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자사가 개발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나네맙(Donanemab, 미국 제품명 키선라, 350 mg/20 mL)을 승인했다고 지난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로써 일본은 도나네맙을 승인한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지난 7월 처음으로 이 약물을 승인했다.
릴리에 따르면, 일본의 치매 환자 수는 오는 2030년까지 50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이 중 67%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Aβ)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중 하나다. 뇌에 Aβ가 서로 뭉쳐 만들어진 플라크(Plaques, 덩어리)가 과도하게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이 유발될 수 있다.
도나네맙은 Aβ 플라크를 제거하는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로, 월(4주) 1회 정맥 주사 투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및 경증 치매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3상(TRAILBLAZER-ALZ2)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 환자가 도나네맙을 투여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8개월간 타우 단백질 수치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환자군의 경우,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ntegrated Alzheimer's Disease Rating Scale, iADRS)에서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위약 대비 35%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투여 환자군에서도 2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Aβ 플라크도 연구 시작 시점 기준으로 6개월 동안 평균 61%, 12개월 80%, 18개월 84%까지 제거됐다.
이에 따라 도나네맙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본 내에서 시판 중인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펼칠 전망이다.
에자이(Eisai)와 바이오젠(Biogen)이 개발한 레켐비는 격주로 한 번 정맥 주사로 투여돼 Aβ 플라크와 그 전 단계인 프로토피브릴(Protofibrils)을 제거한다. 단 Aβ 플라크가 제거되더라도 독성이 강한 프로토피브릴이 뇌 신경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초기 치료 이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레켐비의 월 1회 유지요법에 대한 보충적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sBLA, Supplemental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가 FDA에 제출된 상태다.
반면에 도나네맙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제거되면 치료를 중단할 수 있어 투약 편의성 측면에서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는 12개월간 치료 과정에 드는 약제비용을 기준으로 도나네맙이 3만 2,000달러(한화 약 4,400만 원)로 레켐비(2만 6,500달러, 한화 약 3,600만 원)보다 더 높지만 유지 투여 기간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두 약물 모두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의 특성상 혈관 부종(Edema)이나 출혈(Hemorrhage) 등 ‘아리아(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릴리는 최근 아일랜드 리머릭(Limerick)에 키선라의 생물학적 성분 제조 시설 구축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는 발표를 내놓으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