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영양식 수버네이드 논란에 치매 관련 5대 학회 '묵묵부답'
환자영양식 수버네이드 논란에 치매 관련 5대 학회 '묵묵부답'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8.09.18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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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임상시험 해석 등 공식 의견 요청에 회신 거부

한독 '수버네이드'가 소비자들에게 치매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되고 있는 가운데 치매와 관련이 있는 5대 학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수버네이드 기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임상에 대한 해석을 회사 측과는 달리 실패라고 규정하는 등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한독은 국내 최초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등식품에 대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수버네이드는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한 제품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수버네이드는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중 환자용 식품으로 분류되는 데, 규정상 질환명 표기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한독 측은 수버네이드를 4건의 임상을 거쳐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효능을 임상으로 확인했다는 자료에 근거해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인지장애 치료에 도움을 주는' 등의 잘못된 표현을 사용해 치료제로 둔갑시키고 있다.

이에 디멘시아뉴스는 대한치매학회장, 대한신경과학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장, 대한신경과의사회장, 대한노인정신의학회장 등 치매 관련 5대 학회에 수버네이드와 관련한 의견 개진을 요청했다.

주요 질의 내용은 ▲수버네이드 관련 임상시험의 해석 ▲광고 문구의 적절성 ▲치매 환자의 식품 섭취 권고에 대한 의학적 해석 등이었다.

수버네이드는 질환명이 공식적으로 기재된 최초의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치매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공식적인 답변을 듣기를 바랐으나, 결국 모든 학회는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학회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수버네이드에 대한 논란을 외면하는 사이 치매 관련 전문가들은 각각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 한 전문가는 "2017년 12월 Lancet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해서 효과를 입증할 수가 없다'라고 요약된다"며 "물론 secondary end point에서 일부 결과가 유의한 효과가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버네이드를 홍보하면서 객관적인 증거가 없거나 불충분한 증거를 단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돼 시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서 선전하는 대로 이 물질이 시판될 경우 증상은 유사하지만 별로 사용이 필요하지 않는 매우 많은 사람에게 이 물질에 노출될 수가 있다"며 "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회사는 '국내 최초', '세계적인', '특수의료용도' 등 다양한 전문용어들과 함께 긍정적인 효과들만 발췌해 만들어진 임상시험 결과 요약까지, 실제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해당 연구들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명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버네이드는 구성 성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DHA, EPA, 엽산, 인지질, 비타민 E, C, B12, B16, 셀레늄, 콜린, 우라딘 등 다소 생소한 성분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비타민제와 오메가-3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저 성분들은 균형잡힌 식사를 한다는 전제하에 별도로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버네이를 수식하는 말로는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환자용 균형영양식'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해당 식품 섭취에 대해 "필수는 아니나 건강보조식품으로는 권고 가능하며, 삼킴 장애가 없다는 전제 하에 인지장애환자가 아닐지라도 원내 환자의 영양균형을 위해 동반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수버네이드에 대한 정보 제공이 시판 초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오인된 인식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의료계에서도 해당 제품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만큼 학회 등에서는 책임있는 의견 개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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