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 표적 항체 신약 세모리네맙 "성공 혹은 실패" 
타우 표적 항체 신약 세모리네맙 "성공 혹은 실패"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0.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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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TAURIEL 2상 유효성 검증 고배, 최근 LAURIET 톱라인 결과도 잡음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분야 타우 표적 항체약 '세모리네맙(semorinemab)'의 유효성 논란이 다시 촉발될 조짐이다.

개발사측은 최신 2상임상의 톱라인 결과를 놓고 일부 인지감소 지연 혜택을 강조하는 분위기지만, 나머지 주요 평가지표들에서는 이렇다할 개선혜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대한 변(辯)은 나온다. 질환의 진행속도가 느린 알츠하이머병에서는 49주간의 짧은 임상 평가만으로는 신약의 유효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

또 본 임상을 무사히 끝마친 환자를 대상으로 세모리네맙을 공개 투약하는 오픈라벨 확장임상이 진행 중인 만큼 "추가 분석 결과를 기다려달라"는 설명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바이오테크 AC이뮨(AC Immune)과 로슈 제넨텍은 세모리네맙의 2상 LAURIET 연구의 주요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항타우 표적 치료제 가운데 처음으로 개선 혜택을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LAURIET 연구(NCT03828747) 톱라인 결과,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저하 비율을 절반 가까이 늦췄다는 임상지표가 해당 발언의 근거였다.

#톱라인 결과 선공개, '인지저하 지연' 집중 조명했나? 

세모리네맙은 AC이뮨과 글로벌 빅파마 로슈 제넨텍이 공동개발을 담당하는 타우 단백질 표적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이번 발표에 관전 포인트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분야 항타우 표적약의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발표라는 대목. 현재 바이오젠 고수라네맙(gosuranemab) 및 애브비 틸라보네맙(tilavonemab), 일라이 릴리 자고테네맙(zagotenemab) 등도 개발이 한창이긴 하지만, 임상 진행속도면에서는 세모리네맙이 가장 앞서 있다.

일단, 이들 항타우 표적 치료제들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과인산화작용과 응집반응을 통해 뇌 신경세포에 축적되면 신경섬유 덩어리(neurofibrillary tangle)를 형성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덩어리들이 신경세포 독성을 유발하는데 이를 직접 타깃한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C이뮨과 제넨텍은 이번 톱라인 결과에 공동 브리핑을 내놨다. 이때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 인지기능에 미치는 항타우 항체약의 첫 번째 결과 발표"라면서 "분석 결과 세모리네맙 치료군에서는 인지 저하를 늦추는 혜택이 확인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는 11월 국제학회에서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기에 앞서, 인지저하 지연 혜택에 보다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 얻고 셋 놓쳤다?"…복합 평가지표 및 이차 평가변수 충족 실패

LAURIET 연구는 272명의 해당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모집해 전 세계 43개 연구기관에서 평가가 진행됐다. 49주간에 걸쳐 위약과 세모리네맙을 무작위 투약해 혜택과 안전성을 비교한 것이다.

연구의 일차 평가변수는 ADAS-Cog11(Alzheimer Disease Assessment Scale, Cognitive Subscale, 11-item version) 지표 변화 및 일상생활수행능력(Alzheimer Disease Cooperative Study-Activities of Daily Living, 이하 ADCS-ADL) 검사 결과였다.

그렇다면, 초기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세모리네맙은 ADAS-Cog11 검사에서 위약군 대비 인지저하 비율을 43.6%까지 늦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문제는, 당초 연구의 설계가 ADAS-Cog11 지표 외에도 ADCS-ADL 등이 포함된 복합 평가지표 비교였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톱라인 결과를 두고 "반쪽짜리 혜택 검증"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했다.

실제 주요 결과를 살펴보면, ADAS-Cog11 지표 이외 ADCS-ADL 점수 변화를 통한 기능감소 개선에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차 평가변수로 잡혔던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이하 MMSE) 및 치매 중증도 구별을 위한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이하 CDR-SB)에서도 위약군과는 어떠한 차이도 없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제넨택 관계자는 "아직 추가 분석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서도 "인지 수행기능을 평가하는 복합 일차 평가변수 중 일부에선 긍정적인 답을 얻기도 했지만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나 간이정신상태검사, 임상치매척도 등의 이차 평가변수에는 혜택이 관찰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계속해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라벨 확장임상 추가 분석 11월 공개" 미뤄진 세모리네맙 운명은?

이에 따르면, LAURIET 임상에 끝까지 참여한 모든 환자들의 경우 활성약물(세모리네맙)을 투약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해가는 '오픈라벨 확장임상'에 등록되도록 연구가 설계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제넨텍은 "인지저하 비율을 늦췄다는 흥미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타 효능 지표에는 어떠한 영향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부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결론을 내리기엔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은 진행속도가 느린 만성질환이지만 27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소규모 임상은 49주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연구가 이뤄졌다"면서 "때문에 추가적으로 진행하는 오픈라벨 확장임상 결과가 해당 환자군에서 세모리네맙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계 일각의 평가도 분분한 만큼, 세모리네맙의 유효성 판단은 오는 11월에 열리는 CTAD(Clinical Trials on AD) 컨퍼런스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회사측이 밝힌대로, 오픈라벨 확장임상 결과를 추가로 분석한 데이터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기 때문.

여기서 또 다른 관건은 타우 수치 변화다. 세모리네맙 치료군에서 총 타우 및 뇌척수액 내 타우 확산 수치 분석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보다 확실한 혜택 검증이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C이뮨측은 "일부 지표들에선 세모리네맙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 무얼 의미하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며 "추후 진행될 오픈라벨 확장임상에서는 세모리네맙의 잠재적 가치평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뇌에 얼마나 많은 타우가 축적됐는지에 따라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들에도 상반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면서 "결론을 내리기에 섣부르지만 항체 치료제가 타우 축적을 막는 대신, 단순히 확산을 늦추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세모리네맙의 임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작년에 진행한 2상임상 TAURIEL 연구(NCT03289143)에서도 주요 일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며,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LAURIET 연구와는 별개로 진행된 TAURIEL 연구에 환자 대상군은 다르다. TAURIEL 연구에는 알츠하이머병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알츠하이머병 전단계 및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그 결과, 세모리네맙 투약군에서는 뇌척수액(CSF) 타우 수치에 따라 세모리네맙의 용량-의존적 치료 효과가 일정 부분 관찰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신경섬유 덩어리 가운데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신경미세사(neurofilament light) 수치 측정결과를 비교했을 때 신경퇴행을 개선하는 어떠한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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