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용태 칼럼] 어디에서 왔나?
[곽용태 칼럼] 어디에서 왔나?
  • 곽용태 신경과 전문의
  • 승인 2020.07.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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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효자병원 신경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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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서 왔나?

제목: 20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다른 종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진화적 분석 (Genetic evolution analysis of 2019 novel coronavirus and coronavirus from other species).1)

저자: Li C, Yang Y, Ren L.

결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흰코사향고양이, 말레이사향고양이, 시베, 스톨리츠카삼지창박쥐, 중국적갈색관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전진화적 분석 결과 이들 야생 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유사성이 떨어진다. 반면 RaTG13 표본에서 추출된 박쥐의 코로나바이러스와는 매우 유사하였다.

논문명; Infect Genet Evol. 2020 Aug;82:10428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한 감염증 COVID-19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인명과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the editor)라는 형식으로 이 바이러스의 야생동물 기원에 대한 연구를 이야기합니다. 최근 시정리 등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있는 RaTG13 (GenBank No.: MN996532) 표본에서 분석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96.2% 동일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2) 저자들은 이 표본 이외에 다른 야생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연관이 있는지 알기 위하여 이 연구를 시행하였습니다. 먼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의심되는 중국의 5종류의 야생동물(흰코사향고양이, 말레이사향고양이, 시베, 스톨리츠카삼지창박쥐, 중국적갈색관박쥐)에서 발견된 39 종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합니다. 이후 저자들은 진화적 분석을 이용하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이들 야생 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계통적 연관 관계를 비교하였습니다. 결과는 실험에 이용된 야생 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간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유사성이 낮았습니다(동질성이 75% 이하). 즉 이들 야생동물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같은 바이러스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반면 기존에 보고된 RaTG13 표본에서 분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96.2%로 가장 유사하였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도 다른 야생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기존의 RaTG13 표본에서 추출된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연구에서 보듯이 RaTG13 표본의 박쥐가 아닌 다른 박쥐에서 분리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신종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일치율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즉 '박쥐라고 해서 같은 박쥐가 아니다. 사는 지역이나 모양이 다르면 가지고 있는 병도 다르다'입니다.

이번 컬럼에서 다룬 연구는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letter to the editor) 형식으로 발표된 것입니다. 이런 형식은 뉴스나 잡지 등에서 독자가 편집자에게 관심있어 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 편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편지 형식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출판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뉴스나 잡지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과학 논문에서도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연구 논문보다는 비중이 떨어지지만 편집자들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방적인 연구 개재가 아닌 양방향 소통을 통하여 독자의 관심도 끌고 해당 연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주로 이전에 이 연구지에 발표된 논문에 대한 논평, 완벽한 연구 논문의 형태가 아니지만 시급하고 간단하게 데이터나 사실 제시가 필요할 때, 건강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견해 등을 신속하게 알릴 필요가 있을 때 사용됩니다.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핫이슈일때는 주요 학술지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살짝 불완전한 연구 논문도 빠르게 개재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다른 논문에 대한 평이나 자기 데이터도 발표할 수 있게 합니다. 과거에는 그 분야의 대가들이 주로 하던 일이 일반 연구자에게도 많이 개방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만큼 이 질병이 우리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게서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아주 오래된 것 같습니다. 20대에 연애를 하였는데, 여자 친구가 어느날 쭈뼛쭈뼛 다가옵니다.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저에게 집에 한번 놀러 올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저녁 한끼 차려 주신다는 것이지요. 사실 매우 부담스러워서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안 간다고 하면 여자 친구가 삐질 것 같아서 마지 못해서 간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날 저녁에 저는 정장으로 차려 입고 간단한 선물을 사가지고 여자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저, 여자친구, 여자친구 어머니, 여자친구 아버지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언제 준비하였는지 저녁 한끼 음식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하여 음식이 눈에 가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의 아버님이 저에게 물어 보십니다.

여자친구 아버지; 아버님 함자는 어떻게 되는가?  본관은 ? 고향은?
나; 주저리… 주저리…
여자친구 아버지; 아버님은 무슨 일 하시나?
나; 주저리… 주저리….
여자친구 아버지; 할아버지는 무슨 일 하셨었나?
나; 주저리… 주저리…
여자친구 어머니; 여보, 그러다 손님 체하겠어요. 음식 좀 먹게 그만하세요. 그런데 어머니는 무슨일 하시지요?
나; ……………

아마도 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첫번째는 “이 병이 치료가 가능할까”이고 두번째는 아마도 “이 바이러스는 무엇이냐, 얘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냐”일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두번째 알고 싶어하는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미 알려진 생명체에 대해서도 그 기원을 알고 싶어합니다. 사춘기에 우리는 항상 되뇌지요 “나는 무엇인가, 어디에서 왔나”. 하물며 세상에 없었던 질병이 튀어나오니 이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가 궁금한 것은 당연합니다. 어떤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이 존재가 어디에 소속될 수 있는지 분류하는 것입니다. 생물학에서 분류학은 "생물을 분류(classify)하는 이론과 실제"입니다. 즉 원래 분류학이란 생물의 공유 형질의 분석을 통하여 분류군들로 묶고 이들을 다시 종, 속, 과 등의 소분류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분류를 넘어서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 수가 있습니다. A라고 분류해서 A인 것은 알겠는데 A는 무엇이냐는 생물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즉 분류 단계의 가장 낮은 종에서 역까지, 종 또는 그 상위 분류군에 대해서 서로 어떠한 위치를 가지는가를 판단하여야 합니다. 이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진화적 계통적인 고려를 해야 합니다. 이를 계통 분류학이라고 합니다. 말을 쉽지만 정체성을 고민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인문적, 철학적 논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과거에는 계통 분류학이 다윈이 시도하였듯 형질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자 생물학의 발달로 형질보다는 이 형질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분석을 하고 이를 다른 주변의 알려진 종의 유전자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그 유명한 계통수가 만들어 집니다. 그리고 그 계통수에 현재 있는 이 종을 끼워 넣으면 이 종의 정체성을 알 수가 있는 것이지요. 위 그림은 이 연구에서 분석 후 만든 계통수 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 여자 친구 집에 갔을 때 그 집 부모님이 저에게 알고 싶은 것은 '제가 어떤 사람인가'이지요. 저를 판단하는 방법은 저를 직접 관찰하는 것도 있지만 끊임 없이 저의 윗대를 찾아가면서 그 가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검색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검색은 한쪽 혈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니 역시 본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남의 집 밥상에 소환되었던 것이지요. 아주 옛날 방식인 것 같지만 계통분류학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정확한 방법입니다.

자 그러면 결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과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 병원체인 SARS-CoV-2의 진원지가 중국의 우한 화난 수산물 도매시장(武汉华南海鲜批发市场)입니다. 이 시장은 이름만 수산물을 칭할 뿐, 수산물이 아닌 온갖 야생동물들도 산 채로 식재료로 팔고 있습니다.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유통되던 야생동물이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된 것이지요. 학자들은 이들을 도축, 유통, 섭취하는 과정에서 야생동물이 보균한 SARS-CoV-2가 인간에게 전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지요. 하지만 이 연구와 이전의 시정리 연구에 의하면 진화 유전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들 야생 동물의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유사성이 낮습니다. 2013년 중국 남서부 윈난성 구리 폐광에서 발견된 박쥐 배설물의 샘플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보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리한 코로나 바이러스 “RaTG13”가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96.2%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소장은 실험실에 RaTG13 바이러스의 실제 복제본이 없기 때문에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하였답니다. 결론은 "자연에 살던 박쥐를 우연히 어떤 사람과 접촉되었고, 그게 어찌어찌하다 전세계적으로 퍼졌다. 중국은 이 사태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입니다.

사족.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서는 진화 유전자 분석으로 자연의 박쥐가 옮긴 것으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냥 자연의 역습이지요. 그런데 음모론 역시 있습니다. 우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시정리가 이 바이러스를 알게 된 것은 2013년이었습니다. 그녀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문가이며 특히 인간 전염이 가능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많은 연구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전적, 형태적으로 기존의 SARS와 매우 유사하여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변종이었습니다. 최고의 논문에 실릴 수 있는 중요한 발견이었는데 이 중요한 바이러스를 왜 7년 동안 발표를 안 해 왔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유전분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끝입니다. 아직 어느 누구도 RaTG13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위의 연구의 교신 저자는 중국 인민해방군 병원 소속입니다. 아무리 연구가 과학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져도 신뢰성은 왠지 다른 영역인 것 같습니다. 부디 이런 저의 음모론적인 생각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참고 문헌
1. Genetic evolution analysis of 2019 novel coronavirus and coronavirus from other species.Li C, Yang Y, Ren L. Infect Genet Evol. 2020 Aug;82:104285.
2. The First Disease X is Caused by a Highly Transmissibl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Jiang S, Shi ZL. Virol Sin. 2020 Jun;35(3):26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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