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A “효능이 안전성 위험보다 크지 않아”...자문위 의견 따라
식약처, 중앙약심위 패싱 논란...국감서 “허가 과정 졸속” 질타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가 유럽연합(EU)에 이어 호주 보건당국 자문기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호주 연방의약품관리국(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 TGA)은 지난 16일(현지 시간)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경도인지장애(MCI) 및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환자 치료에 쓰이는 레켐비의 등록 불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통보를 받은 에자이 오스트레일리아(Eisai Australia Pty Ltd)는 이번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TGA에 밝혔다.
TGA에 따르면, 레켐비는 약물의 입증된 효능이 안전성 위험(safety risks)보다 크지 않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됐다.
TGA는 “임상 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레켐비로 치료받은 환자는 위약 투여 환자보다 질병 진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이러한 차이가 의미 있는 임상적 이점을 주거나 관련된 안전성 위험을 넘어설 만큼 유의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레켐비 치료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TGA의 의약품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Medicines, ACM)의 독립적인 전문가 자문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EU 유럽의약품청(EMA)의 산하 자문기구인 의약품위원회(CHMP)는 레켐비를 두고 “전반적으로 약물의 치료 효능이 위험성보다 더 크지 않다”며 시판 허가 승인을 거부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호주 보건당국의 허가 거부 사유와 일치한다.
바이오젠(Biogen)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특징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다. 작년 7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이후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국내에서도 허가를 얻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위) 회의를 열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레켐비의 국내 허가 신청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된 부분을 지적하고,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전 의원은 이날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유럽의약품청에서 허가 보류 이후에 식약처가 치료제 허가 서류 재검토를 하거나 전문가 자문을 거친 적이 있나”라며 “무엇이 그렇게 급해 전문가 자문도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허가를 내줬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치명적인 부작용이 예견되는 신약이 개발됐는데 식약처는 전문가들의 자문도 없이 허가를 내준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자문을 거쳤다”며 “향후에 감사 청구도 고려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치매 의약 허가 검토 과정과 전문가 자문을 거치지 않는 사유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품청과 유럽의약품청의 안전성 우려에 대한 식약처 입장을 종합검사 전까지 상세히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오 처장은 “항상 (중앙약심위 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경우 하고 있다”면서 “(레켐비 허가 관련) 중앙약심을 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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