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용식품, 특정질병명 표기 위한 적합성 검토 과정 부재
환자용식품, 특정질병명 표기 위한 적합성 검토 과정 부재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8.10.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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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명 표기 위한 근거 자료 제출 없이도 신고 가능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중 환자용식품으로 분류될 경우 식약처 규정에 따라 질환명을 표기할 수 있지만, 해당 질환명을 표기할 수 있는 근거 자료 제출 등의 검토 과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용 식품은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업체가 특정 질환을 기재하고 싶으면 별도의 근거 자료 없이도 제품 판매가 가능한 셈이다.

2일 식약처 관계자는 "환자용식품은 질병의 예방・치료가 아닌 특정 질병 환자의 영양조절이 목적"이라며 "기준 규격에 맞게 제조된 제품은 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자용식품은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제공할 수 있도록 식사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하는 식품을 말한다.

그동안 환자용 식품은 당뇨환자, 신장질환자, 장질환자 등 질환별로 한정·구분했으나 다양한 환자용식품 개발을 위해 2016년 12월에 일부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을 환자용식품으로 통합했다.

규정 개정 이후 처음으로 환자용 식품으로 신고된 제품은 한독 '수버네이드'다. 해당 제품은 국내 최초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수버네이드는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한 제품으로 판매 중임에도 식약처 규정상 왜 해당 질환자들이 섭취해야 할 영양식인지에 대한 근거 자료는 없다.

업체 측에서 신고하는 과정에 해당 질환에 필요한 영양성분이라는 것을 입증할만한 별도 자료 제출이 없어도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환자용식품의 제조․가공 및 표시․광고 지침'을 보면, 특정질병 환자를 위한 영양성분의 조정은 의사 등과 상의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업체 스스로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환자용 식품으로 허가받기 위해 별도의 근거 자료도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환자용식품의 제조․가공 및 표시․광고 지침'에는 "환자맞춤형이나 식품공전에 규정돼 있는 질병 이외의 새로운 환자용식품의 성분의 배합 및 제조․가공은 영양학적, 의학적,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뒷받침 필요"라고 기재돼 있다. 환자용 식품 신고를 할 때 질환명 표기의 근거 자료를 별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는 위배되는 사항이다.

다만 식약처는 사후 관리를 통해 수준 미달의 환자용 식품을 걸러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은 사후 관리를 통해 영양성분 적정성을 확인하게 되는 데, 표시․광고한 내용에 따라 특정 질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이 균형있게 제공되는 제품인지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 판매를 지속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영양식 특성상 해당 제품을 사후 평가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행정의 미비로 환자용 식품으로 신고하는 데 있어 특정질환명 근거가 없어도 신고가 가능한 구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수버네이드는 질환명 기재에 따라 소비자에게 치매 예방이나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오인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가 현행처럼 질환명 표기의 근거가 되는 자료 제출 검토 과정을 배제할 경우 특정 질환명을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환자용 식품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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