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저널 "란셋"의 청력 상실과 인지 기능 연구 “난청이 뇌 위축 일으킨다”
난청으로 인한 고립이 치매 위험을 높이므로 보청기 사용 권장

PxHere 무료 이미지

치매의 위험인자는 나이와 유전 요소 등을 비롯해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요소들이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청력 저하(난청)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청력 저하로 인한 치매 위험도는 약 1.9배다. 다른 위험인자들의 위험도에 비해 비교적 높을 뿐만 아니라 청력 저하는 55세 이상에서 약 30%까지 관찰될 정도로 흔하다는 점에서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주목해야 할 질환이다. 한 연구에서는 중등도의 청력 저하가 있는 경우 치매 발생이 약 4.9배 높다고 전했다.

청력 문제 해결로 보청기 사용이 권장된다. 보청기는 삶의 질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인지 피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난청이 있는 많은 사람이 보청기 착용을 꺼린다.

존스 홉킨스 청각 및 공중보건센터 소장인 프랭크 린 박사(MD, PhD)는 “청력 손실을 치료하지 않으면 말소리와 소리 신호가 뇌에 도달할 때까지 왜곡돼 뇌가 이를 처리하는 데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결과적으로 사고와 기억은 물론, 알츠하이머병, 당뇨병, 심장병 등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사용하는 인지 자원이 줄어들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 위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신경과학회에서 발행하는 <Brain&Life> 6‧7월호 연구 섹션의 관련 사례와 내용을 소개한다. 약 10년 전, 수잔 에델만은 시끄러운 식당, 붐비는 방,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청력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회사 CEO로서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는 자신의 업무와 일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청력 및 균형 장애 전문가를 만나 청력도(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주파수에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부드러운 소리를 추적하는 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추천받았다. 62세인 에델만은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청력 손실이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음을 바꿨다. 그녀의 부모 모두 치매를 앓고 있기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보청기에 적응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집중력이 향상됐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생각과 대화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됐다.

난청 치료의 인지적 이점에 대한 연구로 2023년 8월 70세에서 84세 사이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가 있다. 연구의 1차 결과에서는 보청기를 착용한 참가자의 인지력이 향상되지 않았지만, 인지력 저하 위험이 큰 하위 그룹에 초점을 맞춘 2차 데이터 분석에서는 보청기 착용이 3년 동안 인지력 저하를 늦추는 데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린 박사는 “잠재적으로 수정 가능한 치매의 위험 요인 중에 청력 손실은 2020년 란셋치매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에서 전 세계 모든 사례의 8%를 차지하는 큰 위험 요인으로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보청기 착용 시작 시점과 3년 후 참가자들의 MRI 뇌 스캔을 받은 관련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가 사회적 및 인지적 처리와 관련된 뇌 부위의 손상(‘얇아짐’으로 알려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 홉킨스의 이비인후과 및 두경부외과 교수이기도 한 린 박사는 보청기를 착용하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세 가지 요인, 즉 사회적 고립, 인지적 피로, 감각 박탈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청기의 인지 기능 저하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2018년 10월 미국 노인학 저널(The Journals of Gerontology)에 발표된 65세 이상 3,777명을 대상으로 한 25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난청 환자에게서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청력 저하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인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유발한다. 애리조나 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인 테리 D. 파이프(Terry D. Fife) 박사는 “청력 손실은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 언어적 자극 및 의사소통 감소, 외로움, 우울증을 초래한다”며, “이미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 고립은 병증을 가속화한다”고 전했다.

2023년 1월 미국 노인병 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노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치매 위험이 2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2년 3월 신경학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을 경험하는 노인은 이후 10년 동안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됐다.

관련 연구 저자인 FAAN(Fellow of American Academy of Nursing)의 조엘 살리나스(Joel Salinas) 박사는 “유전적 요인이나 전통적인 치매 위험 요인이 없는 노인에 비해 고립된 노인은 치매 위험이 최대 3배까지 증가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했다. NYU Langone Health의 신경학 임상 조교수인 조엘 살리나스(Joel Salinas) 박사는“난청을 치료해 사회적 상호 작용에 참여하는 능력을 높이면 외로움을 해결하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시의 은퇴 연구원이자 컨설턴트인 83세 로이 펠드먼은 60대에 청력을 잃기 시작했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보청기 착용을 거부하고 사회적 고립과 인지 기능 저하를 경험한 사실을 떠올렸다.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던 펠드먼은 바로 보청기를 착용하기로 결심했다.

전미 노화 위원회(National Council on Aging)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3분의 1이 청력 손실을 경험하고 75세 이상 인구 5명 중 2명은 청력 손실을 경험한다고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52세에서 64세 사이에 난청이 시작된다고 한다.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평생 큰 소음에 노출되거나 귀 또는 머리 외상, 바이러스 감염, 특정 약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청력 손실은 파브리병, 와덴버그 증후군, 표재성 측두엽증 등 특정 희귀 신경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2022년에 의학 저널 <Open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에서 청력 손실과 알츠하이머병, 자폐증, 파킨슨병, 뇌졸중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밝혔다.

린 박사는 사회적 고립과 인지 기능 저하 및 치매 위험 증가 외에도 청력 손실은 낙상 및 입원 위험이 커지고 의료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한다. 청력 손실은 뇌의 정상적인 감각 입력을 박탈함으로써 뇌 구조와 기능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력 손실은 말과 소리를 처리하는 뇌 영역의 자극을 감소시켜 잠재적으로 뇌 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한다.

보청기는 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이지만 가족, 친구, 동료들은 난청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린 박사는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고, 필요할 때 문장을 반복하거나 다시 말하며, 천장이 낮고 소리가 튀지 않는 부드러운 표면이 많은 환경을 선택해 중요한 대화를 나눌 것을 권장했다.

 

Sources
www.brainandlife.org/articles/hearing-aids-may-lower-risk-of-cognitive-decline

대한치매학회 치매 뉴스
https://www.dementia.or.kr/bbs/index.php?code=news&category=&gubun=&page=1&number=1096&mode=view&keyfield=&key=

관련기사
저작권자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