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미 칼럼] 나에게 쓰는 편지, 유쾌한 영미 씨에게
[유영미 칼럼] 나에게 쓰는 편지, 유쾌한 영미 씨에게
  • 유영미 전 SBS 아나운서
  • 승인 2024.01.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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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두고 다짐하는 우보천리의 마음
호기심과 꿈이 있는 시니어는 행복하다

올해는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다. 새해 인사를 너도나도 값진 해로 만들어 보자고 다짐하며 출발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금세 타성으로 인해 자신을 한심스럽게 보곤 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지만, 작심삼일이란 말이 왜 나왔겠는가?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내가 아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건 목표 시간의 재점검이다. 결심을 지속할 수 없을 때 용어를 다르게 해석하자. ‘망했다’, ‘내가 그렇지 뭘!’, ‘나는 안 돼’ 이런 말을 아예 머리에서 지워버리는 거다. 중요한 것은 험하고 힘든 세상살이에 내가 나를 먼저 격려하고 인정해 주는 태도다.

‘그럴 수도 있지’, ‘그동안 참 분주하고 바쁘게 살아왔잖아.’ ‘분초 재가며 30여 년이나 방송했지, 이젠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은퇴자에게 많은 건 시간이다. 시간이 자유라는 것! 골인 지점은 그대로 두되 시간의 융통성을 가지라는 얘기다.

SBS 방송 사상 최초로 정년을 따낸 여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이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영광도 많았지만, 남몰래 흘린 눈물도 못지않았다. 무심하게 ‘그게 뭐?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그런 낡은 소리를 하고 있어!’ 할지 모르지만, 필자가 방송을 시작할 때 지역 여자 아나운서는 결혼하면 무조건 방송국을 떠나야 하는 불문율이 있었다. 서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고, 결혼하고 다니면 무슨 큰 혜택을 받은 것처럼 감사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내게 있어 ‘정년 1호 여자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목표는 하나의 허황된 꿈이었다. 그러나 36년을 그 길을 걷다 보니 현실이 되었다.

살면서 마음이 답답할 때 듣게 되는 곡이 있다. 뮤지컬 <돈 키호테>의 테마곡 “The Impossible Dream”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참으며 / 용감한 자들조차 감히 못 가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 / 바로 잡을 수 없는 잘못을 바로잡고 / 멀리서 순수하게 순결하게 사랑하며 / 두 팔이 너무나 힘들 때도 애를 쓰고 /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해 손을 뻗는 것.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돈키호테, 이상을 좇는 그를 혹자는 엉뚱하고 한심하다고 말하지만, 희망조차 없을 때 먼 길이어도 멈추지 않고 주어진 길을 가는 것,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는 것, 그 정신은 항상 옳다. 왜냐면 꿈과 희망은 마음이 가난한 자의 별이니까!

SBS 라디오에서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27년 진행했다. 10년은 피디 겸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건강하고 밝은 시니어 문화와 생활을 소개했다. 그 모델들을 찾아 방송하면서 내린 결론은, 호기심과 꿈이 있는 시니어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갑진년 행복해지는 시니어의 비결을 정리해 본다.
첫째, 꿈은 꾸는 자의 몫이다. 꿈을 꿀 때 눈치 보지 말자. 내 나이가 어때서! 이 마음이 중요하다.
둘째, 그 꿈을 남과 비교하지도 말자. 꽃은 피라고 있고 새는 노래하라고 있다고 했다. 내 꿈이 타인에게는 하찮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당장 이룰 수 있는 현실이라 해도 그건 그들의 삶일 뿐, 내 인생은 아니다. 내 삶을 내가 만들어 가는 그 길이 위대하다.
셋째, 포기는 배추나 셀 때 부르는 것, 포기는 절대 없다. 느려도 늦추어도 된다. 중요한 건 꾸준히 가는 것이다.

나에게 쓰는 새해 편지는 먼저 생각과 정신을 가다듬는 것. 작심삼일을 ‘나만의 새 버전(New version)으로 만들어 실천한다. 어려운 삼일마다 다시 마음을 잡고 꾸준히 시작하는 무한 반복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천천히 우직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라. 갑진년은 바로 우리 모두의 해가 될 수 있다. 엉뚱해도 지금은 엉망이라도 괜찮다. 시작은 항상 작다. 그러나 그 마지막 걸음을 기대하면서 웃으면서 가보자.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유영미
전 SBS 아나운서
현 사단법인 한국아나운서클럽 사무총장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27년 진행
<SBS 뉴스와 생활경제> 최장기 앵커
《두 번째 청춘》(나이 들수록 더 행복하고 더 우아하게 사는 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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