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에마 헤밍, 돌봄자의 목소리 담은 책 출간…공감과 논란 교차
《예상치 못한 여정》 출간 앞두고 쏟아진 미국 언론 반응과 데미 무어의 지지
비판에 “돌봄은 가족의 선택”이라 응수한 에마 헤밍

2022년 실어증 진단에 이어 2023년 전두측두엽치매(FTD) 확진을 받은 배우 브루스 윌리스. 전 세계 팬들은 여전히 <다이하드>의 스타 배우로 기억하지만, 그의 현재 일상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거동은 가능하나 언어 능력을 거의 상실했고 눈빛과 웃음으로 가족과 교감한다는 것이 미국 현지 언론들의 전언이다.

아내 에마 헤밍 윌리스는 브루스 윌리스의 치매를 돌본 일상을 기록한 책 《예상치 못한 여정(The Unexpected Journey: Finding Strength, Hope, and Yourself on the Caregiving Path)》(The Open Field, 9월 9일 발간 예정)의 출간을 앞두고 ABC 특집 다큐멘터리와 인터뷰를 통해 치매 환자 가족으로서의 돌봄 현실을 소개했다.

책에서 그녀는 진단 직후의 상황을 “자유낙하(free-falling) 하는 듯한 공포”라고 표현하며, 브루스의 치매 초기에 지원과 정보 부족 속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에마 헤밍 윌리스의 책 《The Unexpected Journey: Finding Strength, Hope, and Yourself on the Caregiving Path》 표지 이미지 / 에마 헤밍 윌리스 인스타그램(@emmahemingwillis)
에마 헤밍 윌리스의 책 《The Unexpected Journey: Finding Strength, Hope, and Yourself on the Caregiving Path》 표지 이미지 / 에마 헤밍 윌리스 인스타그램(@emmahemingwillis)

 

돌봄 제공자의 자기 돌봄의 중요성

에마가 책을 통해 가장 강조한 메시지는 “돌봄 제공자는 스스로를 먼저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문화 매체 <People>과의 인터뷰에서 에마는 “처음에는 모든 게 남편 중심이었지만, 곧 내가 버텨야 아이들과 남편을 지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책에는 명상, 글쓰기, 친구와 전문가 상담 등 자신을 지탱하고자 선택한 작은 습관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브루스는 현재 별도의 단층 주택에서 24시간 전문 케어팀의 돌봄을 받고 있다. 두 딸은 매일 아침과 저녁, 아버지를 찾아가 식사와 시간을 함께하며 가족의 일상적 리듬을 유지하는 중이다.

미국 지상파 3대 방송사인 ABC는 지난 8월 26일 60분 분량의 특집 다큐멘터리 <Emma and Bruce Willis: The Unexpected Journey>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에마가 치매에 걸린 남편의 보호자로서 겪은 고립감과 일상 변화, 두 딸을 보호하기 위해 감수한 선택들을 진솔하게 담았다. 언어 능력을 잃어가는 과정 속에서도 가족이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며 돌봄과 사랑을 유지하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었다.

영국의 진보 성향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이 다큐멘터리를 두고 “가슴 아프면서도 인간적인 통찰을 주는 기록”이라고 평했다. 단순한 스타 가족의 사적 이야기가 아니라 치매 질환에서 가족이 겪는 변화와 연대의 의미를 사회적 맥락에서 짚어낸 보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시청자 반응 역시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뒷받침했다. 방송 도중 에마 헤밍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돌봄자가 겪는 감정의 무게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안겨주었다. 〈People〉은 브루스를 위해 거주지를 단층 주택으로 옮긴 배경―딸들을 위한 공간 확보, 조용한 환경 조성, 24시간 케어팀 운영―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이번 특집이 가족 중심의 돌봄 현실을 심층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논란과 단호한 태도

에마의 공개 발언은 돌봄 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논란도 있었다. 일부 대중은 남편을 분리된 공간에서 돌보는 선택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이에 대해 에마는 탐사보도 매체 <The Daily Beast>와의 인터뷰에서 “경험 없는 사람들은 말할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People〉은 이를 두고 에마가 자기 가족의 선택을 옹호한 것이 아니라 “돌보는 자는 외부의 판단보다 가족의 필요와 환자의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그녀의 발언은 많은 돌봄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경험과 똑같다”, “용기를 얻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데미 무어의 공감과 지지

브루스 윌리스의 전 부인 데미 무어 역시 공개적으로 에마를 지지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하는 <오프라 팟캐스트>에 출연한 무어는 “활기찼던 그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어렵다”며, 에마의 여정을 “숙련된(masterful) 돌봄”이라 표현했다. 또 에마가 쓴 책에 담긴 메시지를 인용해 “돌봄자가 자신을 돌보아야 그 역할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People〉은 무어의 발언을 두고, “전 배우자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 돌봄 이야기가 돌봄을 둘러싼 사회 문화적 대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 제공자의 기록이 던진 의미

이번 책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미국 언론의 보도는 스타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를 넘어 치매 돌봄의 보편적 현실을 비추고 있다. 〈가디언〉은 “브루스 윌리스의 치매 진행을 지켜보는 가족의 시선이 가슴 아프지만, 동시에 인간적 통찰을 준다”고 했고, 패션‧라이프스타일 매거진 〈InStyle〉은 “에마가 눈물을 흘리며 진단 직후의 공포를 고백한 장면은 돌봄자가 겪는 감정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브루스 윌리스 가족이 경험 중인 여정은 치매라는 병 앞에서의 두려움과 슬픔뿐 아니라, 그 안에서 관계를 지켜내려는 노력과 연대를 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치매 가족 현실과도 맞닿은 메시지를 던진다. 치매처럼 낫지 않고 진행되는 질환의 환자를 둔 가족의 장기 돌봄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경험이며, 그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공유될 때 큰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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