녀 로에타를 품에 안은 브루스가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본 순간, 다시금 ‘지금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다고 했다.

“아직은 끝이 아니다”…돌봄과 동행, 그리고 살아 있는 시간

에마 헤밍 윌리스는 책을 통해 "‘치매 환자와 살아가는 법’뿐만 아니라, 돌봄자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돌봄의 기술을 전하고자 한다”며, 다음의 메시지를 담았다.

에마는 윌리스의 돌봄 과정뿐 아니라, 치매라는 병이 개인과 가족에게 남기는 흔적들을 솔직한 심정으로 담았다고 전한다. 윌리스는 더 이상 영화 현장에서 볼 수 없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곁에서 함께하는 가족의 기록은 수많은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족이기에 끝까지”…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이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

일부 매체에서는 윌리스의 상태를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한 바 있으나, 그의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사진 속 윌리스는 가족들과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손녀를 안고 웃는 모습이다. 물론 대화할 수 없는 날도 있지만, 여전히 ‘삶’을 함께하는 중이다.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은 치매라는 병을 ‘끝’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두측두엽치매라는 예측할 수 없는 병의 진행 앞에서, 가족들은 울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내 에마는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돌봄의 기술을 익혔고, 딸 루머는 말을 잃어가는 아버지에게 여전히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가족의 관계는 병 앞에서 변했지만, 사랑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치매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돌봄의 무게와 사회적 단절, 경제적 부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말수가 줄어든 부모를 이해하지 못해 멀어지고, 점점 낯설어지는 가족을 받아들이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치매는 환자만의 병이 아니며, 온 가족이 함께 겪는 긴 여정이다.

에마는 《예상치 못한 여정》에 치매 가족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를 담았다도 강조했다고 전한다.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전하는 고백이자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손잡는 법, 비슷한 길을 걸은 가족으로서 치매를 받아들이고, 일상의 의미를 다시 새겨나가는 그 여정을 책으로 정리해 세상에 건넬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