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유발 13개 유전자 변이 열쇠 찾았다
알츠하이머 유발 13개 유전자 변이 열쇠 찾았다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09.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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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유전체분석 활용 희귀변이 찾아내, 유전자 연구 전환점 기대  

알츠하이머 발병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13개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 후보가 마침내 밝혀졌다.

그동안 기술적 한계로 인해 시도가 어려웠던 '전장유전체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 이하 WGS)' 분석법을 활용한 최신 연구 결과로, 지금껏 알지 못했던 희귀 유전자 변이를 발굴했다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엔 아직 여러 제한점이 나오는 분위기지만, 새로운 유전자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표적 치료제 개발 등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WGS 분석법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유전자 변이를 찾아낸 해당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 치매 학술지(Alzheimer’s & Dementia) 최근호에 게재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WGS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희귀 유전자 변이를 찾아냈으며, 이러한 변이가 뇌 신경 시냅스(synase) 기능 및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결론이었다.

이는 근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이론과도 결부된다.

뇌가 내부 및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신경 구조 및 기능, 신경세포간 시냅스 연결을 재구성함으로써 신경계가 지속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골자다. 다시 말해, 태어날 때 형성된 대뇌피질의 뉴런간 신경회로들은 특정 시점에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가설.

책임저자인 미국 하버드의과대학 메사추세츠병원(MGH) 신경과 Dmitry Prokopenko 교수는 "이번 결과를 통해 신경가소성에 따라 뇌가 변화하는 새로운 유전적 연결고리를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희귀 유전자 변이의 발견은, 결국 유전자 DNA 서열의 돌연변이로 인해 생겨나는 희귀 질환 발굴 단계에서 전장유전체분석법이 가진 잠재력을 강조해준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WGS 검사의 경우 이전에는 결코 시도해볼 수 없었던 작업"이라며 "전체 유전자 서열 분석을 통해 희귀 변이를 평가하는 일은 유전자 연구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엑솜 시퀀싱 뛰어넘는 WGS 차별점? "비암호화 유전자 변이 발굴"

난치병 연구 분야에는, 기술 발전과 함께 인간 유전자의 형질을 광범위하게 파악해보려는 시도들이 새 전기를 맞고 있다.

그 가운데 염기서열 분석법은 실제 임상에서도 널리 활용되는 분위기. 일단, 게놈(genome)은 한 개인이 지닌 유전자의 총합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 이용된 WGS 분석은 최근 각광받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활용해 생물체의 염기서열 전체를 해독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유전체 전 영역에 걸쳐 발생하는 변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주된 목적.

단일 염기서열 수준에서 유전자 변이를 탐색하는 '엑솜 시퀀싱(exome sequencing)' 기술과 달리, 변이를 포괄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을 꼽힌다. 질병이나 유전자 형질에 기여하는 유전적 원인들을 탐지해내고 파악해볼 수 있는 접근법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관전 포인트는 이 지점에서 나온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NGS 기술도, 드문 빈도로 발생하는 희귀변이(rare genetic variants)를 발견하는 데엔 종종 실패한다는 사실. 연구가 비교적 활발히 진행된 암호화 영역과 달리, 비암호화 유전자(noncoding genome)의 경우는 엑솜 시퀀싱 분석을 통해서도 변이를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완전한 DNA 세트를 형성하는 30억 쌍의 뉴클레오티드 염기 가운데 통상 사람마다 5천만에서 6천만 개의 유전자 변이가 생겨난다"며 "그런데 이 중에는 희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도 77%로 높게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빗장 열린 13개 변이 "알츠하이머병 표적 물질 개발 고려해볼만"  

따라서 이번 연구에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 변이를 탐색하는 전략으로 WGS를 적극 활용했다. 해당 기술은 한 번에 유기체 전체 유전자 서열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게 핵심.

임상 대상자로는 전체 605개 가족 그룹에서 총 2,247명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다. 이들 중 다수의 인원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과 연결고리를 가진 13개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 후보가 발견됐다.

FNBP1L을 비롯한 SEL1L, LINC00298, PRKCH, C15ORF41, C2CD3, KIF2A, APC, LHX9, NALCN, CTNNA2, SYTL3, CLSTN2이 그 주인공이다.

이러한 변이체들의 기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신경가소성을 비롯한 시냅스(신경세포 접합부) 기능 및 신경 발달의 역할이 강조됐다. 

이를테면 APC 및 CTNNA2, KIF2A, NALCN 4개의 유전자 모두는 뇌 조직에서 주로 발현된 반면, PRKCH 유전자 변이는 대뇌 측두엽 피질에서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뇌 측두엽 피질은 뇌에서도 기억과 언어와 관련된 영역. 

이 밖에도 FNBP1L과 KIF2A 변이의 경우, 지금껏 알려진 알츠하이머 관련 유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점은, 이렇듯 발현된 유전자 정보가 합성돼 알츠하이머병의 병인으로 언급되는 단백질을 구성해낸다는 대목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80%가 유럽 혈통이라는 점과, 연구 표본에 참여한 가족군이 다양한 환경 영향에 노출됐을 수 있기에 결과를 일반화하기란 제한점이 따른다"면서도 "다만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만큼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잠재적 표적 물질을 찾는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Prokopenko D, Morgan SL, Mullin K,et al. Whole-genome sequencing reveals new Alzheimer’sdisease-associated rare variants in loci related to synapticfunction and neuronal development. Alzheimer’s Dement.2021;1-19. https://doi.org/10.1002/alz.1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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