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키스
[곽용태 칼럼]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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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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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최신 치매 논문 내 마음대로 읽어 보기(7)

-키스

제목: 흡연과 파킨슨병 위험성(Tobacco smoking and the risk of Parkinson disease) 1)

저자: Mappin-Kasirer B, Pan H, Lewington S, Kizza J, Gray R, Clarke R, Peto R.

결론: 1951년부터 3,000명의 영국 남자 의사를 추적 검사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하여 파킨슨병의 상대위험(relative risk)이 30% 감소하였다. 또한 파킨슨병의 위험성은 흡연량에 반비례한다.

논문명: Neurology 2020 May 19;94(20):e2132-e2138.

흡연은 수 많은 병과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됩니다. 이 연구는 흡연이 파킨슨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하여 1951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의 남자 의사 3,000명을 추적 조사하였습니다. 연구에 참여할 때 대상자에게 흡연 유무, 흡연의 형태, 흡연량, 금연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한 후 65년 동안 같은 항목을 주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합니다. 동시에 이들에게 파킨슨병 발병 유무를 조사하였습니다. 각 개인당 평균 35년을 추적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도 흡연하고 있는 사람이 흡연하지 않은 사람보다도 파킨슨병이 발생할 확률이 30% 이상 감소되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흡연량과 파킨슨병 발병률은 역상관 관계가 있습니다(흡연을 많이 할 수록 파킨슨병이 생길 확률은 낮아졌습니다). 10년 이상 담배를 끊은 사람은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14% 파킨슨병 발병률이 낮았고 0-9년 금연한 사람은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파킨슨병 발병률이 29% 낮았습니다.
 
흡연과 파킨슨병 발병과 같이 관련성을 보는 연구에서 어떤 한 시점에서 하는 단면 연구는 연관 관계를 알 수가 있어도 둘 사이에 어떤 것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늘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보니 파킨슨병 환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고 결과가 나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할까요? 금연과 파킨슨병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금연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지(혹은 흡연이 파킨슨병에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는지) 알 수가 있을까요? 반대로 이렇게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파킨슨병이 있거나 무증상 단계의 파킨슨병이 있다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없어져서 안 필수도 있다. 즉 파킨슨병의 중요한 원인이 도파민 부족인데 이 도파민은 중독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파민의 부족은 담배의 중독성에 영향이 적어 흡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역인과관계 편향(reverse causality bias)이라고 합니다. 마차와 말이 같이 달린다고 해서 마차가 말을 끌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연관된 요인 중에 한가지가 없을 때 즉 이 연구와 같이 전혀 파킨슨병이 생기지 않았을 아주 오래 전부터 흡연 여부를 시간적으로 추적합니다. 그러면서 파킨슨병이 발병하는 것을 관찰하면 역인과관계 편향을 극복할 수가 있습니다. 의사들은 인과관계를 알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혈압을 낮추면 심혈관 질환 걸릴 확률이 낮아지는지, 담배를 피우면 암 발생이 증가하는지, 특정 식이가 대사성 질환을 유발하는지 등등은 일상 생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연구와 같이 대규모 종단적인 코호트 연구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굉장히 많은 대상을 아주 오랜 기간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돈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면 더 가치가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 연구는 좋은 논문에 실릴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담배를 피우면 파킨슨병이 발병할 위험성이 낮아질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리고 파킨슨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담배를 피워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흡연이 파킨슨병 발병 위험성은 낮추어 주지만 파킨슨병 발병 이전에 다른 병으로 죽을 확률이 월등히 높으므로 흡연을 권장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흡연의 파킨슨병 위험성을 낮추는 이유를 연구하면 건강은 해치지 않으면서 뇌의 도파민 신경계를 보호할 어떤 약을 개발할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론은 '흡연이 백해무익하지는 않다. 99해 1익 한 것 같다' 입니다.

오늘(6월14일)은 '키스데이'라고 합니다. 발렌타인데이를 벤치마킹하여 매달 14일 이러저러한 기념일이 있습니다. 이 중 하나이지만 이 날의 정확한 유래는 모른다고 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유래는 '6월에는 어떤 기념일이 있냐'고 질문한 여자친구에게 남자친구가 '모른다'는 대답 대신 여자친구 입술에 키스를 날리며 '키스데이'라고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만 떠돌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 같은 중년 유부남에게는 이런 날엔 뭘 해야 할지도 좀 난감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메리카 인디언 전설 속에는 이날이 꼭 필요하였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인디언 소녀가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너무나 얼굴이 추해서 일생동안 단 한 번의 연애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은 누구보다 착하고 순수했지만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보고 고개를 돌렸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여자로서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엽게도 결국 자살을 선택합니다.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다음 생엔 세상의 모든 남자와 키스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녀가 죽은 자리에 풀이 하나 돋아났습니다. 그것이 바로 ‘담배’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흡연자는 무려 11억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결국 죽고 나서야 그녀는 소원을 이룬 것 같습니다. 물론 흡연자 중 많은 사람이 여성이라서 그 소녀 입장에서는 조금은 껄끄러울 것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가끔 사람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담배를 피우시나요?” 그러면 저는 딴청을 피웁니다. “피우기는 하는데 철학이 있지요. 누가 담배를 주면 피우고 안 주면 안 피웁니다.” 네 저는 개인적으로는 담배를 사서 피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담배를 권하면 사양하지 않고 피우지요. 누가 왜 피우냐고 물어보면 제가 이러는 이유는 몸에 안 좋은 담배는 빨리 태워서 지구상에서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 몸속에 들어가는 담배 연기는 제 몸에 맞지는 않지만(좋은 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뿜어내는 담배 연기가 하늘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보면 몽환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2000년대 초 학회 때문에 비엔나를 갔습니다. 학회가 끝나고 급한 일정을 소화하던 중 같이 갔던 일행 중에 한명이 벨베데레 궁전을 꼭 가야한다고 해서 억지로 끌려갔습니다. 아무 생각없던 제가 끌려간 곳은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한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키스(1907/1908)라는 그림 앞이었습니다. 먼저 온 몇몇 사람이 경이에 찬 눈빛으로 이 그림을 보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여자는 조용히 눈물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 그림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 그림을 실지로 보는 순간 저는 무엇인지 모를 깊은 수렁 속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자는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고 몸도 일부만 보입니다. 얼핏 조연처럼 보이지만 단순하면서 감추어진 모습은 왠지 모를 적극성과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여자는 머리를 뒤로 젖혀 감흥에 몰입되어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볼은 홍조를 띠었습니다. 눈을 감은 여자의 표정에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나른함, 기대 그리고 수동적이지만 유혹을 당하는, 혹은 유혹하는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눈을 감고 키스를 하면서 남자의 목에 걸쳐진 오른손과 목을 감아 쥔 남자의 손을 다시 잡고 있는 여자의 왼손은 수동적이지 않는 에로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저는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전설 속의 인디언 소녀, 즉 담배가 먼저 생각났습니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 맹목적으로 탐닉하는 듯한 남자의 모습은 왠지 저의 뒷모습 같고 눈을 감고 수동적인 듯 적극적으로 남자의 팔을 잡고 있는 여자는 왠지 담배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여자의 얼굴에서 느끼는 고혹적인 유혹은 한번 탐닉하면 빠져 나갈 수 없는 중독성과 치명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호텔에 들어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거기서 찍은 사진을 다시 천천히 보니 또 다른 모습도 보입니다. 즉 능동적으로 덮치는(?) 남자가 나의 모습이 아니고 욕망 속에서 나른한 여자가 나의 모습이며 남자는 담배처럼 느껴집니다. 이 그림의 매력은 욕망이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것이고 그리고 그 욕망은 정적인 것이 아니고 양방향적으로 얽혀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포인트는 여자의 발끝이 마치 절벽 위에 걸려 있는 듯 보입니다. 죽음을 옆에 두고 있는 것이지요. 즉 이 그림은 욕망과 죽음.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관람객은 울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담배가 세상에 왜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있어 왔고 우리 인간과 여러가지로 애환을 같이 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담배는 너무 큰 중독성과 해악성으로 공공의 적으로 몰려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담배도 무엇인가 인간에 좋을 수도 있다는 연구가 나온 것입니다. 흡연이 파킨슨병이라는 무서운 병의 발병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이 생기기 전에 다른 병으로 죽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이 때문에 담배를 권유하는 것은 현재 의학 지식에서는 넌센스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악마로만 보이던 담배에도 무엇인가 인간적인 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지독한 애연가였던 비스마르크는 독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오스트리아와 케니치 크래츠 전투 당시 주머니에 1개피의 담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다음 느긋하게 피우겠다는 생각으로 담배를 주머니에 남겨두고 오직 전투 지휘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습니다. 전투는 승리로 끝났고, 그는 아주 홀가분한 기분이 되어 격전의 뒤끝을 돌아보던 중 포탄에 맞아 죽어가는 한 기병을 보았습니다. 그 기병은 빈사의 상태에서도 무엇인가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용히 다 찌그러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쓰러져 가는 병사의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담배를 빠는 순간의 불꽃과 함께 그 병사는 죽고 말았습니다. 담배의 불꽃처럼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 그 순간을 경험하려는 사람을 때로는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족: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24살 때부터 담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청년기 이후 담배때문에 많은 병에 시달렸습니다. 동료 의사가 강력하게 금연을 권해도 담배를 끊지 못합니다. 그는 1923년 67세때 구강암 진단을 받고 83세때 사망할 때까지 이것으로 30번 이상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고통 속에 죽어갈 때 까지도 담배를 끊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담배에 대해서 만큼은 어떤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을 하지 않았던 것은 담배가 그 자신 자체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에게는 담배라고 하는 것은 창의성이며, 욕망이며, 또 다른 자신이기 때문에 헤어질 수도 분석할 수도(당할 수도) 없었던 것이지요. 키스할 수 없다면 흡연은 꼭 필요한 것이다(Smoking is indispensable if one has nothing to kiss)라는 그의 말은 그의 삶을 지탱하던 큰 기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옳던 그르던 그는 욕망과 죽음을 항상 옆에 두고 살았습니다.

 

참고 문헌
1. Tobacco smoking and the risk of Parkinson disease: A 65-year follow-up of 30,000 male British doctors. Mappin-Kasirer B, Pan H, Lewington S, Kizza J, Gray R, Clarke R, Peto R. Neurology 2020 May 19;94(20):e2132-e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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