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반적으로 약물의 치료 효능이 위험성보다 더 크지 않다" 부정적 의견
에자이 " ApoE ε4 유전자가 1개 또는 전혀 없는 환자에게만 제한적 사용" 제안
재심사 중인 호주 TGA 판단에 영향 미칠지 '주목'...연내 스위스도 승인 여부 결정 예상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에자이(Eisai)·바이오젠(Biogen)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Lecanemab)’의 유럽(EU) 시판이 조만간 허가될 전망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약물 사용자문위원회(CHMP)가 레켐비에 대해 승인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CHMP가 "전반적으로 약물의 치료 효능이 위험성보다 더 크지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던 입장을 뒤집는 결정이다.

당시 에자이는 CHMP의 시판 불허 권고에 반발해 즉각 재심사를 요청했다. 다만 ApoE ε4 유전자가 1개 또는 전혀 없는 환자에게만 레켐비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초기 의견을 재심사한 결과, EMA는 “레켐비가 제한된 환자에게서 질병을 늦추는 이점이 위험보다 크다”라고 발표했다. 경도인지장애(MCI)나 경증 치매 단계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중 ApoE ε4 유전자 2개를 보유한 환자는 레켐비 투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ApoE ε4 유전자가 없거나 1개만 지닌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앞서 영국 의약품 및 의료제품 규제청(MHRA)도 지난 8월 치료 대상인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와 관련해 같은 조건으로 레켐비를 승인했다.

올해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15%는 ApoE ε4 유전자 2개를 보유했다. 또 ApoE ε4 유전자 1개를 보유한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함께 전체 인구 중 2~3%는 ApoE ε4 유전자 2개를, 약 25%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ApoE ε4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EMA 등에 따르면, 에자이는 재심사에 총 1,795명의 환자 중 ApoE ε4 유전자가 없거나 1개 보유한 환자 1,521명을 포함한 임상 3상(Clarity AD) 데이터의 하위 그룹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

그 결과, 혈관 내 부종(ARIA-E)이나 미세출혈(ARIA-H)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ApoE ε4 유전자 2개 보유자(274명)를 포함한 전체 환자 가운데 ARIA-E와 ARIA-H를 경험한 투여군은 각각 12.6%, 16.9%다. ApoE ε4 유전자가 없거나 1개 보유한 투여군은 ARIA-E와 ARIA-H가 각각 8.9%, 12.9%로 나타났다.(위약군 1.3%, 6.8%). 단 ApoE ε4 유전자가 없는 투여군과 1개 보유한 투여군의 통계를 따로 제시하진 않았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치료 18개월 후 임상치매척도 총점(CDR-SB)을 사용해 측정한 결과 치료군(1.217)에서의 CDR-SB 점수 상승 폭이 위약군(1.752)보다 낮아 인지기능 저하가 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차이 –0.535)

 

EMA 로고
EMA 로고

 

이에 대해 CHMP는 “ARIA의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그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위험 최소화 조치가 마련돼 있다면, ApoE ε4 유전자가 1개 또는 전혀 없는 MCI나 경증 치매 단계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레켐비의 이점이 위험보다 더 크다”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환자들은 ARIA 부작용 관리를 위해 치료 시작 및 5·7·14번째 투여 전에 MRI 검사를 받아야 하고, ARIA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치료 중 추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번 권고 의견은 회원국 전체의 시판 허가 결정을 채택하기 위해 유럽위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시판 허가가 나면 회원국별로 가격이나 보험 적용 등을 정한다.

에자이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번 권고를 밝히면서 “EMA의 규제 절차에 따라 유럽위원회는 CHMP의 의견을 접수한 날부터 67일 이내에 레켐비의 판매 허가 신청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에자이는 이번 결정으로 레켐비의 시장 확대에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EMA에 이어 지난달 불허 결정을 내린 이후 에자이의 요청에 따라 재심사 중인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TGA)의 판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레켐비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영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연내에는 스위스도 레켐비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항아밀로이드 계열 약물이자 강력한 경쟁자인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키선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Donanemab)도 지난 14일 일본에서 의료보험 적용 승인을 받는 등 잰걸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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