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경염증 역할론' 주목한 아이비스바이오
알츠하이머 '신경염증 역할론' 주목한 아이비스바이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3.22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IH 연구협정 체결, 포말리도마이드 유사체 성분 AEV103 담금질
출처: 아이비스바이오 홈페이지.
출처: 아이비스바이오 홈페이지.

차세대 알츠하이머병 치료전략 중 하나로 '신경염증(neuroinflammation) 조절' 선택지가 신약 포트폴리오에 추가될 조짐이다.  

일단 '표적 단백질 분해유도(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이하 TPD)' 기반 기술이 해당 신약 후보물질의 핵심으로 정리된다. 신경염증 및 면역조절 메커니즘을 가진 후보물질을 동물 모델에서 평가한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에 상관없이 뇌염증을 개선시키고 인지저하를 늦추는 일말의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결과물이, 국내 바이오기업이 주도한 작품이었다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모델에서 신경염증 조절의 가능성을 분석한 최신 연구 데이터가 국제학술지에 공개됐다. 신경가소성 및 인지 기능과 관련해 만성 신경염증의 역할을 조망한 연구 결과가 'Alzheimer’s & Dementia' 2022년 3월 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것이다(논문명: Role of chronic neuroinflammation in neuroplasticity and cognitive function: A hypothesis). 

해당 연구는 대전에 본사를 둔 국내 바이오기업 아이비스바이오(Aevisbio)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 연구진이 공동집필한 성과였다. 여기서 관건은, 현재 아이비스바이오가 개발 중인 면역조절 후보물질 'AEV103(실험물질명, 3,6'-dithiopomalidomide 성분)'의 가능성 여부. 주요 결과를 짚어보면, AEV103을 투약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마우스 모델에서는 뇌염증을 억제하고 인지저하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사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발병 요인으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수치 변화가 없는 마우스 모델에서도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는 대목이다. 때문에 개발 단계부터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 표적 항체 치료제들과는 비교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새로운 치료적 대안으로서 신경계 염증조절을 표적으로 한 신약개발 전략이 임상 진입 가능성을 타진해 나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평가가 이뤄진 해당 후보물질은 NIH가 개발한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 유사체 성분 약물로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아이비스바이오가 독점 권한을 확보한 상황이다. 

◆아이비스바이오, TPD 기반 기술 집중…NIH 협력연구개발협정 체결 '윈·윈'

아이비스바이오는 TPD 기반 기술을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등 난치성 질병에 신약 공급을 목표로 잡은 대표적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아이비스바이오의 행보를 짚어보면, 국내·외 보건당국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오며 개발 성과를 내놓는 데 잰걸음을 걷는 모양새다. 

지난 2018년 9월 주식회사 설립 이후, 2019년 8월에는 NIH 산하 NIA와 협력연구개발협정(Collaborative Research and Development Agreement, 이하 CRADA)을 체결했으며 뒤이어 2021년 1월 NIH와 신경질환 치료를 위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유사체 개발 관련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관전 포인트는 CRADA 체결에 따른 탈리도마이드 유사체의 개발 성과다. 현재 아이비스바이오가 주력하는 포말리도마이드 유사체 성분은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탈리도마이드 계열 약제로 다양한 악성 종양과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유효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작용기전상 면역반응을 조정하는 면역조절제이자, 혈관형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십분활용하는 분위기로 해석된다.

실제 성과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NIH와의 연구협정에 따라 작년에만 세 건의 주요 연구 결과물들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피어리뷰(동료평가)까지 끝마친 해당 연구들은 신경염증 및 면역조절의 역할에 초점을 잡았다.

◆세레블론 결합 '단백질 분해유도 핵심'…인지저하에 신경염증 '역할론' 주목

출처: Alzheimer’s & Dementia 3월호에 게재된 AEV103 후보물질 연구.

통상 신경염증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에 의해 유발되며, 신경퇴행(neurodegeneration)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 학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적 대안으로 신경염증을 개선시키는 '다중 표적(multiple potential targets)' 전략에 기대를 거는 눈치기도 하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신경염증이 시냅스 손실 및 기능장애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지장애 진행과정에 어느정도로 관여하는지 입증하는 것이 연구의 주된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신경세포간 신호전달의 접점 역할을 하는 시냅스 기능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는 동안 점진적인 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세레블론(cereblon)'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결합하는 후보물질 AEV103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해당 단백질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단백질 전환과정으로 단백질 분해에 관여한다. 연구팀이 신경세포에 축적되는 유해한 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러한 단백질 분해 기능을 주목한 이유기도 했다.

여기서 AEV103 후보물질의 경우,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서 주로 분비되는 종양괴사인자-알파(tumor necrosis factor-alpha, 이하 TNF-알파) 등의 전염증성 단백질(proinflammatory protein) 수치를 낮추는 작용기전을 가지는 것으로 설명된다.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뉴런(신경세포)과 미세아교세포를 함께 성장시켰다. 이후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면서 TNF-알파와 같은 염증 분자들이 만들어지고 방출되면서 살아있는 뉴런의 수도 감소했다. 

그렇다면 AEV103 후보물질을 이러한 세포 환경(pool of cells)에 투입한 결과는 어땠을까. AEV103을 투약하자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가 감소하고 더 ​​많은 뉴런들이 살아남았다. 또 이렇게 생존한 뉴런의 경우도 신경자극을 전달하는 신경돌기들이 더 많이 성장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AEV103을 투약한 마우스 모델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체중이 감소하지 않아 내약성에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으로 인해 신경염증 수치가 높아진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에서도 평가를 진행했다.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소견이 처음으로 관찰된 시점부터 4개월간, 매일 AEV103을 투약케했다. 

초기 분석 결과, 혜택은 명확하게 갈렸다. AEV103을 투약한 마우스 모델에서는 투약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TNF-알파 수치가 낮았으며, 신경세포의 사멸 및 신경염증도 더 적게 관찰된 것이다. 또한 인지장애 평가를 비교했을 때, AEV103 투약 모델의 경우 대조군 대비 더 나은 공간작업기억(spatial working memory) 상태를 보였고, 불안(anxiety) 증세는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저자로도 참여한 아이비스바이오 김동석 대표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유도하는 신경염증이 신경퇴행과 인지저하로 이어지는 연결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AEV103의 면역조절 활성은 아밀로이드 가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인지저하에서 신경염증 조절의 역할을 제시한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Lecca D, Jung YJ, Scerba MT,et al. Role of chronic neuroinflammation in neuroplasticity and cognitive function: A hypothesis. Alzheimer’s Dement. 2022;1-14. https://doi.org/10.1002/alz.12610.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