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 쉐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 앞이 보이지 않던 생활
2022년 8월 도쿄 가쓰시카구의 자택에서 어머니(당시 92세)의 목을 끈으로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마에하라 히데쿠니(61세)의 첫 공판이 3일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렸다. 피고인은 어머니를 죽인 범행 사실을 자백하면서도 “하지만 어머니의 부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고, 변호인도 “살인죄가 아니라 촉탁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다투었다. 일본은 살인죄의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반면, 촉탁 살인죄(동의 살인죄)의 법정형은 ‘6개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다. 또한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에서 수련한 요리사 아들
사건 당시 피고인과 어머니는 단둘이 살고 있었으며, 주로 어머니의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2주 전에도 연금이 입금됐지만, 집세와 미지급 채무의 지불 등으로 금방 다 써버렸다. 다음 연금 입금은 약 2개월 후였다. 살인죄 성립을 주장하는 검찰은 최후 진술에서 “생계가 막막해지면서 범행을 생각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병환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요리학교에 진학한 피고인은 16세에 요리사가 됐고, 26세에 프랑스에 건너가 수련했다. 귀국 후 본격적으로 프랑스 요리사로 일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시기의 12~13년 전(2010년 전후)에 어머니는 다발성 암이 발견돼 피고인은 간병으로 풀타임 근무를 할 수 없게 되었고, 2014년에는 아버지가 사망해 어머니와 단둘이 살게 되었다.
2019년 4월에는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입원했다. 같은 해 9월에 퇴원했지만, 그 전 달에 와상환자인 데다 치매까지 발병한 어머니의 간병에 전념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무렵부터 방문 진료와 방문 간호에 의존하면서 가래 흡입, 산소 공급, 소변 카테터, 혈당 측정, 인슐린 주사 등에 매달려야 했다. 또한 식사 능력이 약해진 어머니를 위해 요리사 경험을 살려 음식을 만들어 한 끼에 1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서 식사를 책임졌다고 한다.
“죽을 때는 차라리 네 손으로”
이번 재판의 쟁점은 ‘피고인이 어머니로부터 살해를 의뢰받았다고 믿었는지 여부’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진행될 피고인 심문에서 밝혀질 예정이지만, 어머니는 이전부터 “만약 병상에 누워 있으면 연명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 “투석이 필요해도 거부해 달라” 등의 말을 해왔으며, 간병 초기에 아들에게 “병에 걸려 죽을 때는 차라리 네 손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달에는 이전과는 다른 어조로 “이제 죽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때가 왔구나’라고 생각한 피고인은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제3자가 바로 발견할 수 있는 방문 간호 전날을 택해 어머니의 목을 끈으로 졸라 살해했다. 자신도 다량의 수면제를 마시고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죽으려고 했지만, 방문요양보호사에게 발견돼 구급차 이송 끝에 목숨을 건졌다.
피고인의 스마트폰에는 ‘수면제 치사량’, ‘확실한 자살’ 등의 검색 기록과 ‘살다 보니 고통의 한계 어머니를 보냅니다’, ‘어머니를 죽인 것은 나다’, ‘어머니를 두고 죽을 수 없었다’ 등의 메모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심리는 재판부 재판으로 판결 예정일인 1월 9일까지 계속된다.
변호사 JP 뉴스(弁護士JPニュー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고령으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폐렴 등에 걸리면 치료하지 않고 완화의료를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설사 치료해서 낫는다 해도 병상에 누워 있거나 간병이 필요하면 가족에게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부류의 사건 재판을 몇 번 방청했는데 한마디로 살인은 안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마음을 무겁게 가진 것이 느껴진다. 윤리적 관점으로 보자면 살인은 안 되는 일이지만, 복잡한 문제가 겹쳐 있다. 행정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건은 정말 마음이 아프다.”
“십여 년 전에 있었던 교토의 사건이 생각난다.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간병하려고 퇴직한 고령의 아들이 교토 어느 강변에서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 아들은 당시 이웃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았고 복역을 마치고 출소 후 투신해 생명을 끊었다. 그때 탯줄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찢어지는 사건이다. 제발 궁지에 몰리지 말고 혼자서 감당하지 마세요! 주변의 전문가를 의지하세요. 당신이 공멸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길 부탁합니다.”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돌봄 노동의 고통
일본의 경우 2006년부터 후생노동청과 경찰청이 각각 간병 살인 건수를 집계하고 있다. 간병 피로에 의한 살인은 일본은 16년간 689건(연평균 43건), 한국은 17년간 228건(연평균 13.4건)이다('노인학대의 심각성 인식과 해결 방안' 김성희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일본의 경우 70년대부터 노인 돌봄을 의미하는 단어로 ‘개호(介護)’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개호’와 유사한 개념인 ‘간병’과 ‘돌봄’을 혼용하고 있으며 구분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간병 살인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노인장기요양제도와 치매국가책임제가 있지만, 간병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가구별로 상황을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보건 복지 혜택을 지원하는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 노동에는 정서적 지지가 절실하다. 24시간 쉬지 않는 돌봄 노동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간병 살인'이란 결말이 나오지 않도록 돌보는 자를 위한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 현재 재가 케어로 직접 간병하는 이들을 위한 보호 체계는 매우 미흡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시설 등급을 받아 환자를 입소시키거나 방문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방문요양보호사는 1일 4시간의 서비스 이용만 가능하다. 중환자인 부모를 돌보는 일에 자기 인생을 투여하며 독박 간병에 시달리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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